,"코랄 투어를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하는 아침. 전날 늦은 잠을 청한 덕분에 피곤한 느낌을 떨굴 순 없지만 주섬주섬 준비를 한다. 부두로 나가는 셔틀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지각이란 용납될 수 없는 법. 수영복을 입고 갈까, 가지고 갈까를 좀 고민하고, 어떡하면 카메라를 포함한 가방의 무게를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아침 먹을 시간까지 날아가 버렸다.

랑카위 코랄 투어(Langkawi Coral Tour)의 여객선이 출발하는 곳은 쿠아 부두(Kuah Jetty). 인근의 다타란 랑 광장에는 랑카위의 상징인 거대한 독수리상이 바다를 향해 날개를 펼치고 서 있다. 이 독수리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이 없는 이라면 랑카위 여행을 의심해도 좋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명소다.

랑카위는 말레이시아어로 독수리를 뜻하는 ‘헬랑(helang)’과 적갈색을 뜻하는 ‘키위(Kiwi)’가 조합된 지명. 적갈색 독수리가 지명이 될 정도로 독수리가 많았지만 섬이 개발되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그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9시45분, 랑카위 코랄 투어를 위해 배가 출발한다. 어림잡아 170명 가까이 태울 수 있을 것 같은 여객선은 35Km 아래의 해상국립공원 파야(Pulau Payar)섬까지 50분 정도를 달린다. 페낭섬에서 올라오는 이들은 2시간 가까이 배를 타야한다.

설친 잠을 보충할 생각으로 얼른 자리를 잡았지만 대화를 워낙 좋아하는 옆자리의 일행은 잠시도 틈을 주지 않는다. 잠대신 쏟아지는 얘기 속을 헤매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인 풀라우 파야 마린 파크(Pulau Payar Marine Park)에 가까워졌다.

‘파도가 센데’라는 말에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속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어지럼증이 심해진다. 하선을 위해 배를 리프 플랫폼(바다 위에 떠 있는 2층 바지선) 옆에 대었지만 심한 요동에 내리기조차 쉽지가 않다. 이미 얼굴이 하얗게 변한 일부 승객들은 곧장 화장실로 직행을 하기도 한다.

바지선 위에는 푸른색 플라스틱 탁자들이 연회장처럼 마련되어 있고 앞쪽에는 다이빙 장비와 필름과 기념품 등을 파는 숍이 있다. 계단을 통해 아래층 수중 수족관으로 내려가면 좌우 유리창을 통해 지나가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 배 뒤쪽에는 탈의실과 뷔페 식사를 준비하는 식당, 그리고 그 뒤로 돌아가면 화장실이 있다. 2층에는 선탠을 할 수 있도록 비치 의자들이 차양망아래 늘어서 있다.

하루를 다 소비하는 코랄 투어는 이동 시간과 점심시간을 빼고도 4시간 정도가 온전한 자유시간으로 주어진다. 가보면 바다와 나 뿐인 것 같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다.

우선 스노클링이나 수영을 즐길 수 있다. 구명조끼를 입으면 수영을 못해도 바닷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좀 더 편하게 구경하고 싶다면 바지선에 설치된 수중 수족관에 들어가거나 바닥이 유리로 된 배를 타고 구경을 나설 수 있다.

가장 가까이서 열대어를 감상하는 방법은 먹이를 주는 것. 물에 발을 담그고 먹이를 조금씩 뿌리면 사방으로 새까맣게 고기 때가 모여든다. 이 곳은 새끼 상어들의 서식지이기도 해 상어에게 먹이는 주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너무 약을 올리면 모 가이드처럼 다리를 물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좀 지치면 해변이나 바지선 2층에서 일광욕을 즐길 수 있고 새하얀 모래사장을 거닐 수도 있다.

별도의 요금을 내면 스킨스쿠버 다이빙도 즐길 수 있다. 전문가가 동행하는 초보자 코스가 있고, 자격증 소유자를 위한 자유 다이빙도 있다.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비행을 앞두고는 잠수를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에 따라 마음을 접었다.

멀미 때문에 자리를 잡은 후에도 한 동안 멍하던 사람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중증 멀미를 앓은 사람들은 재빨리 통통배를 타고 바지선을 탈출한다. 그 대열을 따라 한참 줄을 선후에야 백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한가로운 낮잠에 빠져든 사람들도 있고,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도 있다. 비취 의자에 수건을 깔고 누우니 따뜻한 햇볕이 기분 좋게 스며든다. 하지만 그냥 누워 있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일행에게 카메라를 부탁하고는 바다로 몸을 날린다. 풀라우 파야 마린 파크의 바다 밑에는 아름다운 산호와 함께 각양각색의 열대어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물리 흐려져 스노클링만으로는 해변 근처나 바지선 가까이에서는 산호들을 볼 수 없지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열대어를 감상할 수는 있다. 잡힐 듯 잡힐 듯 유유히 지나가는 물고기에 넋이 빠져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다가 겨우 겨우 바지선까지 헤엄쳐 오니 배 위에는 어느새 점심 뷔페가 한바탕 벌어졌다.

신선한 새우와 볶음밥, 샐러드와 꼬치요리 등으로 배를 채우고 있는데 일행 중에 한명이 준비한 총각김치가 더욱 입맛을 돋운다. 잘 익은 총각김치를 싹 싹 베어 먹으니 멀미가 싹 가시는 것 같다. 배불리 먹고도 남은 김치는 옆 테이블의 신혼부부 커플에게 넘어 갔고 ‘김치다’라는 환호성에 이어 들리는 소리는 아삭 아삭 메들리. 점심을 먹고 나니 이제 겨우 1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샤워를 미뤄가며 다시 한번 바다에 뛰어든다.

몸을 반쯤 물에 담그고 스노클링 발판에 기대어 앉아 있는데,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한다. 그러자 갑자기 물고기 때에 포위당한 꼴이 됐다. 다리를 스치는 물고기들의 느낌이 오싹하기 시작하더니 혹시 다리를 물어뜯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생각이 부풀려지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비명을 지르며 위로 올라서자 등 뒤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물을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코랄 투어는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이지만 수영을 하지 않을 작정이라면 좀 곤혹스러운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주어진 시간 동안은 꼼짝없이 바지선이나 해변에 있어야 하기 때문. 멀미에 지친 일본 할머니들이 내내 테이블 위에 쓰러져 있는 모습은 안쓰러울 지경이다. 일부는 선상에 ‘토’를 해서 물고기들을 포식시키기도 했다.

즐거운 시간에 다들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배 안은 쥐 죽을 듯 고요하다. 파도때문에 출발이 당겨질 수 있다던 배는 3시30분 제시간에 파야섬을 출발해 다시 한시간만에 쿠아 부두에 사람들을 돌려놓았다. 요금은 1인당 70달러. www.langkawicoral.com

말레이시아 랑카위 글,사진=천소현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말레이시아관광청 한국 사무소 02-779-4422
싱가포르항공 02-3455-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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