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처음이라는 말에 상대방의 표정은 금새 의아함과 측은함으로 뒤범벅된다. 처음이면 으레 도시를 돌아야 되는데 이번 여행은 자연관광이 중심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자연만이 있었다는 데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그곳엔 도시의 낭만과 현란한 몸짓이 공존했다.

3월 중순, 미국 시애틀 타코마공항. 출입문 밖은 새하얀 눈이 내린다. 바람 한 점 없어 눈가루 한 알 한 알 모두가 공중에 그대로 박혀 있는 듯 느긋하기만 하다. 소담스럽다. 시애틀에서 3월의 눈은 10년만의 일이란다. 그래서인지 눈 속에 파묻힌 사람도, 건물도, 자동차도 억누른 들뜸이 물씬하다. ‘시애틀 로맨틱 코스트’ 여행은 그렇게 낯설음으로 시작됐다.

10년만에 내린 3월 중순의 눈은 매우 낯설었지만 시애틀 자체는 여러 모로 보나 매우 익숙한 도시다. 낯선 익숙함이랄까. 처음이지만 처음은 아닌 듯한 친숙한 느낌을 준다. 그것도 매우 낭만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영향이 크다.

또 있다. 리처드 기어가 열연했던 ‘사관과 신사’도 이곳 시애틀에서 촬영했다. 그렇다면 낭만 가득한 시애틀의 이미지는 결국 영화 속의 의사 이미지에 지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절대 아니다. 낭만적인 영화의 무대가 돼서가 아니라 낭만적이어서 영화의 촬영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지리적 위치는 북위 48도5분. 위도로만 보자면 당연히 ‘겨울 혹한, 여름 혹서’의 기후를 보여야 하지만 여름에는 선선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후 특성을 보인다. 12월부터 3월까지의 우기를 제외하면 연중 쾌청하다고 봐도 된다.

높이 4,392m의 레이니어 산(Mt. Raineer)과 노스 케스케이즈 산맥, 올림픽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 지역인데다 인접한 태평양이 덥고 차가운 기운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물의 도시’라는 애칭을 탄생시켰을 만큼 넓고 많은 호수들도 시애틀을 더욱 아늑하고 잔잔하게 만든다.

시애틀은 또 ‘에버 그린 스테이트(Ever Green State)’, ‘스모그 프리 에어리어(Smog Free Area)’라고 불릴 정도로 환경이 깨끗하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많은 기업들이 입주해 있지만 대부분 공해 발생과는 거리가 멀다. 보잉 본사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사, 세계적인 목재회사인 웰하우저, COSCO, 아마존닷컴 등이 모두 그렇다.

그대에게 ‘프로포즈 하고싶은 곳’

시애틀의 낭만과 깨끗한 자연환경은 비단 사람들만을 끌어들이는 것은 아니다. 매년 6월에서 10월 사이에 어마어마한 수의 연어가 고향을 찾아 시애틀로 돌아온다. 관광명소인 하이렘운하는 바로 고향을 향한 연어 떼의 힘찬 움직임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또 배들이 수위가 다른 바다와 호수를 어떤 식으로 왕래하는지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교육적 효과도 높다.

시애틀 시내의 대표적인 명물은 ‘스페이스 니들’이라는 타워다. 이것은 시애틀의 에펠탑 격이다. 184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우주바늘’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주선을 닮은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전망대 회전식당에서는 시애틀의 황홀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시애틀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가장 프로포즈 받고 싶은 분위기’를 물은 결과 이곳 회전식당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받는 것이 1위로 뽑혔다고 한다.

이밖에도 시애틀 센터,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등 볼거리가 넘쳐나지만 절대 놓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은 곳은 메그로니아 언덕이다. 이곳에서는 드넓은 태평양은 물론 호수와 바다와 산 속에 다소곳이 안겨있는 시애틀의 전경을 한 눈에 넣을 수 있어 호젓함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시애틀 최고의 프로포즈 장소는 스페이스 니들 회전식당보다는 바로 이곳이어야 했다.

샌프란시스코 - 그 현란함에 대해

시애틀과 마찬가지로 이번 여행의 또 다른 관문이 되는 샌프란시스코는 여정의 시작을 온통 화려한 색채로 물들인다. 이곳은 세계적인 무역항이자 두 말할 나위 없는 관광명소다. 서스펜션(Suspension Bridge) 공법으로 만들어진 금문교를 비롯해 건축학도의 눈길을 붙들어매는 수많은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게이 거리로 유명한 카스트로 거리와 히피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헤이트 거리 등 거리 하나 하나도 이방인의 발목을 잡는다. 첫 방문객이라면 어김없이 들르는 ‘어부의 선착장(Fishermen’s Wharf)’은 항상 관광객들로 옥시글거린다. 연방교도소로 사용됐고 영화 ‘더록’의 촬영지였던 알카트라자 섬을 바로 눈앞에서 감상할 수도 있고, 각 부두마다 마련된 상점과 식당, 바에서 여유를 부릴 수도 있다.

또 유람선을 타고 알카트라자 섬과 금문교, 오클랜드 배이 브릿지 등 샌프란시스코만의 매력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차이나타운이나 유니언 스퀘어의 활달함은 또 어떤가. 대도시의 그 현란한 몸짓이란…. 이래저래 샌프란시스코의 낮과 밤은 모두 짧게만 느껴질 뿐이다.

미국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하나투어 02-2127-1000
아시아나항공 02-2127-8141

미국 서부 신상품 ‘시애틀 로맨틱 코스트’ 출시

새로운 미 서부 상품 ‘시애틀 로맨틱 코스트’ 신상품이 아시아나항공 연합상품으로 5월 들어 본격 출시됐다. 출발일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이며 수요일편은 시애틀로 들어가 여정을 보낸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출국하는 9일 일정이다. 목요일 출발편은 거꾸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돼 시애틀에서 여정이 끝나는 8일 일정으로 구성돼 있다. 진행방향이 반대이고 세부내역에서 다소 차이를 보일 뿐 수요일편과 목요일편의 여정은 거의 동일하다.

이번 상품의 특징은 그동안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매우 새로운 코스로 엮어졌다는 점이다. 태평양 연안을 따라서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캘리포니아주의 미국 서부 3개 주를 모두 거치며 그곳의 산과 바다와 호수, 그리고 도시들을 두루 아우른다.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올림픽 국립공원과 세계 최고높이, 최고수령의 삼나무들이 보호받고 있는 레드우드 국립공원, 거대한 호수 레이크 타호 등은 기존 미국 서부 상품에서 자연관광의 중심 축이었던 요세미티 및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의 자리를 대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오리건 코스트는 내륙에 치우친 기존 상품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요소다. 드넓은 바다를 옆에 끼고 끝없이 질주하는 해안도로와 바다사자 동굴과 같은 갖가지 아름다움을 맛 볼 수 있다.

자연관광과 함께 미국 서부의 주요도시에서 현대적 감각도 맘껏 즐길 수 있다. 시애틀과 포틀랜드,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의 미국 서부 4대 도시를 비롯해 오리건 주 최대의 만인 쿠스배이, 서부 최대의 수산업 도시였던 유레카, 네바다주 제2의 도박도시인 리노 등 크고 작은 도시를 들르게 된다.

요금은 성인 199만원, 만 12세 미만 아동 169만1,500원, 만 2세 미만 유아는 39만 8,000원이며 출발가능 최소인원은 7명이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