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내리자마자 풋풋한 내음과 함께 맑은 공기가 온 몸을 휘감는다. 짙은 어둠을 뚫고 어슴프레 내다보이는 무이산 거리의 모습이 우리네 한적한 시골풍경과 맞닿아 있다. 몰려드는 피곤함에 여장을 풀고 바로 잠이 든다. 갑자기 눈 앞에 웬 하얀수염의 할아버지가 나타나 무어라 이르신다. 앗! 이건 꿈인가, 생시인가.

이른 아침, 호텔 복도에 열려진 창문을 통해 슬쩍 밖을 내다본다. 아담한 호텔건물 너머로 신비스런 느낌을 자아내는 산등성이 하나가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푸르른 안개에 휩싸인 모습이 무언가 비밀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태고적 자연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무이산과의 첫 대면에서부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흘러나오는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천 길 절벽위에 솟은 암봉, 천유봉

무이산 입구에서부터 상쾌한 바람을 타고 싱그러운 초록의 기운이 온 몸에 스며든다. 기분이 더 없이 좋아지며 덩달아 걷는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우거진 수풀하며 곳곳에 두껍게 이끼낀 바위들이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음 속 깊이 느끼게 해준다.

천 길 절벽위에 솟은 암봉으로 무이산 최고의 절경을 펼쳐보이고 있는 천유봉. 이 곳을 오르지 않고서는 무이산에 왔다간들 정작 알맹이만 쏙 빼놓는 격이라는 말에 혹해 굽이굽이 이어지 돌계단을 한 없이 오르기 시작한다. 가빠지는 숨에도 마음엔 오히려 여유가 넘쳐 흐른다. 언제 이렇게 마음 열어 자연속에 파묻힌 적이 있었던가. 그 동안 팍팍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위안을 받는 듯하다.

그다지 가파른 길은 아니지만 끝없이 놓여진 돌계단을 오르내리락하는 가마꾼들을 보고있으려니 냉큼 잡아서 타고 가고픈 마음이 일렁인다.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뤄 가마에 한명씩 태우고 가는데 그다지 편할 것 같지만은 않다. 가마타고 산을 타는 기분은 각별하지만 앞, 뒤에서 들려오는 가쁜 숨소리에 타고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누군가 살짝 귀뜸한다.

드디어 정상·이곳에 올라 수 많은 봉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그 수려함에 세상 모든 절경을 품은 듯 가슴이 벅차오른다. 천유봉에 오르면 도교의 이상세계인 봉래선경에 들어선다고 하더니 정말 그 말대로이다. 저 아래로 구곡의 굽이굽이 도는 물줄기들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마치 이 산의 주인인양 바라다보이는 경치를 한 곳, 한 곳 음미하며 눈에 가득 담는다.

36개의 봉우리와 9개의 협곡

중국 동남쪽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무이산은 각각의 전설을 간직한 36개의 봉우리와 특이한 99개의 암석, 2개의 병풍절벽, 9개의 협곡 등의 다양한 풍광을 보여준다. 특히 9곡을 따라 내려가며 갖가지 모양의 봉우리, 암석 등을 감상하는 재미가 아주 각별하다.

9곡에서부터 시작하는 뗏목타기는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정도이다. 굵은 대나무 7~8개를 엮어 만든 기다란 뗏목은 삿대를 젓는대로 물결을 따라 쉬엄쉬엄 흘러 내려간다. 가는 내내 서늘하고도 시원한 강바람은 여행의 피로를 날려보내준다.

물의 흐름이 잔잔해 1시간 안팎 걸리는 시간 동안 언뜻언뜻 졸음이 쏟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간간이 빠른 물살의 협곡을 지나가거나 줄지어 가는 뗏목끼리 경쟁을 벌일 때는 뜻밖의 스릴감에 즐겁기도 하다.

이곳은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물밑 자갈들까지 내려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맑은 날에는 7m 아래까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물이 맑은 만큼 물고기들도 많아서 뗏목 주변에 과자 부스러기 등을 뿌리면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뗏목을 타고 가면 구곡의 모든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쌍유봉이나 옥녀봉, 대왕봉 등 유명한 봉우리들을 볼 수 있으며 각종 기이한 모양의 암석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곳의 절벽바위들은 대부분이 검은색 빛을 띄고 있을 뿐 아니라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어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간간이 옛 사람들이 무덤으로 쓰던 동굴구멍도 발견할 수 있다.

쌍유봉은 어머니의 젖가슴과 모양이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두 쌍의 바위 중 한 쪽의 것이 더 작은 것을 볼 수 있다. 이곡쪽에서 찾을 수 있는 옥녀봉은 무이산에서 가장 수려한 절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정상에는 나무가 자라고 절벽은 광택이 나 마치 옥석을 조각해 놓은 듯한 모습이다. 대왕봉은 가장 웅장한 바위산으로 옥녀봉 맞은편에 있다. 해발 300m의 높이에 항상 구름이 감돌고 있는 모습이 마치 영웅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태고적 신비를 찾아서

무이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 일뿐 아니라 2,000여년 전의 문화유산이 그대로 보존된 문화 유적지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세계 문화자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된 만큼 세계적인 자연생태관광지로서 손색이 없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바로 무이산의 야생차이다. 무이산에는 바위틈에서 자라는 암차가 유명하며 그 중에서도 대홍포가 가장 진귀하게 꼽힌다. 생태계의 보고라 일컬어지는 계곡을 따라가면 곳곳에서 야생차밭을 만날 수 있다. 산 속 깊은 곳에서 사람의 손길 없이 자라난 이 야생차를 차 잎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쳐준다.

사람의 발길이 한 번도 닿지 않은 듯한 깊은 계곡을 간직한 무이산은 끊임없이 흐르는 계곡물, 각종 풀꽃들, 풍경처럼 펼쳐진 절벽들을 통해 태고적 신비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글·사진=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취재협조 대한항공 02-656-2001 웨이투어 02-3455-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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