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칠레 산티아고 - 남미여행의 관문
2. 뿐따 아레나스 - 태평양과 대서양의 조우
3. 뿌에르또 나탈레스 上 - 파이네 국립공원
4. 뿌에르또 나탈레스 下 - 빙하를 만나다
5.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 - 겨울에서 여름으로
6. 이과수 폭포 - 자연의 장엄한 오케스트라
7. 부에노스아이레스 - 남미 속 작은 파리

오후 3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30시간 남짓의 비행시간을 거쳐 지구의 반대편 칠레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남미를 연결하는 항공편으로는 란칠레항공이 가장 일반적이니, 어떠한 여정이던 칠레의 어느 한 도시를 거점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시장에서는 여전히 처녀지의 두근거림으로 남아있는 남미여행의 첫 관문이 칠레인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남미여행의 관문 ‘칠레를 만나다’

수도인 산티아고의 아르투로 메리노 베니세트 국제공항(Arturo Merino Benitez International Airport)은 예상보다 작다. 그러나 빠르게 처리되는 출입국심사의 허술함은 사실 산티아고 전 경유했던 로스엔젤레스 공항의 그것과 너무나 대조돼 오히려 유쾌한 기분을 만든다. 과연, 한쪽이 강하면 다른 한쪽은 느슨해지는 법.

모 여행사의 광고카피처럼 ‘일생의 단 한번 여행’이 될 수도 있기에 출발 전 몇 권의 관련서적들을 살폈다. 그러나 칠레는 유명관광지에 대한 설명보다는 평탄하지 않은(하긴 어느나라의 역사가 평탄하기만 했을까마는) 그네들의 역사를 먼저 바라봐야만 했다.

선거를 통해 세계최초로 사회주의 정권을 이룩한 아옌테 대통령 정부가 1973년 피노체트가 이끄는 군부의 군사쿠데타로 무너진다. 정권을 장악한 피노체트는 정치적인 적들에 대한 거침없는 숙청과 국민 대탄압 등 독재체제를 갖춰가는 한편 정권에 대한 정당성 확보를 위해 고속경제성장에 매달린다. 장기집권에 분노하는 시민들과의 일대격전 끝에 국민들은 1989년 자신들의 손으로 새로운 대통령인 빠뜨리씨오 알윈을 당선, 민주주의를 복원시켰다.

짧게 요약한 칠레의 현대사다. 눈치빠른 독자라면 벌써 무릎을 쳤겠지만 우리나라의 근 현대사를 2만20km가 넘는 지구 반대편의 국가에서 고스란히 재현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했다는 것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했다는 피노체트가 한국기업들의 진출에 적극적으로 호응, 한국자동차나 백색가전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가 일본브랜드를 제칠 정도라는 사실 외에 한국과 칠레를 잇는 연결고리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와 비슷한 역사의 질곡을 거쳐 온 칠레인들은 서럽도록 부러운 풍성한 자연환경과 유산을 토대로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화의 토대와 기틀을 만들고 있다.

칠레는 왼편으로는 태평양을, 오른편으로는 안데스산맥을, 북쪽으로는 지구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아따까마 사막을, 아래 남쪽으로는 빙하를 끼고있는 이른바 ‘육도(陸島)’의 고립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 기후와 지형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가 칠레라는 한나라에 공존하고 있다.

안데스 산맥 ‘설산을 만나다’

산티아고 시내 중심에서 2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어느샌가 버스는 안데스산맥을 타고 아르헨티나로 향하는 국도의 구비길을 아슬아슬하게 곡예하고 있다. 기압이 높아지는지 귀울림과 한기가 약간씩 느껴지는데도 버스의 여정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점점 깊숙이 들어가는 도로를 보며 만년설을 자랑하는 안데스산맥에 이렇게 가까이까지 문명의 이기가 접근해도 되는 것인지 의아해졌다. “이 도로는 안데스산맥을 관광하러 온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아르헨티나와의 가장 활발한 무역통로인 이 도로는 아무리 눈이 많이 온 날이라도 깨끗이 눈청소가 돼 있지요” 가이드의 설명이다. 과연 듣고 보니 앞뒤로 달리는 차들 모두 무엇인가를 잔뜩 실어나르는 트럭이다.

30여분을 더 달려 시내에서 동쪽으로 45km 정도 떨어진 엘 콜로라도(El Colorado)리조트에 도착했다. 아르헨티나 국경방향인 이곳의 안데스는 코스가 길고 건조해 겨울철 스키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산맥의 장엄한 경관과 함께 만년설이 밑으로 흘러 녹으면서 형성된 마포초강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본격적인 스키시즌을 대비해 준비가 한창인 리조트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자 큰 창으로 들어서는 안데스산맥의 풍경이 한 장의 사진처럼 시야에 박힌다.

안데스산맥에 대한 팁하나 더.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하기 10여분 전은 아무리 졸음이 몰려와도 창밖을 관망해 보길 권한다. 작은 비행기의 창을 통해 끝없이 이어지는 안데스 산맥의 거대함은 놓치기 아까울 정도며 막 솟아나는 구름을 내려다 보고 서 있는 설산의 위엄은 한 두 마디의 말로는 표현할 길이 없다. 게다가 구름 아래로 부드럽게 굽이치는 낮은 산맥들은 하늘 및 바로 아래 융단을 깔아놓은 듯 몽환적이다.

산크리스토발 언덕 ‘마리아 상 시선의 끝에 서다’

안데스산맥을 뒤로 하고 산티아고 북쪽의 산크리스토발 언덕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 일몰과 함께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칠레 교포들 사이에서 ‘남산’으로 통하는 산크리스토발 언덕 정상에는 마리아상이, 계단 밑으로 예수상이 조용히 서있다.

언덕 위 마리아상은 1918년 스페인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정부가 칠레에 선물한 길이 18M의 조형물로, 해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는 밑에서부터 하얀 조명을 쏟아내 산 아래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대조된다.

애칭인 ‘남산’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한인들은 이 산크리스토발 언덕 밑의 거리에서 상가를 형성하고 있다. 처음에 이곳에 도착했을 때 펼쳐지는 전경과 야경이 한국의 남산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현재도 산티아고 교민의 90%가 언덕밑에서 의류상가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니 전혀 빈말은 아닌 모양이다.

산티크리스토발 언덕은 단순히 멋있는 전망만을 가지고 있는 곳은 아니다. 언덕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산티아고 시내의 전경은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금새 알 수 있을 만큼 빈촌과 부촌이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 왼편으로는 고층 건물에 널찍한 공간의 집들이 펼쳐지는 반면 오른편으로는 낮은 판자촌이 모여있다. 두 개로 나뉘는 도시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산크리스토발 언덕이다.

언덕을 오르려면 버스나 작은 등반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반대편으로는 케이블카가 연결돼 있어 편한 하산길이 보장되지만 사실 전망이 그리 좋지는 않다. 한국 패키지의 경우 대부분 단체버스로 언덕까지 연결하며, 등반열차를 이용할 때는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칠레 사진·글=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란칠레항공 02-775-1500

칠레 기본 정보

▲시차 : 한국보다 13시간 늦다
▲전압 : 220볼트가 대부분.
▲인구 : 약 1,400만명
▲환율 : 미화 1$≒666페소(칠레) 5월 24일자 기준.
▲한인거주현황 : 산티아고에 1,500명 정도가 모여살고 있으며 지방도시에도 다수 있다. 대부분 의류업 도소매에 종사한다.
▲호텔 현황 : 하얏트 리젠시, 메리어트, 쉐라톤 스텐다드 등 5성급 호텔과 크라운 플라자, 알로하, 마제스틱 등 4성급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사람들은 주로 5성급 호텔을 이용한다.
▲한인 업체 현황 : 한인여행사로는 코리아나여행사와 아시아나여행사 두 곳이 영업중이다. 한인 식당은 ‘이화’와 ‘데끼리’ 두군데가 자리잡고 있으며, 한인 중국집과 노래방이 각각 1곳씩 성업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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