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큰 예산을 투입해서 관광지를 개발하는 목적은 단순히 외화를 벌자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국내관광을 통해서 우리나라 산천과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아를 성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며, 또 조국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다음 세대들에게 오늘의 선배들이 조국의 대자연을 가꾸기 위해서 그렇게도 애썼구나하는 감동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상의 글은 박정희 대통령 전자도서관에서 찾아낸 1978년 신문기사의 일부이다. 여기에서 박대통령의 관광지 개발의 기대효과, 자연 친화적 관광지 개발, 관광지 등 국토건설의 역사적 소명성, 국내관광에 대한 정책적 합의 등을 읽을 수 있다.

최근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선거를 앞두고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관광지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으나, 대부분 사업비 조달계획이 엉성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한다. 동 기사의 논거로 제시한 사례와 사실에 대해 정확성과 관점은 다를 수 있지만 선거시기에 관광지 개발계획의 발표가 늘어나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관광지는 2000년 말 현재 관광진흥법상 관광지 197개를 포함하여 유원지, 관광농업지역, 온천지구, 자연휴양림, 자연공원, 도시자연공원 등 총 1485개에 달하고 있다. 이들 중 20∼30% 가량이 관광지 지정 사무의 시·도 이양 후 5년 동안에 지정됐다는 점에서 선거와 관광의 함수관계는 일정부분 인정된다.

관광을 정책으로 볼 때 정치기능은 경제, 사회, 문화, 교육, 환경, 무역, 국토건설등에서의 다양한 기능 중에서 매우 비중이 높아 보인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관광정책은 이 민족의 역사적 박해에 대한 동정심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 억압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평가되며, 북한의 관광정책은 얼마전 까지 체제의 우월성을 홍보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으며, 저개발 국가에서의 관광정책은 외화벌이와 함께 세워지는 호텔의 높이와 화려함에 국민의 의식을 동일시함으로써 현재의 가난함과 부당한 전제정치에 대한 인식에 혼란을 주는 집단최면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관광의 정치 기능은 수년전 북한과의 서해교전이 금강산 관광으로 확전을 피하게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선거 때마다 관광개발계획이 집중적으로 발표될까? 그것은 아마 관광개발계획의 외면적 화려함과 굴뚝없는 산업으로 고용확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유권자의 마음을 끌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큰돈을 들여서 만든 보고서는 왜 선거 이후 공무원의 캐비넷속에서 기약 없는 긴 잠에 빠지게 되는 걸까?

필자의 경험으론 그것은 첫째, 참모들이 써주는 대로 외쳐대다가 선거가 끝나면 잊어버리는 선거후보의 관광에 대한 인식부족. 둘째, 계획과정에서는 지나치게 간섭하다가 막상 보고서가 나오면 읽어보지도 않는 공무원의 무책임. 셋째, 용역비와 기간 그리고 공무원의 간섭을 이유로 자존심과 최선을 회피한 계획가. 넷째, 단계별 계획의 내용적 범위와 용역비용에 대한 산출근거가 결여된 현행 제도. 다섯째, 매년 선거 때만 보이는 후보의 공약을 검증하지 않는 시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관광지 개발에 관한한 박대통령에게 면목이 없는 셈이다.

한국관광연구원 연구위원
stkim@k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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