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칠레 산티아고 - 남미여행의 관문
2 뿐따아레나스 - 태평양과 대서양의 조우
3. 뿌에르또 나탈레스 上 - 파이네 국립공원
4. 뿌에르또 나탈레스 下 - 빙하를 만나다
5.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 - 겨울에서 여름으로
6. 이과수 폭포 - 자연의 장엄한 오케스트라
7. 부에노스아이레스 - 남미 속 작은 파리

이번 여행에서 만난 칠레 최남단의 도시 뿐타아레나스(Punta Arenas)는 다음 목적지인 뿌에르토나탈레스를 위한 중간 기착지였다. 빠르게 스쳐 지나간 일정이었지만 발음도 쉽지 않은 이 도시가 강하게 각인된 것은 분명 ‘지구는 둥글다’는 명제를 현실에서 증명한 마젤란 때문이었으리라.

페르디난도 마젤란의 흔적을 더듬다

1520년. 마젤란은 망설이고 있었다. 대서양과 태평양의 경계를 넘기 위해서는 남극과 남미대륙 사이에 있는 드레이크 해협을 건너야만 하는데, 자신의 목선으로 남극의 폭풍과 파도를 감당하기란 그야말로 목숨을 건 항해가 될 터. 그렇다고 1년 전 스페인을 출발한 후 대륙횡단을 위해 계속 남하해온 여정을 다시 되짚을 순 없는 일이었다.

잠시 시간을 벌자는 의도였는지 방향을 우회한 결정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마젤란은 이 뿐따아레나스에서 ‘불의 섬’이라는 뜻의 띠에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 사이의 해협을 따라 서쪽으로 항로를 바꾼다. 그리고 얼마 후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가장 안전한 통로 ‘마젤란 해협’이 세계의 환호속에 공개됐다.

마젤란해협은 우여곡절 많았던 파나마 운하가 건설되기 전까지 400여년 동안 명실상부 대서양과 태평양 교역의 중간지로 찬란하게 번성했다. 더불어 해협을 건너는 모든 무역선박의 휴식처였던 뿐따아레나스 역시 뱃사람들의 발길과 함께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갔다.

1914년 파나마 운하의 건설과 함께 마젤란 해협도, 뿐따아레나스의 영광도 아련한 흑백영화의 추억으로 남게 된 요즘이지만 이곳은 최근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남극이 새로운 개척의 땅으로 주목받으면서 ‘남극기지의 교착점’으로 새로이 부상하기 시작한 것. 남극빙하와 함께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일하게 두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해 헬기투어 등의 옵션상품이 인기다. 요금은 경비행기와 배, 1일 관광 등을 포함해 1인당 미화 150달러 수준. 이밖에 12월부터 2월 사이에 볼 수 있는 펭귄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뿐따아레나스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이동하면 다소 작고 부리가 날카로운 잭카스 펭귄의 서식지를 만날 수 있다.

짧은 시간 ‘또 한번의 기약’

뿐따아레나스에서의 시내관광은 빠듯한 일정으로 짧은 눈도장을 찍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공항을 출발해 시내까지의 풍경은 조금 한가로운 느낌.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들이 붐비는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가 도로 양쪽으로 보이는 집들 중 대부분이 별장이기 때문이란다. 마젤란 해협이 번성할 당시 유고슬라비아에서 많은 이민자들이 자리를 잡아선지 그리 높지 않은 유고풍의 건물들도 눈에 많이 띈다.

유고슬라비아 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기념물을 지나 마젤란이 썼던 기구들을 전시해 놓은 파타고니아 박물관이 길 왼편으로 보이면 시내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도시 중앙에 널찍히 자리잡아 도심 속 휴식처를 제공하는 아르마스 공원에는 2층(?)짜리 마젤란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동상은 대지주였던 호세 메넨데스(JOSE MENENDES)가 기증한 것으로, 공원 인근에는 당시 메넨데스 가문의 세력을 짐작하게 하는 옛 저택이 박물관으로 개조돼 운영중이라 한다.

동상은 인디오의 모습을 새겨놓은 4각의 부조위로 마젤란상이 먼 곳을 응시하며 올라서 있다. 이 인디오 동상의 밑으로 뻗은 발의 발가락은 사람들이 하도 만져 색이 바래 있을 정도. 전해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발을 만지는 사람은 다시 한번 이곳으로 올 수 있다는 설과 옛날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기도라는 설도 있다. 어찌됐건 밑져야 본전! 슬쩍 동상한테 걸어가 황동색으로 변해버린 청동상의 발가락을 가만히 쥐어봤다.

약간 의외인 사실은 뿐따아레나스의 간판스타인 동상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낙서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안전이나 행복을 기원하는 문구도 없지는 않으나 인디오 동상의 얼굴까지 매직으로 침범당해 있다. 발에 키스를 하거나 꽃을 바치는 사람도 있다지만 어디에나 극단주의자는 있는 셈인가. 마젤란해협을 통해 도시가 발달하면서 마젤란을 동경하고 사모하는 사람들의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인디오의 얼굴에 장난스럽게 그려진 낙서가 못내 마음에 걸린다.

뿐따아레나스 글·사진=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란칠레 항공 02-775-1500

뿐따아레나스는 칠레의 최고 쇼핑지역

칠레에는 크게 두개의 국제면세 지역이 있다. 하나는 북부 사막지대인 아따까마에 세워져 있으며, 나머지 하나는 바로 이곳 뿐따아레나스다. 수도인 산티아고에서 2,000Km나 떨어져 있는 오지의 지역 경제 부흥을 위해 정부가 지정한 경제 블록인 셈이다.

시내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이곳 ‘소나 플랑카(Zona Franca)’에서는 필름이나 카메라 등 전세계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물건을 완벽한 면세로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일정 금액을 넘기거나 대량의 물건을 나른 나라로 유통시킬 경우에는 세금이 부가되지만 여행자들이 구매하는 소량의 품목에 대해서는 확실한 면세가 보장된다.

이 면세지역 탓인지 뿐따아레나스 도시 자체가 면세지역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물건값이 저렴한 것도 사실. 주변 빙하지대를 여행하기에 앞서 두꺼운 스웨터나 목도리 등을 준비하기에도 좋다.

「피스코 샤워」에 휘청이다

처음에는 칠레의 전통 술 정도로 생각했다. 원래는 페루 피스코에서 생산되는 술이었으나 요즘에는 전 남미에서 통요되는 술이다. 하긴 피스코라는 술의 도수가 40% 정도니 우리나라의 소주 칵테일 정도로 이해하면 쉽겠다.

포도주를 증류시켜 만든 ‘피스코’라는 술에 토닉워터나 레몬즙 등을 섞어 칵테일로 만든 ‘피스코 샤워’는 칠레를 떠나고서도 남미여행 내내 ‘웰컴 드링크’로 빠지는 법이 없었다. 빙하관광을 할 때는 3만년 된 빙하를 녹여 만든 피스코 샤워라는 말에 현혹돼 한잔, 전통음식을 먹을 때는 피스코 샤워가 어울린다고 해 또 한잔…

정작 여행중일 때는 입맛을 들이지 못해 잔을 비우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서울에 와 매실음료와 섞어 마시니 그 맛이 또 일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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