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보면 중요한 관광시장으로 우대받는 일본과 비교해 어쩔 수 없이 초라함을 느낀다. 괌의 경우 한국이 두 번째로 큰 인바운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일본관광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넘쳐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9.11 테러 이후 한국의 관광잠재력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시장 아직은 탐색중?

미국은 물론 유럽이나 일본인들의 여행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와중에도 한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감소폭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또한 그 이후에도 단기간 안에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거나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는 시장으로 강한 인상을 줘 다시 한번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거리 여행목적지는 물론이고 캐나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장거리 목적지에서도 한국은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한국시장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9·11테러 이후 전반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전 세계 관광산업은 아직 적극적인 공략을 유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국 관광청들은 예산 부족과 아직은 그 수가 적다는 것, 그리고 한국관광객의 투어가 한국 랜드사 위주로만 진행되어 현지의 수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수적으로는 한국보다 적으면서도 엄청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국 시장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본지 기사들이 참가했던 중장거리 해외 목적지인 뉴질랜드 관광교역전(TRE-NZ), 캐나다 랑데뷰, 호주관광교역전, 미국 파우와우(POWWOW) 등 주요 관광대국들의 인바운드 관광전을 통해 달라진 한국 시장의 위상과 현지의 분위기를 전한다.

한국 시장 위상 어디까지 왔나

미국상공부가 내놓은 통계에 의하면 한국 시장의 규모는 우리 스스로의 기대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2001년 통계를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 인바운드 시장에서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에 이어 전체 순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4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영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62만7,000여명이라는 숫자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지만 놀라운 것은 9.11테러이후 모든 관광객들이 급격히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베네수엘라(-1%) 다음으로 적은 -5%의 감소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19%를 기록했던 일본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2002년 한해 동안에도 한국은 2001년과 비교해 5%의 성장을 보일 전망이며 향후 3년간의 전망에 따르면 2001년에 비해 36%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홍콩(41%)에 이어 중국(36%)과 함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에 비해 한국시장은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테러사태 이후 대부부의 주 혹은 도시의 관광청들이 일제히 해외마케팅을 중단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국에 대행사 혹은 사무실을 두고 있던 매사추세츠 관광청이나 라스베이거스/네바다주관광청, LA 관광청, 알래스카 관광청 등이 일제히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활동을 축소하거나 중단했었다.

그러나 이후 시장회복에 따라 재개되어야 할 해외시장 지원에서 한국은 아직 뒷전으로 크게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각 지역 관광청 관계자들은 한국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예산삭감이나 수적인 열세를 이유로 아직 이렇다할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시의 경우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면서도 아직 한국관광에 대한 통계나 기본적인 조사 자료조차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올해 파우와우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5위나 되는 한국이 푸대접을 받는 것을 안타까운 일이다. 상품을 기획하는 랜드들에게는 파우와우같은 대형 관광전 참여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여행사에서는 GSA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며 전문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의 경우에도 한국 시장은 좋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뉴질랜드 관광청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뉴질랜드를 방문한 관광객수는 총 191만 2,458명. 미 테러로 전세계가 암울한 분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9%의 성장률을 보이며 약진을 계속했다.

뉴질랜드를 방문하는 전세계 국가 중 상위 5위 국가에는 부동의 1위를 탄탄히 고수하고 있는 호주에 이어 영국, 미국, 일본, 한국이 뒤를 잇고 있다. 이 중 5위인 한국은 전년대비 30% 성장으로 업계 관계자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이같은 수치는 특히 다른 아시아국가인 대만(-10%)이나 싱가포르(-6%), 일본(1%)과 비교해 더욱 큰 차이를 보였다. 뉴질랜드 관광청의 토니 에버릿(Tony Everitt) 아시아지역 담당관은 “한국은 매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시장”이라며 “올해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권 국가에 대해 좀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시장으로 자리잡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광시장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됐다. 한국관광객은 입국자수로는 상위 5위를 차지하는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 관광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익적인 부분에서는 그닥 높은 수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뉴질랜드관광협회(Tourism Industry Association/TIA)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관광객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은 전체 관광수익 중 4%에 해당하는 191억 뉴질랜드 달러. 지난해와 비교해 29%나 성장했으나 전체중 12%를 차지하는 일본에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이와 관련해 뉴질랜드측은 골프나 스키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을 강도있게 프로모션할 계획이다.

캐나다 관광청에서 발표한 ‘2002년 마켓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멕시코와 더불어 관광객 입국이 증가한 유일한 시장이다. 미 9.11 테러 여파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은 지난해 14만 2,900명이 방문, 전년대비 6.8%의 성장률을 보였다. 또한 올해 1월까지 9,421명이 방문, 같은 기간 대비 16.9% 성장률을 나타내는 등 한국 시장은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긍정적인 수치와 관계자들이 인정하는 잠재력이 곧바로 캐나다 인바운드 시장에 대한 영향력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한국 시장은 캐나다의 다른 인바운드 시장에 비해 볼륨 파워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밴쿠버, 나이아가라, 휘슬러와 록키 상품 등 일부 상품에 모객이 집중되는 편식 현상은 그 밖의 다양한 목적지(PMO)와 현지 업체의 한국 홀대를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노스웨스트주의 오로라 관광상품인 옐로우 라이프의 경우가 단적인 사례. 한국 업체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옐로우 나이프 상품의 경우 현지 항공 및 에이전시가 한국 시장을 홀대, 유사한 상품이 있는 유콘주로 방향을 바꾸게 된 것. 이유는 타이완 및 일본 시장의 볼룸이 한국 시장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현지 랜드에 의해 상품 개발이 이뤄지고, 호텔과 차량 등 현지 수배 업무에 대한 랜드 의존도가 높아 한국 업체들이 현지 에이전시와의 직거래 보단 현지 한국 랜드 거래에 신경 쓰는 경향이 강한 탓”이라고 풀이했다.

“한국 시장 성장은 눈부시지만 뭔가 아쉽다.”

지난달 말에 열린 호주 최대 인바운드 관광교역전 ATE(Australia Tourism Exchange) 2002에서 호주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이 보여준 성장에 상당히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리차드 비어(Richard Beere) 호주정부관광청 아시아담당 총괄국장은 아시아 시장 분석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뜻하지 않는 사건 등으로 세계가 혼란을 겪어 왔던 지난 6개월간에도 한국시장은 강한 성장세를 보여줬다”며 “올 한 해동안 전년대비 12%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한해동안 호주를 방문한 한국인수는 18만1,000명으로 전년대비 11.5%가 성장했다. 2000~2001년 성장비가 10.4%였던 것과 비교해도 지속적인 성장세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데다 이러한 움직임이 대부분의 주요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시장이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방문객 수치의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자니 니(Johnny Nee) 호주정부관광청 동북아 담당 국장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은 고급 수요자와 단체관광, 개별여행, 비즈니스 여행 4가지 부문에 고루 걸쳐 소비자들이 분포하고 있다”며 “현재는 단체관광이 55%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개별여행 등이 증가하고 있어 시장의 변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한 니 국장은 한국인들의 여행형태도 허니문, 배낭여행, 인센티브 등의 부문에서 신상품이 개발되는 등 새로운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호주정부관광청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콴타스호주항공과 오스트렐리안항공 등 호주 국적 항공사들은 아직 한국과 호주간 직항 노선 개설에 긍정적인 답변을 주지 못해 아쉬움을 줬다.

오스트렐리안항공은 지난해 10월 ‘국제 레저 항공사’라는 목적으로 출범한 이래로 케언즈에서 일본의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와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등 총 6개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내 베트남, 말레이시아 페낭,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의 푸켓 등을 취항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서울에 대해서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막연히 1년은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다만 호주정부관광청은 물론 각 주정부 관광청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프로모션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한국에 담당직원을 두고 있는 골드코스트와 케언즈가 속한 퀸즈랜드주와 함께 최근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주관광청과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관광청에서는 한국 시장에 보다 많은 상품과 목적지를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어 홈페이지 개발에도 활기를 띠고 있어 호주정부관광청이 새로 오픈한 오스트렐리아 닷컴에서도 한국어 작업이 진행중이며 빅토리아주도 조만한 별도의 한국어 홈페이지를 오픈할 예정이다. 에어즈락이 속한 노던테리토리 주 등에서도 한국어 서비스 개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혔다.

김남경·천소현·박은경·임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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