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선거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여러 대권주자들은 앞으로 있을 TV토론에 대비하여 이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과외수업을 받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President-Making’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당수의 이미지는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이미지관리’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면서 Image(이미지)+Management(관리)의 합성어인 ‘Imagement’가 자주 대권주자들의 입에 등장하는 용어가 되어버렸다.

대권주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1988년 미국 TV토론 사례를 하나 지적한다. 1988년도 미국의 부시 대통령출마자와 미국 최고의 CBS앵커맨 댄 레이더의 생방송 인터뷰는 9분간 TV의 위력을 충분히 보였다. 1월 26일 CBS 이브닝 뉴스에서의 인터뷰 사건은 이후 대통령 선거 캠페인과 언론보도 및 퍼블리시티에 관한 많은 것을 시사했다.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조지 부시 당시 부통령은 CBS 앵커맨 댄 레이더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부시의 성격에 대해 비난하자 CBS와 레이더가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부시측에 잘못된 방법으로 접근했다고 역공을 가했다.

또 부시는 CBS가 정치적인 문제만 다룰 것을 약속해 놓고, 부시의 출마에 대해 반론을 불러일으키고 이란 콘트라 사건의 도화선이 된 무기문제를 함부로 꺼냈다고 말했다. 그리고 레이더가 인터뷰가 있기 몇 달 전 테니스경기 중계가 길어지자 CBS 이브닝 뉴스 촬영 도중 나가버린 사건에 대해 언급해 레이더를 당황케 했다.

그때 레이더의 돌발행동으로 CBS는 약 7분 가량 방송을중단해야만 했고 레이더는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곧이어 부시는 “왜 내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란 사건에 대한 단편적 해석으로 나의 전 경력을 판단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내가 뉴스촬영장을 나가버린 그 7분간으로 당신의 커리어 전체를 판단한다면 당신은 어떻겠느냐?” 라고 물었다.

레이더가 곧장 대답을 않자 부시는 “도대체 당신이라면 어떻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부시는 또 “당신은 내가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암시하면서 나의 결백함을 비난하고 있다. 나는 페어플레이를 요청한다”라고 말한다.

부시는 인터뷰 직전 그가 이란 콘트라 사건에서 커다란 역할을 했음을 암시하는 녹화방송이 나간 것에 대해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문제의 녹화방송이 방영된 후 부시는 인터뷰를 취소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취소 대신 그는 인터뷰에 공격적으로 임했다.

9분 동안의 고함과 언쟁, 방송수위를 넘는 비난은 엄청난 볼거리였다. 당연히 CBS뉴스는 부통령의 전투적인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방송이 끝난 후 CBS측은 인터뷰가 3주전부터 협상된 것이고 부시측 참모들에게 인터뷰가 특정 이슈를 다루고 공격적일 것이라는 걸 사전에 알렸음을 발표했다.

부시는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단호히 “다음부터 기자회견장에서 내게 질문을 하기 원한다면, 더이상 이런 수작은 집어치우시오”라고 말했다. 이 방송이 나간 후 CBS에는 레이더를 비판하고 부시를 지지하는 시청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인터뷰 당일 레이더는 방송 관계자들과 세 시간에 걸친 리허설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앵커맨이라기보다는 마치 토론에 참가하는 후보자와 같이 치밀한 사전준비를 했다. 부시캠프도 인터뷰 가운데 복병을 만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철저히 준비를 했다. 레이더가 방송촬영장을 그냥 나가버린 사건으로 레이더를 놀라고 어쩔 줄 모르게 만든 부시의 공격은 이미 사전에 연습된 것인지 모른다.

지난 1월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KBS TV 신년 인터뷰에서 아주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앵커이름을 직접 부르면서 인터뷰에 응하는 것을 보고서 완전히 달라진 이회창총재의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TV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많은 가정교사수업을 받은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어쨌든 레이더와의 한판 승부는 조지 부시 캠페인의 형세를 바꾸어 놓았다. 이란 콘트라 관련보도가 순식간에 잠잠해졌고 조지 부시는 결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전략없는 인터뷰나 앵커에게 끌려만 다니는 인터뷰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커뮤니케이션 코리아 대표 kyonge@commkorea.com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