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칠레 산티아고 - 남미여행의 관문
2 뿐따아레나스 - 태평양과 대서양의 조우
3. 뿌에르또 나탈레스 上 - 파이네 국립공원
4. 뿌에르또 나탈레스 下 - 빙하를 만나다
5.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 - 겨울에서 여름으로
6. 이과수 폭포 - 자연의 장엄한 오케스트라
7. 부에노스아이레스 - 남미 속 작은 파리

칠레는 전체 땅덩어리 중 19%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48개의 자연 공원들은 천연의 모습 그대로 희귀 동식물들을 감싸 안고 있으며, 이중 유네스코가 지정한 파이네 국립공원은 칠레 5대 공원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절경을 자랑한다.

희귀 동식물들의 천연요새

뿐따 아레나스에서 북쪽으로 3시간여를 꼬박 달려 도착한 뿌에르토 나탈레스는 인구 2만명의 조그마한 도시. 파이네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데다 빙하투어가 가능해 북적거리는 관광지를 예상했지만 생각과 달리 겨울 바닷가 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고적함이 마을을 푸근히 감싸고 있다. 성수기인 11월부터 3월을 비껴 찾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여행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는 지난 99년 10월, 2년여의 작업 끝에 ‘여행자가 일생에 꼭 가봐야 할 곳 50선’을 선정해 발표했다. 여행지는 특성에 따라 도시공간,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에덴의 요새, 지상낙원, 문명과 자연의 조화, 세계의 경이 등 5개 부문으로 나뉘어 선정됐는데, 이곳 칠레 파이네 국립공원은 지상낙원으로 선정된 10곳 중 하나다.

뿌에르또 나탈레스에서 출발해 아르헨티나와의 국경부근에서 관광을 시작했다. 도로 오른편으로 국경을 가르는 긴 산맥들을 볼 수 있는데, 긴 도로는 방문객이 많은 여름에는 6인승 경비행기들의 이착륙 장소로도 많이 애용된다고 한다.

파이네 국립공원에서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 ‘매일 아침 일기예보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총살을 당할 것’이라 했던가. 위로 오를수록 바람만이 강하게 휘몰아쳐 걷기 힘든 지역도 있지만 출발 전 강추위를 예상해 챙겼던 모자와 목도리, 겹겹의 스웨터가 무색할 만큼 5월 파이네의 낮은 따뜻했다.

공원입구에서 제일 먼저 관광객을 맞는 것은 낙타과 종류의 구아나꼬다. 이곳 남미에서는 지역에 따라 야마, 알파카, 비꾸냐, 구아나꼬 4종류의 낙타과 동물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중 야마와 알파카는 사육이 가능하지만 다른 두 종류는 야생성이기 때문에 공원내에 서식하도록 보호를 받는다고 한다.

입구에서 무리지어 풀을 뜯고 있던 구아나꼬는 사람들이 가까이 가자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지만 도망가지는 않는다. 자체적으로 낮은 기온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이곳 칠레 남부지역에서 밀집해 있으며, 파이네 공원에만 약 5,000마리 정도가 생활하고 있다.

내맘대로 다양한 트레킹 코스

24만2,000헥타르의 대규모를 자랑하는 파이네 국립공원은 일정에 따라 다양한 트래킹 코스를 구성할 수 있다. 파이네 일주코스도 있으나 대부분 3박4일 정도를 투자해 빙하관광과 짧은 트래킹을 즐긴다. 일정이 빠듯한 사람을 위해서는 왕복 6시간 코스의 하이킹도 인기다.

그러나 일정은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여행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법. 미국이나 유럽 여행객들은 일주일이나 10일 이상씩을 지도하나 들고 산을 탐사하기도 한다. 국립공원내에는 오두막 형태의 레퓨지오(Refugio) 시설이 잘 정비돼 있어 숙소나 먹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 일행은 하루 일정으로 인해 지프와 짧은 트래킹을 중심으로 공원을 한바퀴 넓게 돌았다. 파이네 강을 중심으로 그레이호까지 반원을 그리며 내려왔는데, 국경 부근을 돌아 나오다보면 멀리 파이네의 뿔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파이네 탑(Cuernos del Paine)’을 볼 수 있다.

3개의 봉우리가 정말 탑처럼-혹은 뿔처럼-뽀족히 솟아있는 이곳 위로는 커다란 콘도르의 날개짓을 멀리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콘도르도 자주 출현할 뿐 아니라 운이 좋다면 퓨마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계절 탓인지 동물은 구아나꼬를 만난게 전부였다.

황토빛의 부드럽게 굽이치는 듯도 하고, 오랜시간 품어온 만년설로 인해 험준한 푸른빛을 띠기도 하는 파이네산의 산세도 장관이지만 길목 중간 중간에 만나는 강들의 색도 기가 막히다.

호수들이 성분에 따라 옅은 초록색부터 황토빛까지 다양한 색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4개의 색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호수도 있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졌다는 페후에(PEHUE)호는 호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긴 구간은 17km에 달한다고 한다. 수심도 280m나 돼 잔잔한 파도까지 치고 있을 정도.

시간이 여유롭다면 파이네 공원의 석양빛도 놓치지 않기를 권한다. 남미여행의 매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잘 알려진 파이네산의 노을은 하늘과 세상을 온통 노랗게 물들인다. 여름에는 약간의 백야현상으로 그 상태가 밤 10시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푸에르또 나탈레스 글·사진=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란칠레 항공 02-77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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