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세상에 핸드폰이 되지 않는 곳이 있다고 한다면, 분명 낯선 곳이 틀림없다. 주로 사진작가들에게 알려져 있으며 한 번 온 사람들은 그 기억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된다는 곳, 세상의 묵은 기운을 새롭게 정화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 우이도(牛耳島)이다.

천연기념물이 사는 섬

소귀를 닮았다고 하여 우이도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곳은 스물 일곱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의 주도이다. 최근 직항로가 생겨 하루 한 번 운행하기 전까지는 목포에서 47킬로미터인 도초도를 지나 다시 17킬로미터를 더 가야 만날 수 있는 숨겨진 섬이었다.

얼마 전 천연기념물인 팔색조(208호), 흑비둘기(215호)와 국내 미기록 등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많은 생물들이 발견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던 이곳 우이도는 조선 말기 신유사옥때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귀양가 죽은 정약용의 형 정약전의 유배지이며, 대원군의 실정을 상소하였다가 탄핵받아 귀양간 최익현의 유배지이기도 하다.

천리향 가득 돈목마을의 맛

파도를 가르며 지나가는 배 위에서는 해안가로 보이는 붉고 푸른 지붕들과 양식장들이 눈에 들어오고, 다도해가 보여주는 그 아름다운 풍경은 입을 다물 수 없게 한다. 무지개 빛 물보라를 헤치며 배를 타길 두 세시간, 우이도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돈목해수욕장의 모래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돼지의 목을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인 돈목마을(豚-)을 들어서자 저 멀리 산에서 뿜어 나오는 후박나무와 동백나무의 천리향이 코끝을 스쳐지나간다.

섬 곳곳에서 자유로이 방목된 흑염소는 이 우이도의 귀중한 특산물이다. 기암절벽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르내리며 산 곳곳의 귀한 약초들을 먹고 자라는 이 흑염소들은 미식가들에게 고급 음식으로 꼽힌다고 한다. 또한 이곳에서는 뭍에서는 먹기 어려운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다. 원한다면 별도의 요금이 없이도 직접 고기잡이배를 타고 나가 그물로 올려지는 수많은 종류의 어류들을 만날 수 있다.

진주 빛으로 반짝이는 생선살들을 입안으로 집어넣으면 씹지 않아도 녹는 듯, 다른 곳에서는 다시 맛보지 못할 새로운 입맛을 가지게 된다. 또한 섬 곳곳에는 유명한 낚시자리가 있어 직접 낚은 생선을 먹을 수도 있다.

곱디고운 모래알, 돈목해수욕장

해가 뜨고 짐에 따라 변하는 하늘의 구름들이 돈목해수욕장을 감싸안는다. 돈목마을 바로 옆에 위치한 돈목해수욕장의 모래들은 그 굵기가 일정하면서도 무척 곱다. 만의 안쪽이라 파도가 약하고 물 속으로 조금씩 들어가도 비슷한 해수면을 유지해, 일정한 간격으로 밀려갔다 밀려오는 파도는 발에 감기는 따뜻한 온도만큼이나 정감 있다.

손톱 만한 게들이 만들어 놓은 숨구멍들이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 크고 작은 구멍 주위로 게들이 뱉어낸 모래들이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로운 무늬들을 모래사장 가득 만들어 놓았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제각각 다른 옷을 골라 입고 나타나 그 아름다움을 뽐내는 해수욕장이다.

아찔한 높이의 모래언덕

돈목해수욕장 끝에는 우이도의 유명인사인 모래언덕이 있다.
갑작스런 모래바람과 파도로 사라져버린 돈목마을의 총각을 그리워하던 성촌마을의 처녀를 위해 산신령이 모래바람을 일으켜 처녀 역시 사라지게 만들었다는데, 그 이후로 모래언덕 능선 가장자리에는 관광객들이 하나 둘 씩 쌓아올린 돌탑들이 가지런히 생겨났다.

모래언덕을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높이 80미터가 넘는 모래언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과 모래언덕 왼쪽에 난 시멘트 길을 따라 성촌마을로 넘어간 후 모래언덕의 뒤편으로 올라가는 방법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발이 푹푹 빠지는 고운 모래를 헤쳐가며 올라가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힐 수 있다면, 후자는 산책하는 기분으로 해안 가에 난 구불거리는 길을 지나 모래언덕 뒤의 숨겨진 또 하나의 해안을 지나 오를 수 있다. 이 숨겨진 해안 가에서 물때를 잘 만나면 꽃조개를 한아름 캐볼 수도 있다.

이 모래언덕은 태안반도의 그것만큼 넓지는 않지만 그 경사도와 높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만들어내는 이 모래언덕은 매일매일이 다른 모습으로 바뀌지만 그 높이는 항상 일정하다. 모래언덕 곳곳에 바람이 만들어낸 물결무늬들. 돌탑에 돌을 하나 올려놓으며 각자의 짝사랑을 빌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모래언덕을 내려갈 때는 그 경사도로 아찔하다 싶다면 엉덩이를 모래언덕에 붙이고 썰매를 타듯 내려오는 것도 좋다. 한겨울 보드를 타는 것 보다 더 아찔한 체험이다. 밀물 때라면 바로 바다로 빠지는 신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빽빽하다는 성산 꼭대기에 오르면, 그 옛날 최치원 선생이 바둑을 놓았다는 전설의 바둑판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웬만한 사람들은 오르기 힘든 험한 산이라는 충고가 따른다.

또한 굳이 배를 따로 타고 나가지 않더라도, 우이도로 들어오고 나가는 여객선을 통해서 우이도 곳곳의 기이한 암벽들과 파도와 암벽들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소용돌이를 감상할 수 있다.

우이도는 핸드폰은 터지지 않는 오지(?)이지만, 진리에서 자가발전을 하는 덕분에 섬 곳곳으로 전기가 들어온다. 현재 6개의 민박집이 자리잡고 있으며 샤워시설과 화장실도 깨끗해 불편함이 없고 매점과 공중전화도 갖추어져 있다.

목포항서 우이도 가는 재미 ‘톡톡’

목포항에서 우이도까지 직항로가 생겨 하루 한차례 다닌다. 도초에서 한 번 갈아탈 경우 시간이 허락한다면 도초도 사람들의 자랑이라는 시목해수욕장을 방문할 수 있다. 런치 테이블과 야영장이 곳곳에 놓여있으며, 햇볕과 만나 반짝이는 바닷물이 넘실거린다.

또한 해수욕장을 가는 길에는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을 구경할 수 있다. 도초에서만 나온다는 쌀막걸리에 간제미회를 먹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 야채들의 서걱거림과 함께 매콤한 간제미의 감칠맛이 어우러진다.

목포항에서 배 시간을 기다리며 식사를 한다면 낙지요리 전문점인 독천식당(061-472 -4222)을 권하고 싶다. ‘전라남도 별미집’의 15군데 중 한군데로 지정된 이곳에서는 영산강에서 직접 잡은 세발낙지를 먹을 수 있다.

한 접시를 비울 때까지 꿈틀대는 산낙지를 입안 가득 넣고 혀로 떼어가며 우물거리는 맛이 가히 일품이다. 또한 별미중의 별미인 매콤한 낙지비빔밥과 시원한 국물에 세발낙지가 통째로 들어간 연포탕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처음 가본 낯선 전라도의 숨겨진 보석 같은 섬 우이도에서의 환상적인 경험. 먹어보지 못하면 모르는 그 맛, 밟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그 고운 모래사장, 보지 않으면 믿지 못하는 엄청난 높이의 모래언덕,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섬 마을 사람들의 인정과 따뜻함.

비교적 저렴한 숙박비(3인 기준 2만원)로 머물러 자연산 회(한 접시 2만 5천원)를 맛보며 두고 온 뭍을 걱정하지 않고 조용한 자연을 마음껏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이곳 우이도를 권한다. 한 번 오면 또 찾아오게 된다는 천리향 내음 가득한 우이도에 관한 내용은 어머니 같은 사장님의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묻어 나는 솔항공여행사(02-2279-5959)에 문의하면 된다.

글·사진=정다정 객원기자 akatowel@hotmail.com
취재협조=솔항공 여행사 02-2279-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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