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가 다시 불이 붙었다. 월드컵이 끝난 후 본격적인 성수기 손님맞이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대로 아웃바운드 업계는 정신없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올 여름 성수기, 아웃바운드 패키지 여행 업계의 최대 화두는 전세기 운항. 너도 나도 질새라 ‘여름 휴가 특선 전세기 상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여름처럼 전세기 운항 경쟁이 불이 붙었던 적은 없었다”고 할 정도다. 이미 대형 패키지 여행사들은 아주 오랜만에 등장한 전면 신문광고를 둘러싸고 한차례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올 여름 대형 패키지 여행사들의 전세기 운항 상품은 무엇보다도 다채롭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단골지역이었던 일본과 중국, 동남아는 물론이고 유럽행 전세기까지 등장했다. 동남아 또한 태국 방콕이 대부분이던 것에서 벗어나 태국의 푸켓, 인도네시아의 발리, 필리핀의 세부,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 등으로 확대됐다(지난달 3일 본지 커버스토리 참조).

전세기 운항에 동참한 업체들도 10여개에 이르고 한 업체에서 여러 지역을 커버하는 등 올 여름 성수기는 그야말로 ‘전세기’ 상품 운영에 성패가 걸려 있다.

■항공 좌석 운영 자율 최대 매력

여행사의 전세기 운항에는 어떤 득과 실이 있을까? 전세기 상품 개발이 갖는 매력은 무엇일까?
여행업 관계자들은 먼저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든다. 세계적인 여행사인 일본의 JTB가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JTB의 지속적인 전세기 운항이 일본인들의 폭발적인 해외 여행 수요와 맞물려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정규편과 달리 여행사가 직접 좌석을 가지고 판매하는 전세기는 여행자가 최대한의 자율권을 갖는다.

항공사와는 미리 협의된 가격만 지불하고 나머지 몫은 여행사가 운영하기 나름대로 챙길 수 있다. 특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성수기에는 항공 좌석을 잡는 것이 바로 수입하고도 직결되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좌석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전세기 운항이 적합하다. 특히 광고를 마케팅의 주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직판 여행사로서는 전세기만큼 소비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장점이 없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순풍에 돛단 듯

좌석 확보가 안정적인데다 가격마저 일반 상품보다 저렴한 것은 절대적인 매력이다. 실제로 같은 일정의 전세기 상품과 일반 상품의 가격을 비교했을 경우 전세기 상품이 일반 상품보다 10~20% 저렴하다.

광고를 앞세운 전세기의 위력 앞에선 홀세일업체들도 한숨을 쉰다. 전세기 상품 판매에 있어서는 출발 날짜를 앞두고 바로바로 소비자를 모객해야 하는 순발력과 기동력이 중요한데 홀세일 업체들의 마케팅과 영업은 이에 대처하기에 다소 뒤지는 것이 현실이다. 간판업체 하나투어가 지분참여를 한 직판여행사인 하나투어리스트의 탄생 목적도 전세기 상품 운영과 관계가 있다.

일단 7월초에 접어든 지금 전세기 판매 경쟁은 비교적 순풍이다. 6월에 출국하지 못한 해외여행 수요가 7월 들어 몰리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전세기 상품 판매 여행사들은 예정된 전세기 상품 모객이 벌써 80~90%에 이르고 있다며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중순은 넘어야 성패의 윤곽이 분명하게 드러나겠지만 일단은 ‘맑음’. 하지만 마지막 전세항공편을 띄우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고 표정관리를 잘해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공급 초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와

하지만 누구나 다 전세기 운항에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올해처럼 경쟁이 과열될수록 우려는 더욱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세기 운항이 성공을 거두려면 공급과 수요가 맞아야 하고 마케팅 활동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올 여름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9개사가 달려들어 전세기편 좌석만 총 2만3,000석에 이르는 일본 북해도가 심각한 형편이다. 지난 2000년 여름 롯데가 5차례의 전세기를 투입, 좋은 성적을 거두자 전세편 운항이 늘어난 북해도 지역은 올 여름 롯데를 비롯해 한진, 현대, 하나, 세중, 자유, KRT 등이 주 8편의 북해도 전세편을 띄우고 있다.

지난 여름에 비해 약 2배가 늘어난 셈이다. 롯데 패키지 영업본부장 백현 이사는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올 여름 북해도 방문객수는 1만5,000명”이라며 “호텔 등 고정적인 지상비 때문에도 가격 경쟁을 할 수 없어 결국 공급 초과로 피해를 보는 업체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사 융단폭격에 중소업체 ‘눈물’

전세기 운항 때문에 기존 상품이 피해를 볼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대로 판매만 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지만 못 팔게 되면 고스란히 여행사가 책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각 여행사는 전세기 상품 판매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신문 광고의 지면 대부분도 전세기 상품에 할애되고 있으니 전세기 상품이 아니면 찬밥신세라는 것이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오히려 일반 정규편의 판매 실적이 비수기 항공사의 좌석 배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일반 상품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행사로서는 일반 상품과 전세기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조율하는 역량에 따라 전체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전문가는 “전세기 상품의 마케팅 시점과 수요 공급 비중이 맞아떨어지면 오히려 일반 상품 판매도 호조를 보이지만 여행사별로 큰 차이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걱정이 앞서는 것은 중소여행사이다. 7월 들어 신문 광고 횟수가 그 전에 비해 최소 1.5배는 늘어난 대형 패키지 여행사의 융단 폭격 앞에 중소 여행사들은 자생력을 갖추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소 여행사 관계자들은 “신문 광고를 보이며 비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홀세일업체도 아니어서 무작정 손님을 넘기기도 걱정스럽다”고 밝힌다. 아울러 이런 중소 업체를 겨냥한 랜드사들의 영업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자료 수집이 성공 관건

전세기 운항이 해당 여행사 종업원들에게도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패키지 여행 영업 기획자라면 전세기 상품기획은 염두해 두고 있는 영업 방식이기는 하지만 과중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반 수요를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직원들이 나서서 사돈의 팔촌한테까지 상품을 팔아야 하는 영업 스트레스가 더 크기 때문이다. 또 일반 상품 판매 실적에 대한 부담까지도 떠안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남이 한다고, 남이 잘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무작정 전세기 상품 기획에 뛰어드는 것은 도박과도 같다”며 “적어도 내외적인 여건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해당 자료를 철저히 수집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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