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낮은 강렬하고 밤은 아름답다. 따가운 햇살과 함께 하는 강렬한 낮의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철철 흘러 넘치는 멋에 취할 수밖에 없는 태국의 밤 이야기부터 하겠다.

현지시각 새벽 2시. 배낭족의 안식처 방콕 카오산로드(Khaosan Road)는 여장을 풀자 마자 뛰쳐나간 첫 장소다. 허나 이내 몸을 기다린 것은 ‘술은 12시까지만 판매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 술 좋아하는 이땅의 여행자들이여, 명심하고 또 명심할 일이다.

결정적인 시간에 술을 팔지 않는 한탄은 호텔 냉장고에게로 돌아간다. 텅텅 빈 냉장고와 희뿌연 바깥 세상을 확인하고서야 잠든 그날 밤, 주의사항 명심했으니 태국의 밤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광란과 고요함이 혼재하는 치앙마이

술집 기행은 치앙마이에서 시작됐다. 치앙마이 하면 흔히 고산족이나 트레킹만을 떠올리시겠지만, 천만에 말씀. 대도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치앙마이의 밤 문화는 열정적이면서도 단아하다. 일단 ‘치앙마이의 한강’이라 일컬어지는 삥 강 주변부터 탐색 시작이다!

삥 강(Ping River)을 따라 늘어선 술집 어디라도 좋다.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라이브 무대 앞에 선 이들은 온 열정을 쏟아내고 밤을 불태운다.

나와랏다리(Nawarat Bridge) 건너 오른편으로 조금 가면 삥 강 주변에서도 알아주는 리버사이드(Riverside)라는 라이브 술집이 있다. 무대가 설치된 1층 홀은 말할 것도 없이 열광의 도가니다.

조금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홀에서 내려가 강이 보이는 곳에 마련된 테이블로 향한다. 강을 따라 이어진 술집들의 불빛에 취하고, 같이 한 사람과의 따뜻한 대화에 취하고, 결정적으로 술에 취한다. 카오산로드와는 달리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다음 날 찾은 코지코너(cozy corner)는 얌전한 여성분이라면 혀를 끌끌 차게 될 곳이다. 일명 봉 쇼라 불리는 이름만 야시시한 쇼가 술 마시는 내내 끊이지 않고 펼쳐진다.

허나 이름 그대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봉을 잡고 춤을 추는 작업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니 5분만 보고 나면 딱 질린다. 다음엔 술 마시는 작업에 열중. 태국 전통 맥주인 씽이 70밧, 우리 돈으로 2,100원 정도다. 타페게이트(tha phae gate) 외곽 쪽에서 남쪽으로 300m 정도에 자리했다.

일이 이리 되고 보니 심심하게 호텔로 가버릴 수 없게 됐다. 100밧이라는 거금을 지불할 테니 신나는 클럽으로 안내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툭툭(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 기사가 인도한 곳은 다름아닌 가라오케. 치앙마이 공항 근처 로빈슨(Robinson) 백화점과 로터스(Lotus) 할인매장 사이의 골목에 자리한 음침한 술집이다.

한마디로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가라오케에는 태국어는 아주 잘 하고, 일본어는 조금 하며, 영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종업원들만 있다. 조용필 노래로 한 곡 뽑으려는데 손전등 비춰가며 노래번호를 봐야 했으니, 손님 없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문 닫아 걸고 4시 정도까지 영업한다.

전통적이라 좋은 치앙콩

또 밤을 기다린다. 르언타이(Reuan Thai) 게스트하우스 앞 술집에서 포켓볼과 뜨듯한 맥주로 시간을 죽여가며. 조용히, 천천히 다가온 밤, 치앙콩 시내에서 매콩강을 따라 남쪽으로 약 500m 지점에 있는 문나잇(Moon Night)은 끈질기게 기다린 보람을 찾아주었다.

문나잇에서는 탱크탑에 전통 치마를 입고 춤 추고 노래하는 여인들의 무대가 끝나면 손님들의 무대다. 노래를 신청한 손님들은 가수 못지 않은 실력을 뽐내며 열광의 스테이지를 만든다. 신을 이기지 못한 손님들은 무대 앞에서 열정적이지만 촌스러운 춤을 한껏 뽐낸다.

그날 밤 그들과 함께 ‘한국의 춤‘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준 후 비워내기 무섭게 차 있는 맥주잔을 들이켰다. 당연하게도 치앙콩의 밤에 얼근하게 취했다. 일행 여섯명은 문나잇에서 모두 취하고 1,000밧을 냈다. 우리 돈으로 3만원 가량이다.

밤 문화는 역시 파타야

한마디로 말할 것도 없다. ‘놀려면 파타야로 가야 한다’는 한마디를 등에 업고 바로 달려간 파타야. 역시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었다.
일단 ‘볼 것은 보자’는 마음을 먹고 찾은 알카자쇼센터(alcaza show center)에서 맥주 한 잔을 걸친다.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어불성설과 같은 말을 실감하며 웅장한 쇼를 감상한다.

한국인이 워낙 많은지라 이곳이 한국인지 태국인지 고민할 때 즈음, 파라다이스로 향한다. 한국과 비슷한 나이트클럽에서 가수는 한국 최신가요를 부르고, 흥에 젖은 한국인들이 무대로 향한다. 앗! 한국! 역시 밤 문화의 선두그룹이었다!

너무나 유명한 알카자쇼센터는 북파타야와 센트럴파타야 중간 즈음 파타야 2번 도로 위에 자리했다. 파라다이스는 알카자쇼센터 바로 옆.

하지만 이보다 더 멋진 나이트클럽이 주위에 있다. 물론 한국인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남파타야와 파타야 3번 도로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헐리우드는 태국인들만 드나드는 나이트클럽이다. 저-어-기 위에 자리한 무대에서는 각종 공연이 펼쳐지고, 춤추고 싶은 사람은 그저 의자에서 엉덩이를 살짝 떼어 내고 몸을 흔들면 된다. 모두들 미치도록 즐겁게 논다.

영업은 11시부터, 쇼는 12시부터 시작된다. 음료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티켓 2장에 150밧, 한국 돈으로 4,500원이다.
그리고 스파이스걸. 이곳 분위기를 이렇게 말하겠다.

‘카메라 돌려주세요, 안 찍을게요’. 들어가자마자 빼앗긴 카메라를 두고 애걸하듯 말했다. 그렇다고 대단한 것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비키니 입은 여자들이 한쪽에 얌전히 앉아 있고, 한 명 한 명 불려가 손님 테이블로 앉는다. 단, 요구하는 손님에 한해서다. 그저 입가심 삼아 맥주 한 잔 마시기에 좋다. 워킹스트리트(walking street) 옆 파타야랜드 중간에 자리했다.

정열적인 낮과 아름답고 화려한 밤을 모두 맛보아야 하기에 태국 여행은 이래저래 바쁘다. 사람 좋아하고, 여행 좋아하는 사람치고 술 좋아하지 않는 사람 못 봤다는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태국의 밤을 즐겨보시라고 감히 말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숨어있던 그곳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태국 = 글·사진 이진경 객원기자 jingy21@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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