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낭만의 도시

도시의 차원을 넘어 이제는 사랑과 낭만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시드니. 시드니를 세계 3대 미항의 반열에 올려놓은 천혜의 자연과 그곳에 깃들여진 고즈넉한 아름다움에 빠져 보라. 누구라도 시드니를 사랑과 낭만의 도시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린 대형 조개껍데기들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양의 오페라 하우스에서부터 하버 브리지, 수많은 부두와 유람선 등 시드니를 대표하는 명물들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정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촉촉해지고, 잊고 지냈던 추억들을 고스란히 끄집어내는 그런 매력 말이다. 때문에 시드니에서는 정처 없이 걷는 것만으로도, 혹은 아무 곳에서건 무작정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동의 나이테를 켜켜이 쌓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열정적 도전 ‘브리지 클라임’

그러나 시드니가 품고 있는 매력의 스펙트럼은 이보다 훨씬 넓고 다채롭다. 마치 양파와도 같아서 한 겹 벗겨내면 또 다른 매력들이 겹겹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평화롭고 한갓진 시드니의 매력을 슬쩍 들춰보면 그 안에는 역동적이고 활기찬 즐거움이 빼곡하다.

“오페라하우스에도 들어가고, 시드니타워에도 올라가 보고, 유람선도 타보고…. 하여튼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 생각이에요.”
“그럼 브리지 클라임도 꼭 해보시겠군요?”

펍에서 호주산 캐스캐이드 맥주를 마시다가 술친구가 된 현지 아저씨도, 거리에서 길을 묻다 함께 걷게 된 묘령의 아가씨도 지레 신이 나서 브리지 클라임을 권한다. 시드니를 제대로 알려면 반드시 해 봐야 할 그 무언가 중 하나란다.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인들의 가슴까지도 콩닥콩닥 뛰게 만드는 걸 보면 낯설지만 절대 예사로운 코스는 아닌 듯 싶다.

브리지 클라임(Bridge Climb)은 말 뜻 그대로 다리 위를 오르는 체험 관광 코스다. 정복 대상은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시드니를 상징하는 하버 브리지. 브리지 클라임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통로와 계단을 이용해 하버 브리지의 아치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종착점인 아치 맨 꼭대기 지점의 높이는 해발 134m로 이곳에 서면 시드니의 전경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지난 1998년 마련된 이후 65만명 이상이 하버 브리지를 등정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에는 호주정부관광청의 투어리즘상을 받기도 했다. 하버 브리지 완공을 기념해 비공식적으로 아치를 정복하곤 했던 옛 젊은이들의 열정이 비로소 관광상품으로 정착한 셈이다.

브리지 클라임은 언뜻 생각하면 시시해 보이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높이도 높이려니와 바람과 비 등 변화무쌍한 기후조건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담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치 꼭대기까지의 거리도 1.5km에 달해 출발부터 아치 정복, 되돌아오기까지는 꼬박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복장과 장비도 철저하게 갖춰야 한다.

날씨 조건에 맞춘 안전복에서부터 통신장비, 안정장비 등을 완벽하게 갖춘 뒤에야 10명 단위로 전문리더의 지휘 아래 아치 정복에 나설 수 있다. 힘겹고 다소 버겁지만 그만큼 매력은 커지는 것일 게다. 게다가 오직 시드니에서만 가능한 일이니 그 희소성에서 비롯되는 뿌듯함은 또 얼마나 크겠는가!

제 날짜에 예약을 못했거나 시간이 촉박하다면 하버 브리지의 교각에 마련된 피런 전망대(Pylone Lookout)에 오르는 것으로 자위해도 좋을 듯 싶다. 이곳에 오르면 발 아래로 시드니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버 브리지 아치를 정복 중인 등반객들의 활기찬 표정도 생생하게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www.bridgeclimb.com

짜릿한 재미 ‘하버제트 보트’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만큼 호화 유람선에 몸을 싣고 오페라하우스 곁을 스치기도 하고 하버 브리지 밑을 통과하면서 항구도시의 낭만에 잔뜩 취해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다. 하지만 좀 더 박진감 넘치는 경험을 원한다면 하버제트보트(Harbour Jet Boat)와 요트 세일링이 제격일 듯 싶다.

하버제트보트는 뭐랄까, 마치 훈련되지 않은 야생마를 타고 물위를 질주라도 하는 듯한 거칠지만 짜릿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수 제작된 제트보트는 다링하버에서 출발해 최고 시속 75km로 수면 위를 날아가듯 질주하면서 항구 이곳저곳을 들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수면 위에서 곡예를 하기 시작한다. 속도가 절정에 올랐다 싶으면 급브레이크를 걸어 돌연 멈춰 서버려 롤러코스트를 탈 때 보다 더한 가슴 울렁거림을 만든다.

또는 돌연 멈춰 선 뒤 상하좌우로 빙그르르 회전하기도 하는 등 잠시도 숨을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급회전하거나 급정거 할 때마다 엄청남 양의 바닷물 세례를 받게 되지만 짜릿함에 겨운 탑승객들의 즐거운 비명소리는 멈출 줄 모른다. 별도의 우비를 착용하고 탑승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흥건히 젖은 상태로 나오기 일쑤다. 30분 코스가 기본이지만 기호에 따라 배와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www.harbourjet.com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요트’

시드니에서는 호화스러운 요트도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지형적 특징상 시드니 항구의 파도는 언제나 잔잔하지만 바람은 충분하다. 요트 세일링의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때문에 요트 정박장이 곳곳에 산재해 있고, 관광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러쉬커터만(Rushcutter’s Bay)은 요트 세일링의 대명사가 된 곳으로, 수많은 요트가 언제나 말끔한 자태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관광객은 자신의 실력 수준에 따라 세일링 코스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숙련된 선장의 조종 아래 새하얀 요트의 갑판 위에서 한껏 거드름을 피울 수 있고 선장의 지시에 따라 직접 돛대를 펴고 키를 잡아볼 수 도 있다.

본격적인 세일링이 시작되면 요트는 거의 수직으로 물살을 가르면 항해한다. 전복될 것도 같지만 용케도 버틴다. 요트의 설계 구조상 바람이 아무리 세도 절대 전복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수직으로 항해하는 요트에 아슬아슬 몸을 맞기고, 밧줄을 잡아당기고 키를 조정하다 보면 어느새 오페라하우스 옆을 스치기도 하고, 다른 요트들 사이를 빠르게 헤집고 나가기도 한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시드니의 역동적인 낭만이 새파란 물결 속에 그대로 녹아내린다. www.eastsail.com.au

시드니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호주뉴사우스웨일즈주정부관광청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