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분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국 여행시장은 고가 여행상품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략적으로 여행인구의 상위 5% 내외로 추정되는 고급여행 수요를 유치하려는 여행업계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 여행시장에서 고급 시장은 뚜렷한 자취를 보이고 있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평이다. 이에 고급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의 수요층 공략법과 성과를 알아본다.

고가 여행상품은 여느 다른 고가 상품 시장처럼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갈수록 고가, 고품격을 내세우는 업체들도 늘고 있지만 고가 상품으로 진입하기 위해 뚫어야 하는 벽도 만만찮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고가 상품의 범주에 이른바 ‘귀족 여행상품’들과 아프리카, 중남미, 남태평양의 타히티 등의 특수 지역 상품을 같은 범주에 넣기도 한다. 이는 ‘특수 지역=고가 상품’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특수 지역의 여행상품이 곧바로 고품격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화된 상품에 비해 업체로서는 상품당 수익과 마진율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여행업계가 고급 상품 유치에 눈독을 들이기는 것은 단연 수익률과 마진에서 비롯된다. 롯데, 현대드림투어 등 대형 패키지 여행사는 물론 일반 패키지 여행사도 자사의 고급 이미지 유지 등을 위해 고품격 상품 시장에 속속 뛰어들었다.

한 관계자는 “고급 상품 수요층들은 충성도가 높아 재방문객을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10명의 400만원 이상의 고가 상품의 경우 50만원대 패키지 상품 100명을 유치하는 것과 같거나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객의 어려움은 마찬가지

최근 들어 업계에서 새로운 지역을 개발하면서 고급 상품을 염두에 두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고급 상품의 개발보다는 상업화가 더 큰 관건이다. 모객에서의 어려움은 대형 패키지사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껏 상품을 개발해 놓고 고급화 정책을 포기하거나 모객 부진으로 상품이 유명무실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급 상품으로 출발한 뉴칼레도니아 지역도 비슷한 사례다. 7일 일정을 399만원대에서 299만원 이하로 상품가를 대폭 낮춘 이 지역 상품은 최근 대중적인 가격 정책으로 선회했다. 여기에는 낮은 인지도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관계자들은 모객에서의 어려움이 높은 가격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고가 정책을 포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2000년 고급 수요를 유치하려는 B사는 최근 들어 활동사항이 질 알려지고 있지 않는 등 고급 여행시장 공략법은 상당한 제반 조건이 수반되야 한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고가 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고가 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질문은 칼팍과 크루즈 상품을 판매하는 투어터치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한항공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둔 칼팍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고품격 상품으로 뚜렷하게 각인됐으나, IMF로 한진에 합병된 이래 처음의 설립 취지 및 다져온 이미지가 퇴색되기도 했다. 그래도 칼팍의 사례는 95년 설립 이래 3년여 간 고급상품 시장을 개척해 왔고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아직까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일여행사를 모기업으로 둔 투어터치의 경우 자본력과 맨 파워를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고급상품으로 알려진 크루즈 상품과 맞춤 여행 상품으로 내놓은 투어터치는 2000년 5월 문을 연 이래 색다른 테마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유럽 로맨틱 가도에 이어 프랑스 프로방스 일주, 말레이시아 생태관광 등이 그것이다.

투어터치는 최근 주력 크루즈 상품의 모객인원수와 이로 인한 수익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200% 넘는 성과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투어터치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 크게 고전했으며 지난해 여름 성수기부터 시작된 크루즈 수요가 올 여름 성수기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기지개를 켜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아직 고급 상품 수요가 자리 잡은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은희 과장은 “상품 자체 만으로 고급 시장에 뛰어들기란 어렵다”고 충고한다. 김 과장은 “경쟁력 있는 고품격 상품만으로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며 “브랜드 파워와 함께 충분한 시간, 자본력과 소비자 층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맨 파워와 상품과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마케팅 등이 필수 요건”이라고 밝혔다.

고급 여행 상품, 이것이 필요하다

고가 상품에 대한 수요층 잡기란 패키지 상품보다 상당히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고품격 상품에 대한 수요층을 찾아내는 것 못지 않게 지속적으로 업체와 상품 알리기 및 고정 고객으로 끌어들일만한 마케팅과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그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관계자들은 고급 상품 개발만큼 브랜드 파워, 자본력, 맨 파워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선행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있는 여행사에 비해 일반 여행사들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 패키지 여행사들은 성수기에는 행사 진행은 가능하지만 가격경쟁이 심한 비수기에는 고가를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일부 고급상품 판매사들은 광고 집행은 물론 잠재 수요층을 대상으로 회원지를 발생하고, VIP를 위한 컨설턴트를 채용하는 등 CRM(고객관계관리)에 특별한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일반 패키지사들은 이에 따라갈 자본력과 인지도가 확실히 떨어진다.

반면 일각에서는 수요층이 세분화된 인센티브 여행사 역시 유리한 점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업체의 고정고객에 대한 성향 분석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패키지 여행사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어터치 측은 크루즈 상품의 경우 중소형 인센티브 여행사에서 판매되는 비중이 대형 패키지사보다 높은 사례를 들어, 마케팅과 소비자 성향 분석 등에 집중한다면 중소형 인센티브 여행사들의 고급상품 진입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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