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천국, 시드니를 만나다

대중매체들이 반복적으로 재생산해낸 이미지 탓에 사람들은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배경으로 한 낭만적인 풍경만으로 시드니를 기억한다. 하지만 조금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시드니는 금새 수없이 다른 얼굴을 가진 자신의 매력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내어 초기 정착민들의 터전에서 고풍스러운 유럽의 흔적을 찾아보면서, 원주민들의 예술작품을 통해 호주에서 수만 년을 살아온 그들의 생명력을 느껴보면서, 혹은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동시대 호주인들의 삶에 흠뻑 젖어보면서 시드니가 제공하는 선물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과 쇼핑의 즐거움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줄 시드니만의 색깔이 물씬 풍겨나는 장소들을 찾아 떠나보자.

바위 위에 지어진 도시 - 록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오페라 하우스의 건너편 하버브리지 아래에 고풍스런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 록스에 가보자. 1788년 죄수들과 이들을 감시하기 위한 군대가 유럽에서 도착해 처음으로 정착한 곳답게, 이곳 록스에는 곳곳에 초기 정착민들의 흔적이 스며있다. 주변 지형의 대부분이 샌드스톤이어서 ‘록스(The Rocks)’라고 불리는 이 곳에서는 초기에 돌을 깎아내고 건물을 지은 곳들이 많아 바위 위에 지어진 도시로 통한다.

록스 지역을 효과적으로 돌아보려면 워킹투어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 산뜻한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나이 지긋한 가이드가 시드니 안내센터를 시작으로, 캐드먼스 코티지, 조지 스트리트 등 주변을 돌면서 주요 건물들의 역사적인 배경을 친절히 설명해 주는데, 주의 깊게 듣다보면 예정된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록스 지역에서는 특색 있는 기념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곳들이 많은데, 주로 조지 스트리트, 플레이페어 스트리트, 아가일 스트리트 등에 밀집되어 있으며 종류도 다양하여 선택의 폭이 넓다. 운 좋게 이 지역을 주말에 방문하게 되었다면 조지 스트리트 북쪽 끝에 서는 록스 주말시장(The Rocks Market)에 들러 꼼꼼히 둘러볼 것을 권한다.

호주 풍의 의상에서부터 유리공예, 오팔제품, 원주민이 제작한 예술 작품들까지 다양한 물품들이 길이 100여 미터의 골목에 빽빽이 전시되며, 직접 제품을 만든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도 있어 색다른 재미가 느껴지는 곳이다.www.therocks.com

원주민들의 생명력을 느낀다 - 가발라

달링하버에 들렀다면 아쿠아리움이나 IMAX 같은 유명시설을 관람하는 것 외에 하버사이드(Harbourside)에 잠깐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이곳은 쇼핑과 오락, 음악, 식사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대규모 종합쇼핑센터로 저마다의 특색을 갖춘 수 백 개의 업체가 입점해 있어 각종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하버사이드 2층에 있는 갤러리 가발라(Gavala)는 시드니에서 유일하게 원주민이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어서 더 특별해 보이는 곳이다.

호주를 유럽인들이 ‘발견’했다는 서양중심의 세계관이 아직도 당연한 것으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인지, 수만 년 전부터 이곳을 자신들의 터전으로 삼아 나름대로의 문화를 발전시켜 온 원주민들은 현대 호주에서는 문화적, 사회적으로 변방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가발라에서는 호주 전역에서 활동하는 원주민 아티스트들의 진품을 전시 및 판매한다. 천장에 있는 대형 부메랑을 포함해 다양한 예술품들이 그리 크지 않은 점내를 메우고 있는데, 원색이 주는 역동적인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점을 찍어 형태를 나타내는 독특한 미술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으며, 부메랑, 디제리두, 기타 수공예품도 만날 수 있다. 주인인 가반 플릭씨가 볼을 잔뜩 부풀린 채 민속악기인 디제리두를 부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요청하면 직접 불어볼 수 있게도 해 준다.www.harbourside.com.au

고풍스런 건물에서 현대를 만난다 -퀸 빅토리아 빌딩

시드니 시내를 관광하기로 했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퀸 빅토리아 빌딩(Queen Victoria Building)이다. 시내 중심의 타운홀 역(Town Hall Station)과 연결되어 있는 로마네스크 풍의 이 아름다운 건물은 호주인들에게 단순한 쇼핑센터 이상의 의미를 갖는 곳이다.

한 블록을 통째로 차지하는 길이 190미터, 폭 30미터, 총 4층의 건물 규모가 대단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1898년 공식적으로 개관하여 100년 이상 호주의 성장을 지켜본 이 빌딩의 역사적 의의 때문이다.

건물 내부의 장식물들과 역사적인 의미를 설명하는 한시간 짜리 투어가 있을 만큼 볼거리로 가득한 빌딩 내에는 층별로 남녀 패션, 보석류, 미술작품, 골동품 등 현대적인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어 다양한 쇼핑경험을 제공한다.

200여개에 가까운 가게를 순회하다 지겨우면 각 층의 복도를 천천히 걸어다녀 보자. 영국 왕실 시계 제작자들이 만들었다는 로얄 시계, 4톤 규모의 그레이트 오스트레일리안 시계, 300톤 이상의 생옥을 사용하여 만들었다는 2톤 짜리 옥마차 등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구경거리들이다. 좀 더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벽면에 위치해 있는 역사적인 자료들이나 그림들, 스테인드글라스 등에서도 색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행중 시간이 없더라도 퀸 빅토리아 빌딩은 방문해 볼 필요가 있으며, 여유가 있을 경우 거리 전체가 쇼핑으로 유명한 주변의 피트 스트리트(Pitt St.)까지 함께 돌아보면 시드니의 최신유행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www.qvb.com.au

피트 스트리트와 함께 시드니의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 중 하나인 옥스퍼드 스트리트(Oxford St.)도 빼놓지 말아야 할 쇼핑 명소다. 옥스퍼드 스트리트는 주로 시드니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유행을 창조해내는 한국판 명동이나 신촌과도 같은 곳이다. 현대적 감각의 쇼핑은 물론 우리네 재래시장과도 같은 주말시장에서는 각종 기념품과 액세서리, 의류, 조각품, 먹거리 등과도 만날 수 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시드니를 하루에! -시드니 익스프레스

시드니 익스프레스(Sydney Express) 버스 티켓을 구입하면 록스와, 하버사이드, 퀸 빅토리아 빌딩 등은 물론 시드니의 다른 명소들도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다. 요금은 어른 1일 30 호주달러, 4∼16세 사이는 15 호주 달러이다. 빨간색 버스이며 측면에 ‘시드니 익스프레스’ 라고 써있는데, ‘본다이 익스프레스’라고 쓰여 있는 파란색의 버스는 다른 노선을 운행하므로 주의해야한다.

시드니 익스프레스는 아침 8시40분에 서큘러 키에서 첫차가 출발하며, 막차는 5시 22분에 출발한다. 한 번에 총 26곳의 시드니 주요 관광지를 1시간30여분에 걸쳐 순환 운행하며, 운행 중에는 주요 관광명소에 대한 안내방송이 나와 짧은 시간 안에 시드니는 물론 호주에 대한 지식을 쌓기에도 제격이다. 시드니 익스프레스는 티켓만 소지하고 있으면 하루종일 무제한 승하차가 가능하며, 티켓은 승차하면서 버스 안에서 구입할 수 있다.

시드니 글=김승범 객원기자 kismet8004@orgio.net
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관광청(www.tourism.nsw.gov.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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