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배낭 시장이 이번 주로 일단락 지어진다.
월드컵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전년대비 한껏 성장할 것이란 부풀은 기대를 안고 시작했던 배낭시장이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리면서 막이 내려지고 있다.

일부 업체들 중에서는 이미 7월달을 끝으로 정리기에 접어들었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이번 주를 끝으로 한숨 돌릴 것으로 보인다. 시즌이 끝났지만 그 얼굴 표정은 사뭇 다르다.

지나친 기대, 월드컵 변수에 ‘씁쓸’

올 여름 배낭여행 시장을 간단히 한마디로 결산하면 시장에 대한 예측을 잘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고 할 수 있다. ‘웃는’ 업체들은 시장 상황에 대해 정확히 예측을 했기 때문이고 ‘우는’ 업체들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웃고 우는 데는 예측 못한 변수들도 많았다는 지적이다.

올 초 배낭여행 시장에 대한 기대는 내국인 출국 시장이 20%에 이르도록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자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한껏 기대가 부풀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출국 시장 규모는 성장했지만 패키지 여행 시장과 마찬가지로 배낭여행 시장도 여행사가 피부로 느끼기에는 한껏 부족했다.

실제로 6월 한달간 내국인 출국자는 총 54만여명으로 전년대비 6.2%에 성장하는데 그쳤고 7월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7월 한달간 내국인 출국은 지난해 7월의 전년대비 13% 성장 이상은 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업체들 별로는 지난 해 실적보다 30% 이상 성장했다는 곳도 있고 지난해 실적에도 못미친다는 곳도 있어 극과 극을 달린다.

전문가들은 올 여름 시장은 단체 배낭이나 호텔팩 이용보다는 개별 수요가 늘어났고 조기 예약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수익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개별 수요의 증가로 ‘질보다 양만’

개별 수요의 증가는 인터넷의 영향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배낭여행 업체 관계자들은 “올해 들어 항공권과 유레일 패스를 각각 다른 곳에서 구입한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은 인터넷에 제공되는 유럽의 민박 정보를 숙박지로 활용하는 등 과거와 달리 개별적으로 출발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특히 인터넷에는 항공권이나 유레일 패스 등을 특별히 싸게 파는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 영리해진 여행자들이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여, 여행사의 상품 이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디. 올 여름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에 비해 더욱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출국자는 늘어났지만 여행사에 돌아오는 것은 별로 없었다는 소리다.

특히 개별 여행 수요의 증가는 향후 상품 개발 및 영업 방향을 정하는 데도 큰 여파를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제도권 하에 있는 업체들이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 밖에 있는 불법 영업들이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인터넷이 배낭여행업체들에게는 유용한 마케팅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치 못한 불법 정보의 범람으로 여행사가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10% 이상 유레일 패스를 싸게 해주는 무단 인터넷 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업체들이 그를 쫓아 슬그머니 가격을 내리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조기 예약에 대해 큰 기대를 걸었던 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월드컵이라는 변수 때문에 조기 예약시 할인율 적용 등의 마케팅에 주력을 했던 업체들은 “조기 예약 물량이 4월까지는 전년 시즌 물량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잔치분위기였던 것.

그러나 시즌이 닥치자 조기 예약자들에게 베풀어준 할인율이 항공사들의 예상보다 높은 가격 정책으로 발목을 잡았다. 당초 유럽 왕복 항공료가 80만~90만원대 일 것이란 업체들의 예상과는 달리 성수기에 대한 항공사들의 항공요금은 100만원대를 웃돌았다.

또 항공권 조기 예약자가 일반 배낭여행 상품으로 전환될 것이란 기대도 별도로 유레일 패스 등을 구입하는 개별여행자들의 증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예약자 중에는 대부분 여러군데 동시 예약자도 많아 시즌이 시작되자 취소 사례도 늘었던 것이다.

항공 좌석 공급도 늘어나 예전처럼 좌석이 없어서 못파는 경우도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됐다. 이와 함께 일본인들의 해외 출국 자제로 일본 출발 항공편의 자리 확보가 용이해지자 가격을 높게 책정했던 홍콩 경유 노선 등이 반응을 못얻었던 것도 예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대한항공의 배낭여행 팩 상품도 지난해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전년도에 비해 반도 안되는 수요가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성수기도 시기에 따라 7월 초보다는 중순에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고 아르바이트 등을 충분히 하지 못해 경비를 모으지 못한 학생들이 다음 시기로 여행을 미룬 반면 ‘갈 사람들이 다 간’ 7월이 지나자 배낭 수요는 예상보다 빨리 끝나게 됐다.

‘변화된 입맛’ 맞추는 것이 관건

반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상승해 달러 당 환율이 낮아진 것은 호재. ‘웃는’ 업체들도 “사실 많은 수요를 유치했다기 보다는 환율 때문에 수익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는 본질과는 다르게 얻은 성과여서 뒷맛은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소비자들의 변화된 입맛을 고려한 상품이 비교적 통했다는 점이다. 내일여행은 “한정적으로 판매했던 디럭스 배낭여행 상품이 이렇게 호응을 얻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디럭스 배낭여행 상품은 학생들을 겨냥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4성급 호텔 숙박, 유레일 1등급 좌석 이용을 기본으로 한 상품으로 다른 상품가에 비해 1.5배는 높았지만 오히려 좋은 여행이었다는 인사를 받을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내일여행측은 “대부분 이용자가 학생들인 것에 놀랐고 계속 하라는 반응도 있다”며 “배낭여행에 대한 인식이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캠핑카나 코치 등을 이용한 판매도 호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차에 비해 짐 보관이 편리해 안전하며 이동과 숙박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것이 장점으로 알려져 학생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작년에 잘됐으니까 올해도 잘 될 것이란 생각은 금물”이라며 “시장의 빠른 변화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에 맞서 여행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장기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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