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는 현지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일종의 비공식 여행격언이 생겨났을 정도로 음식은 특정 여행지에 대한 깊고 폭 넓은 문화코드를 지녔다. 어떤 음식을 선택하느냐는 가장 기본적인 고려사항이지만 어떤 장소에서 즐기느냐에 따라 그 음식에서 느껴지는 맛 자체가 변할 수도 있다.

사랑과 낭만의 도시로 불리는 만큼 시드니에는 연인들을 위한 저녁만찬 명소가 수두룩하다. 일부러 애써 찾지 않더라고 어느 곳에서건 둘 만을 위한 낭만적인 분위기와 맛을 찾을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장소가 있다.

시드니 야경 속 황홀한 저녁만찬 AMP 타워

‘AMP타워(혹은 Sydney Tower)’는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리지와 함께 시드니를 대표하는 명물로 부상하고 있다. 시내 어디에서건 우뚝 솟은 AMP타워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상징물로서의 가치는 오히려 오페라하우스나 하버브리지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겠다.

AMP타워가 시드니의 상징물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비단 시내 한 복판에 우뚝 솟아 있고 어디에서건 눈에 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그와 함께 AMP타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시드니의 황홀한 야경과 그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오붓하게 즐기는 저녁 만찬, 호주의 역사와 문화를 짧은 시간 내에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시뮬레이션 투어 등 각종 재미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AMP타워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로 응축할 수 있다. 하나는 해발 304m로 호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원형 회전식당인 시드니타워 레스토랑에서 시드니의 야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영상으로 감상하면서 저녁만찬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멀미가 날 정도로 실감나는 3차원 시뮬레이션 영상인 스카이투어(Sydney Tower&Skytour)를 통해 호주의 역사와 문화, 지질학적 요소 등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문객들 대부분은 AMP타워 회전식당에 들르기 전에 스카이투어를 먼저 경험한다. 전면과 좌우의 거대한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3차원 시뮬레이션 영상이 너무도 실감이 나서 종종 멀미가 나기 일쑤이기 때문. 스카이투어는 약 40분정도 진행되는데 호주의 동식물, 지질, 역사, 문화, 관광명소 등 총체적인 면을 응축해 놓아 재미는 물론 호주를 이해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 www.sydneyskytour.com.au

지난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AMP타워 레스토랑은 연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사랑의 장소가 된다. 눈 아래로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비롯해 항구와 건물, 공원 등 시드니의 전경이 한 눈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특히 원형식당은 70분에 한 번꼴로 360도 회전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앉아서 식사를 즐기다 보면 시나브로 모습을 바꿔가는 시드니의 황홀한 풍경을 파노라마 영상으로 완전히 즐길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약 700만명이 이곳에서 저녁 만찬을 즐겼다.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는 시드니의 야경이 눈 아래로 펼쳐지고 식탁에는 은은하게 흔들리는 촛불이 레드와인과 조화를 이뤄 몽환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누구라도 식당이 한 바퀴 회전하기 전에 사랑의 밀어를 토해내고야 말 정도의 분위기다. www.sydney-tower-restaurant.com

호주 속의 이탈리아 이탈리안 포럼

호주 속에서 호주 이외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이탈리안 포럼(Italian Forum)’을 방문하는 게 제격이다. 이곳은 ‘호주 속의 작은 이탈리아’로 건물양식은 물론 음식과 쇼핑센터, 사람 등 모든 면에서 이탈리아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안 포럼은 타원형으로 꾸며졌는데 입구에서부터 광장, 아케이드 등이 모두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각종 명품 쇼핑센터, 카페 등으로 꾸며져 있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이탈리아 정통 피자와 파스타 등으로 식사를 하고, 카페에 들러 여유롭게 음료를 즐기고, 고급 명품들로 가득한 쇼핑센터 등을 들르다 보면 서너 시간도 짧게만 느껴질 뿐이다.

특히 해가 지고 가로등에 불이 켜지면 광장의 대리석 바닥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불빛을 퉁겨내 한참 동안 발길을 붙잡아맨다. 광장 한 켠 에 마련된 ‘이탈리아어의 아버지’로 불리는 단테의 동상 또한 분수대의 하얀 물거품과 불빛 속에 파묻혀 이탈리안 포럼의 유럽풍 색채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

거대한 석양잔치 달링하버

항구도시 시드니의 어느 곳이건 마찬가지겠지만 그 중 특히 달링하버(Darling Harbour)는 석양으로 하늘이 붉게 물들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낮의 생기발랄함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대신 노을을 닮은 한갓진 여유와 낭만이 항구 전체를 물들인다.

노란 나트륨등과 새하얀 수은등은 일렁이는 바다에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시키고, 수많은 유람선과 건물은 경쟁이라도 하듯 온통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다. 육지와 바다와 하늘 모두가 온통 울긋불긋 잔잔하면서도 화려하게 물들어 버린다.

항구를 에워싼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잠시 문을 닫고 저녁만찬 준비에 여념이 없고 6~7시가 되면 일제히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카페와 레스토랑별로 저마다 독특한 특색을 갖고 있어 해산물이건, 캥거루 정식이건, 바비큐이건 최고의 맛과 분위기를 선사한다. 달링하버를 이루고 있는 건물과 바다와 거리 모두가 저마다 독특한 느낌을 뿜어내면서 달링하버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카페가 된다.

화려한 공연과 함께 하는 선상 디너

크루즈 디너도 빼 놓을 수 없다. 써큘라키(Circular Quay)를 비롯해 많은 항구에서 디너 크루즈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바다에서 시드니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혹은 배 안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디너쇼를 감상하면서 저녁 만찬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킹스트리트 선착장(King Street Wharf)에서 출발하는 ‘시드니 쇼 보트(Sydney Show Boat)’는 화려하고 수준 높은 뮤지컬 공연과 노래, 마술쇼로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 관광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려한 쇼도 볼거리지만 유창한 한국어와 일본어로 쉴 새 없이 농담과 웃음을 던지는 사회자의 입담도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다.

시드니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관광청(www.tourism.nsw.gov.au)"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