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1. 칠레 산티아고 - 남미여행의 관문
2. 뿐따아레나스 - 태평양과 대서양의 조우
3. 뿌에르또 나탈레스 上 - 파이네 국립공원
4. 뿌에르또 나탈레스 下 - 빙하를 만나다
5.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 겨울에서 여름으로
6. 이과수 폭포 - 자연의 장엄한 오케스트라
7. 부에노스아이레스 - 남미 속 작은 파리

시리즈 중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진작부터 예감했었다. 서울출발 하루 전 시내관광부터 내내 미세한 열병을 앓았다. 고풍스런 건물들과 팔레르모 대공원, 핑크빛의 대통령관저가 꿈처럼 몽롱하다. 내리쬐는 햇빛 때문이었거나 혹은 지구반대편에서 떠나오고 싶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탱고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좋은 공기’라는 의미다. 과거 이름에 대한 공방이 있기는 했지만 현재는 이 도시의 초기 건설자인 돈 페드로 멘도사가 배에서 내릴 때 가지고 있었던 ‘성모상의 이름’이라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곳은 세계적인 무역항인 라플라타강을 중심으로 공항과 번화가를 발달시킨 전형적인 항구도시.

항구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화려함이 유럽문화와 만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우아하게 지어진 유럽풍의 건축물이다. 남미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유럽강국의 영향아래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부유했던 아르헨티나는 아직까지도 화려한 웅장함이 도시 곳곳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적인 화려함’만이 부에노스의 매력은 아니다. 남쪽 보카지구로 내려오면 경제가 아닌 ‘문화’로서의 아르헨티나를 접할 수 있다. 시내 중심가가 거대 자본을 등지고 떠나온 유럽 부호들의 공간이었다면 보카지구는 고된 일상을 견디어내야하는 빈민층의 터전. 그들의 애환을 껴안으며 발달한 문화가 바로 유럽 본토까지 사로잡았던 마력의 춤 ‘탱고’다.

왈츠처럼 세련되고 정제된 맛은 없지만 훨씬 농염하고 격렬한 탱고가 귀족의 춤이 아니었음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쉽게도 보카지구는 현재 오염이 심한 공업지대로 변화해 옛 모습을 찾기 어렵다.

보카지구 내 옛스런 맛을 조금이나마 만끽하고 싶다면 골목길을 공원으로 꾸며놓은 ‘카미니토’를 권할만하다. 이곳은 보카의 시인인 필리베르토(Filiberto)를 기리기 위해 만든 도로 공원으로 다양한 미술품들과 공예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약간은 촌스러운 원색 페인트의 판자집들도 옛 정취를 더 한다.

찾았던 때가 마침 주말이었던가. 관광객은 물론 길 양옆을 완전히 장악한 상인들부터 야외 전시전까지 온 거리가 흥청인다. 길 중간쯤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리의 악사도 좋은 추억거리. 노래를 부르던 여가수는 관광객들과 함께 농염한 탱고의 사진포즈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물론 얼마간의 팁은 기본이다.

이밖에 약 7백만 평방미터의 규모를 자랑하는 2월3일 (3 DE FEBRERO)공원-일명 팔레르모 대공원-도 도심속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도심에 있는 공원으로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이곳은 아르헨티나 첫 대통령인 로사스의 사저가 있던 장소다. 1813년 스페인과의 접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다.

공원내에는 로댕이 만든 사르미엔또 대통령의 동상부터 스페인이 기증한 빠띠오 안달루시아의 동상, 프랑스의 조각가 커티에르가 만든 사슴 청동상 등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공원내에는 로사스 대통령을 기념해 ‘로세달공원(EL ROSADEL)’을 따로 조성해 놓았는데 세계 여러종의 장미를 심어 시기를 잘 맞춘다면 화려한 장미농원을 만날 수 있다. 로세달공원의 또다른 이름이 ‘장미공원’인 것도 이런 이유다.

세상밖 또 하나의 도시 ‘레꼴레타’

이번에도 세계3대를 얘기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레꼴레타 묘지(CEMENTERIO DE RECOLETA)는 세계 3테너 중 한사람인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즐겨찾는 곳 중 하나라 한다. 레꼴레타를 보기 전까지는 ‘무덤을 좋아하는 파바로티’에 대해 일반인들과는 다른 예술가의 괴팍한 성향 중 하나로만 이해했다.

단언하건데 레꼴레타는 묘지가 아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죽은자들의 지상도시다. 6만평방미터의 규모에 줄을 맞춰 깨끗하게 들어서 있는 집(?)들은 골목골목에 하얀 대리석 빛을 반사시키며 방문자들에게 오랜 고도(古都)의 느낌을 준다. 방문객들 외에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사뿐거리는 주인 없는 고양이들 뿐.

열쇠로 잠겨져있는 무덤 안쪽으로는 그 집안의 관들이 차곡차곡 안에서부터 안치돼 있다. 무덤 하나가 왠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은 거뜬히 넘는다고 하니, 죽은자들의 도시 역시 가진 사람들의 몫인 모양이다. 무덤들은 겉으로 보기에도 각각의 조각상으로 화려함을 뽐낸다.

아르헨티나의 국모로 일컬어지는 에바 페론(영화 에비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의 무덤도 볼 수 있었는데, 지난달로 서거 50주년을 맞은 그녀의 무덤에는 여행 당시에도 누군가 금방 걸어놓은 듯 시들지 않은 꽃다발이 헌사 돼 있었다.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예술품 감상하듯 무덤조각들을 둘러보다보니 햇빛과 고요함이 그리운 풍경 한조각 상기시킨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오래된 무덤가에 앉아 막걸리 한잔 마시고 한잠 늘어지게 잠들 수 있었던 학교 뒷동산의 무덤태. ‘아∼ 이래서 파바로티가 이곳을 좋아하는구나’ 일순 고개 주억거려진다.

지하는 2-3층 규모의 대형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방대한 규모만큼 출구도 여러군데다. 레꼴레타 공원에는 주말에 임시 장이 들어서는데, 특색있는 수공예품과 골동품, 토산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끝>

부에노스아이레스 글·사진=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란칠레 항공 02-775-1500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우리나라와는 12시간 시차가 있다. 전압은 220볼트가 사용되지만 콘센트는 2개와 3개짜리가 혼용된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한인은 1만5,000명 정도. IMF 이전에는 4만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교포들의 95%가 섬유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도 많다. 환율은 달러와의 1:1 정책이 무너진 이후 현재 3:1 정도로 계산되지만 정부시책이 발표될 때마다 하루가 다르다.

한국관광객이 많이 찾는 5성급 호텔로는 쉐라톤, 인터콘티넨탈, 크라운 프라자 등이 있으며, 4성급으로는 엘 콩퀴스타도르 인 호텔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옵션으로는 탱고쇼가 전부. 쇼는 저녁 10시부터 하루1번 공연되며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다. 요금은 약 50달러.

한인 여행사로는 27년 된 대한여행사를 필두로 5∼6개 정도가 성업중이다. 우리나라 면적의 22배를 자랑하는 아르헨티나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다양한 지역이 발달해 있다. 특히 각 주마다 축제기간이 달라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여행 중 특색있는 지역축제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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