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말 모TV 방송국 토론프로그램에서 검사출신의 참석자가 우리의 하계휴가문화를 조폭적이라고 부르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여름휴가철엔 평소에도 고질적이었던 교통대란과 음주문화, 성문란, 무질서가 한탕주의 상업성과 결합되어 엉망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생각된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당하고도 여름휴가철이 되면 예외 없이 대다수 국민들은 그 고생길에 또 오른다는 점이다.
추측컨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부족한 휴가시간과 세계화 등 외부적 스트레스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부족한 휴가시간이란 객관적인 물리적 휴가의 부족으로 OECD국가 중 근로시간이 아직까지 최장그룹에 있다는 점이고, 주관적인 문화의 문제로는 평상시 휴가를 가려는 사람을 용인하지 않는 회사분위기와, 유급휴가인 경우 금전으로 보상받기 위해 휴가를 가지 않으려는 개인 성향을 의미한다.

세계화 등 외부적 환경요인은 극심한 경쟁 및 성과주의와 영어, 컴퓨터 등으로 사회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평상시에 폭발직전까지 누적됐다고 보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뻔히 고생길인지 알면서도 가족들 성화에 못이겨 떠나는 휴가에 평소 배워두어야 할 수 있는 레포츠에는 참여도 못하고, 술 한 잔 들어가고 나면 조폭적 휴가문화는 필연성을 갖는다.

이런 현상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측면에서 조금의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산업혁명 이후 유럽의 음주문화 등이 다분히 폭력적이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해 축구가 제도적으로 진흥되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지금 유럽의 훌리건 현상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휴가문화를 장기적 회복가능성만 갖고 낙관적으로 보기에는 현실적인 피해가 너무 아프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간 후 지역경제효과는 미미하고 쓰레기는 지역 곳곳을 오염시키는가 하면, 행락단속에 걸린 인원은 매년 수천, 수만 명에 달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얼마전 월드컵때 절정에 올랐던 우리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훼손되는 일이다.

정체구간에서의 갓길주행, 주행 중 쓰레기 투척은 물론 터무니없는 자릿세 요구에 바가지 요금, 과음과 고성방가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바로 월드컵때 나와 같이 대∼한민국을 외쳤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공동체의식은 깨지고 만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은 행락질서위반이란 관점에서 국무총리실과 행자부, 경찰청의 단속행정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이 조폭적 휴가문화의 원인은 우리사회의 본질적, 근원적 문제에 닿아있고 별다른 묘책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가볍게 놔둘수는 없다.

그것은 국내 휴가문화가 이런 식으로 계속되는 한 최근 관광부문 최대의 현안인 아웃바운드 급증을 통한 관광수지적자가 심화될 것이란 점 때문이다.

자녀의 외국문화익히기라는 명분과 여름휴가를 해외에 다녀왔다는 뻐길거리가 있는 한 어쩌면 더 이상 우리국민들은 비슷한 돈을 내고 국내관광지에 가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주5일 근무제와 휴가분산제의 원만한 추진이 더욱 아쉽다.

한국관광연구원 연구위원 stkim@ktri.re.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