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라는 도시는 도대체가 ‘휴가’ 혹은 ‘관광’이라는 단어와 연관지을 수 없는 곳이다. 바다도 아니고 첩첩 산골도 아니니 자연의 정취를 느껴보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그렇다고 세계적인 명성의 유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섬유 도시’라는 교과서적 이미지만 강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조금만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바라보면 대구는 인근 관광명소와 가까우면서도 혼잡을 피할 수 있는 조용하고 기품있는 도시다. 약령시와 팔공산은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이며 ‘녹동서원’과 ‘모명재’는 각각 일본과 중국인들에게 의미있는 유적지다. 스파나 약초탕 등도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일본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만하다.

관광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함께 지난해 대구공항의 국제공항 승격, 대구컨벤션 센터의 개관은 국제 도시로의 비상이라는 대구시의 꿈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특히 인터불고 호텔의 개관은 특1급 호텔 하나 없었던 대구 관광의 자존심이 회생되는 전환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호강변에 자리잡은 인터불고 호텔은 2만5,000평의 넓은 부지에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범지대를 아늑한 녹지로 탈바꿈시킨 망우공원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다.

207실의 객실은 서울의 특급호텔들보다 한결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창밖의 전경도 확 트여 있다. 중식, 일식, 한식당 등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과 실내외 수영장, 휘트니스 센터뿐 아니라 18홀 퍼팅장까지 갖추고 있다. 1987년 개관된 대구파크호텔이 내년부터 인터불고 호텔로 통합되면 객실수는 343실로 늘어난다.

인터불고(Inter-Borgo) 호텔을 다녀간 사람들은 입을 모아 ‘아깝다!’는 반응을 보인다. 호텔이 아깝다는 말이다. 대구 시민들에게는 미안한 표현이지만 그들 스스로도 가끔은 ‘이런 호텔이 대구에 있다는 것이 아깝다’라고 말할 정도다.

사실 공사비 800억원을 투자해 대구에 특1급 호텔을 세운다고 하자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젓던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비(IB : Inter-Borgo)그룹 권영호 회장의 경영철학은 남다른 구석이 많다. 1980년 스페인 라스팔마스에서 ‘인터불고(스페인어로 ‘화목한 작은 마을’이라는 뜻)’란 수산회사를 설립해 지금은 대서양, 태평양, 지중해에서 40여척의 선박을 운영하고 있는 권 회장은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을 몸소 실천하는 경영인이다.

지난 90년 애국가의 작곡자인 故안익태 선생의 유가를 스페인 현지에서 구입해 정부에 기증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대구에 인터불고 호텔을 짓게 된 것도 대구의 낙후된 호텔 산업을 발전시키고 문화공간을 만든다는 취지가 강했다. 대충 지은 호텔이 아니라는 것은 직접 보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인터불고 호텔의 서울 사무소 소장이자 호텔 건축시 도안부터 완공까지 전반적인 업무를 기획했던 장윤상 소장도 실은 반대론자 중 한명이었다. 지금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의 심정처럼 조마조마 애를 태우고 있지만 호텔에 대한 ‘자부심’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 구석구석 정성이 베인 호텔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본, 유럽, 미국, 중국 등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인터불고 호텔 서울사무소 02-425-5678 www.ibhotel.com

인터불고 10배 즐기기

70만개 소라의 예술 ‘포룡한’

인터불고 호텔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포룡한은 ‘용을 잡는 사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패각 세공 작품이다. 자연색 그대로의 소라 70만개가 부착되어 멋들어진 산수화를 연출하고 있다. 이 작품은 북한 만수대 창작사 소속 예술가들이 수년동안 공을 들여 단 2점만 제작한 것으로 중국 길림대학이 소유하고 있던 작품이 인터불고호텔에 기증됐으며 다른 하나는 김일성 주석궁에 보관돼 있다.

행운이 흐르는 금호강

금호강변에 건설된 인터불고는 강변쪽 객실에서 보이는 풍경이 그만이다. 강이 굽이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어서 마치 물이 호텔을 향해 돌진해오는 느낌을 받는다. 풍수지리적으로도 좋은 위치여서 지난 월드컵때 인터불고를 이용한 국가의 대표 선수들은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후문. 강으로 흘러내리는 인공폭포와 분수의 시원한 물줄기도 좋다.

영롱한 불빛 샹들리에

인터불고의 대형 샹들리에는 모두 유럽에서 직수입한 고가의 예술작품이다. 수억을 호가하는 이 상제리에는 그 크기가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호텔에서 만나는 ‘살바도르 달리’

인터불고에는 전위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로 유명한 에스퍄나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꿈이나 환상의 세계에 천착했던 이 작가의 작품은 기괴하고 난해하지만 교과서든 어디에서든 한번쯤 보았을 법한 화풍임을 알 수 있다.

지중해산 참다랑어

자연산 일식 요리와 한국산 토속 음식을 아우르는 레스토랑 ‘운해’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지중해 참다랑어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 모그룹인 (주)아이비가 40대의 선박을 보유한 수산회사가 아닌가.

컨벤션홀의 파이르 오르간

로비라운지와 컨벤션 홀에 설치된 5억과 17억 상당의 파이프 오르간은 호텔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주석 파이프의 온화한 느낌과 자연목에 색을 입힌 오르간 케이스는 그 자체로 훌륭한 장식이자 멋진 풍경이다. 51스탑의 파이프 오르간에서 울려퍼지는 부드럽고 웅장한 연주는 꽉 찬 감동을 전해준다. 또한 인터불고의 컨벤션홀은 서울 그랜드 힐튼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장소로 2,5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6개 국어 동시통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천정이 높아 안락한 공간감을 준다.

자연석 폭포 아래 맥주 한잔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아름다운 야외 수영장 옆에는 자연석을 층층이 쌓아 만든 인공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다. 여름밤에 음악 소리에 녹아나는 물소리를 들으며 ‘비어가든’에서 마시는 맥주 한잔은 환상적인 피서법이다.

라틴문화 배우세요

인터불고는 호텔내에 스페인 문화원과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직접 출자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을 받은 문화원이다. 스페인어 어학강좌와 함께 라틴 문화 댄스강좌도 시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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