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없는 공장이라 일컫는 관광산업은, 그 중요성으로 인해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힘을 쏟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에 있어서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며 IMF라는 경제한파를 겪었을 때도 인바운드로 대표되는 관광산업은 톡톡히 효자노릇을 해주었다.

이렇듯 중요시 여겨지는 인바운드 관광산업의 핵심에는, 고객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관광통역안내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정보전달의 차원을 넘어 관광의 성패를 좌우함으로써 국가와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이들이기도 하다.

당연히 해당언어를 능숙히 구사해야됨은 물론, 한국의 문화,경제, 사회전반에 걸친 지식을 섭렵해야 하며, 투철한 국가관과 직업정신이 있어야한다. 특히 일본어통역안내원의 경우, 까다로운 한일관계 속에서도 일본인관광객으로 하여금 다시 한국을 찾게 하는 풀뿌리 외교관의 역할을 당당히 해 내고 있다. 관광통역안내원은 그동안 국가자격증을 취득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근래 그들의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졌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2003년부터는 관광통역안내원의 고유업무를 무자격자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격증 자체가 무의미하게 됨은 물론이고, 전반에 걸친 저해요소가 수면위로 떠오름으로써 건전한 관광한국을 저해할 수 있다.

대개 통역안내원의 경우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끊임없는 지식함양과 자기계발에 매진하고 있다. 단순히 언어를 능숙히 구사한다는 것으로는 고유업무를 수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민간교류 차원의 관광안내와는 수준이 틀리다. 또한, 단순한 반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타 관광종사원과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검증받지 못한 무자격자에게도 그 업무를 맡기고자 하는 정부의 시책은, 그 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애석한 일이며, 국가나 기업의 장래에도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최근에 언급되고 있는 가이드 등급제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실무경력을 바탕으로 하여 등급별 언어능력을 테스트하고, 거기에 맞는 선별관리를 함으로서 질적향상을 도모한다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확한 경력의 검증과 등급메김의 기준이 무엇이 되어야 하느냐는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훌륭한 통역안내원을 등급메김한다는 것도, 평가의 주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난해한 일이다.

또한, 시간과 정열의 투자에 비해 보장되는 현실은 아무것도 없다. 실력에 걸맞는 대우는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인바운드 업계는 자율경쟁이라는 이름 하에 지나친 출혈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고유업무 수행과 수익창출이라는 두 가지 숙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통역안내원에게는 정신적인 인내력까지도 요구되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이 배제된 정책은 노사갈등만을 일으킬 뿐이며, 통역안내원의 처우개선에는 아랑곳없이 탁상 공론적인 정책만 펼쳐서는 설득력이 없다. 아무나 일해도 된다 하면서, 한편으로는 질적향상을 도모한다 하니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까?

이제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제 소행을 다하고 있는 통역 안내원들을 따뜻이 포옹할 줄 알아야한다. 제대로 검증받은 직업인의 권리를 지켜줘야 하고, 신바람나는 일터에서 일하는 그들의 에너지를 기업발전과 국가로 끌어들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박인숙 한국관광통역안내원협회 정책기획국장 ooatari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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