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기구인 칼, 도마, 밥그릇. 생활용품인 양재기, 물통, 쓰레기통. 그리고 야채. 그런 허접들이 소품으로 등장한 가운데 4명의 배우가 썰고 두들기고 던지고 때리고 부수고 날려 보낸다. 현대의 무대극으로 변형된 사물놀이의 강한 비트(Beat)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관객들은 후련하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폭발하는 에너지와 함께 무대와 관객석 모두가 집단 엑스터시에 빠진다. 한국인의 신과 신명, 흥과 흥겨움을 한껏 선사한다. 난타하고 또 난타하는 ‘난타(亂打)’.

언젠가 영국관광청 초청으로 런던에 갔을 때 그들이 스케줄의 첫번째로 배려해 준 것이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관극이었다. 우리에겐 문화관광상품이란 단어가 생소했던 그때, 관광에서 문화관광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실감했다.

비언어 타악뮤지컬(Non-verbal Beat Musical)인 난타는 1997년 10월, 첫 막을 올린 이래, 2002년 7월 말로 국내공연 2천250회, 16개국 90개 도시 해외공연 560회로 국내외 관람객 수, 1백1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국내 공연에서도 관객의 80% 이상이 외국인이다.

이와 같은 성공에 힘입어 출연진 다섯 팀이 번갈아가며 강북의 정동과 강남의 청담동 2개 전용극장에서 하루 평균 3회 공연을 하고 있다. 그중 한팀은 해외를 순회하며 공연하는 꼴이라고 한다. 요즘 일본의 젊은 관광객 중에는 일본에서 표를 구입하여 난타만을 보기 위해 방한하는 이들도 있다. 난타는 문화관광상품이 별로 없는 우리 관광업계의 효자상품이 된 것이다.

난타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느날 레스토랑 매니저의 조카가 낙하산 인사로 주방에 들어온 후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1시간 안에 결혼 피로연 음식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은 4명의 요리사는 허겁지겁. 코믹하고 유머러스한 연기로 관객에게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막이 내릴 때까지 긴장감의 밀도를 늦추지 않는다.

사이사이, 섹시한 여자 요리사를 둘러싼 주방 사내들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관객을 자연스레 무대에 참여시켜 만두쌓기 시합을 시키기도 하고 전체 관객을 공연 속으로 몰아넣는다. 실제 공연은 1시간 30분.

한국적인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공연 첫머리에 장승을 세워놓고 우리 민속복장을 한 배우들이 한국의 제의 양식으로 천지신명에게 고하는 서제를 올린다. 외국인에게는 신기한 한국적 샤머니즘의 맛보기이다.

관객을 무대로 끌어 올려 전통 혼례식을 올리게 해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런가 하면 사물놀이에 강한 록 음악을 섞으며, 관람하는 서양인들을 위해 자글링, 접시 던지기, 불뿜기 등 서구식 마술 등을 버무려 놓았다.

타악은 가장 원초적인 음악이다. 몸짓은 전 세계인의 공통 언어이다. 그런 까닭에 세계인 누구라도 대사가 없이 비트만으로 이어지는 난타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고유문화가 최고다’하는 주장은 ‘우물 안 개구리의 뻐김’같이 여겨질 때가 있다. 각국의 문화는 서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역시 오늘날의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가장 세계적인 것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다.

우리의 전통 리듬인 사물놀이가 주조를 이루는 ‘난타’의 성공은 더욱 의미가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난타’가 난타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magni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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