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마크 전세기 첫 운항

금요일 밤 11시50분. 평소라면 침대에 막 누워서 잠을 청하거나 라디오를 듣고 있을 야심한 밤이다. 하지만 이번 주말의 시작은 예사롭지가 않다. 공항버스 막차도 벌써 두어시간 전에 끝난 이 시간에 배낭하나 달랑메고 공항으로 나선다. 일본의 수도 동경에 가는 길이다.

공기조차 낯선 새벽에 비행기를 탄다. 새벽 3시25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자는 둥 마는 둥 몸을 뒤척이던 승객들을 하네다 공항에 내려놓는다. 첫 국제선 운항의 막중한 임무를 맡았던 250석의 스카이마크 비행기는 동경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동경으로 총 500여명의 승객들을 무사히 실어 날랐다.

한국과 일본 관광객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동경 주말여행은 스카이마크 항공사의 전세기운항으로 공급이 더 늘어나게 됐다. 주말을 이용해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강력한 매력임이 분명하다.

일본 하네다 공항을 출발한 버스가 동경을 벗어나 하꼬네로 달리는 동안 가이드의 안내 멘트는 아득해지고 다시 한번 잠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출근길 러시아워어라서인지 차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두어시간이 지나서야 하꼬네에 도착했다.

살아있는 유황온천 하꼬네

동경 근교에 위치한 하꼬네(はこな) 국립공원은 가족들의 주말나들이, 연인들의 테이트 코스로 유명한 온천지역이다. 울창한 삼나무 원시림을 따라 버스는 산을 한참이나 올라간다. 어딜가나 울창한 숲은 일본이 부러운 이유 중에 하나다. 길목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별장같은 온천호텔들과 나무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지지만 의식은 아직 잠과 현실의 경계를 헤맨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잠이 확 깬다. 코가 저절로 킁킁거려지는 묘한 냄새가 진동한다. 언덕배기로 고개를 돌리니 산 중턱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지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뜨거운 유황온천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황가스가 이 묘한 냄새의 원인이다.

인체에 좋지 않아 가스가 심하게 분출될 때는 출입을 통제해야 할 정도라 평소에도 심장병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주의를 주고 있다.

연기가 나는 지점을 향해 대통로를 따라 사람들이 줄을 지어 올라가고 있다. 예쁘게 단장된 등산로 옆으로는 온천수가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데 유황 성분이 침전된 바닥이 하얗다. 흐르는 물에 살짝 손을 대보니 아직도 온기가 꽤나 남아있다.

땅 속에서 금방 샘솟은 물은 100도씨가 넘는데다가 가스 때문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구름에 휩싸인 신선처럼 기념사진을 찍는 일이다. 두 번째는 칼데라호인 아시노꼬호를 포함한 산 아래의 경치를 감상하는 일, 그리고 마지막은 삶은 계란 ‘구로이타마고’를 먹는 일이다.

온천 관광지라면 어디나 삶은 계란이 등장하기 마련이지만 하꼬네의 계란은 까만색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보글보글 끊어오르는 우유빛 온천수와는 대조적으로 구운것처럼 표면이 온통 까만 그을음이다. 계란 하나에 수명이 7년이나 연장된다니 안 먹고 견딜 제간이 없다. 6개에 500엔.

늦은 점심은 아래쪽 아시노꼬 호수가에서 먹는다. 화산의 분출로 생성된 칼데라호인 아시노꼬는 음식점들과 숙박 시설이 들어서 있고 낚시로도 유명한 곳이다. 둘레가 20km에 깊이도 42m나 되는 아주 큰 호수다.

일본식으로 점심을 먹고 도겐다이 선착장에서 유람선에 승선한다. 피터팬에 나오는 해적선처럼 생긴 이 배를 30분정도 타고 가면 하꼬네마찌에 도착한다. 아신꼬 해발 723m의 산 중턱에 위치한 호수이기 때문에 맑은 날이면 후지산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이 날은 하늘이 영 무겁다.

온천지에 왔으니 온천을 한다. 여름이면 동경의 온도가 40도를 육박하는 판인데 무슨 온천이냐는 생각을 비웃듯 온천탕 무네산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실내외로 만들어진 야외온천장은 흡사 목욕탕 수준이다. 가만히 몸을 담그고 나서 휴게실에서 우롱차 한병으로 목을 축인 후 배개를 방석삼아 누워본다. 새벽비행기를 탄 후 몇시간만에 머리를 바닥에 붙여보는지.

한결 개운해진 몸으로 다시 동경시내로 들어왔다. 긴자에서의 저녁은 뷔페다. 동경의 교통난으로 8시가 다 되서야 시작한 저녁 식사는 풍성하고 즐겁다. 다양한 종류의 고기와 초밥, 김치와 만두 등으로 푸짐하게 먹고 나서 달콤한 초콜렛 케익과 과일로 후식까지 빈틈없이 채운다. 배가 불러 시원한 맥주를 한잔 더 할 수 없는 것이 서운할 따름이다.

호텔은 작지만 깨끗하다. 저렴한 상품인 만큼 좋은 호텔이 아닐거라는 가이드의 말에 각오를 해서 그런지 호텔은 그럭저럭 불편함이 없다. 주변에는 선술집과 오락실이 좀 있어서 그런대로 심심한 밤을 보내지는 않을 듯 한데, 빠징코를 찾아 나선 이들은 1시간만에 패잔병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동경 반나절 투어

우중충하던 전날과 달리 일요일은 아침부터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오늘은 동경 시내관광이다. 천황이 살고 있다는 황거(皇居)에 가는 동안 한 아주머니는 청와대도 한번 안 가봤는데 웬 일본 천황이냐며 한국사람 다운 불평을 한다.

두겹의 해자에 둘러싸인 어마어마한 부지의 궁궐이라지만 어차피 들어가지 못할 곳을 상상하는 것보다는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소나무 공원이 더 시선을 끈다. 정성들여 키운 것이 분명한 소나무들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녹색 잔디위에 개성을 드러내며 서 있다.

황거와 가까운 쪽 공원은 출입금지지만 바깥쪽 공원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노숙자들이 소나무 그늘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 이런 공원이 많은 것도 일본이 부러운 점이라고 누가 덧붙인다. 다음 장소는 명치신궁. 역시 나무가 울창한 산책로를 따라 신사 안으로 들어간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신사에 들어가는 풍습에 따라 입구에서 손을 씻는다.

오늘은 특별히 일요일이라 결혼식 촬영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 기모노로 화려하게 치장한 신부와 까만 예복을 한껏 차려입은 가족들이 사진을 찍는다. 신부는 어딜 가나 아름답지만 기노모의 신부는 서양 드레스의 신부보다 한결 섹시하다.

사원을 찾은 사람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소원을 빈다.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빈 후 박수로 정리한다. 몇 번이나 고객을 숙여 절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과 관광객들이 신사를 찾는다.

다음은 도쿄 구청의 전망대 관람. 46층 건물의 45층(지상 202m)이 전망대로 개방되고 있다. 주변에 큰 건물들이 좀 있긴 하지만 ‘황거’를 포함한 대부분의 시내 전경이 눈에 확 들어온다. 무료로 개방되고 있어서 가족끼리 방문한 사람들이 많다. 스모그로 시야가 답답하지만 동경이 얼마나 넓은지에 대해 다시 한번 실감을 한다.

일본 동경 글·사진=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스카이마크항공 한국지점 02-652-3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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