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자유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도 정부의 힘은 여전히 모든 활동주체 중 가장 세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니 매 5년마다 바뀌는 정부의 관광정책은 관광을 업으로 하는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DJ정부의 관광정책은 과거정부와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고,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대통령의 통치사료집은 고려·조선에 이어 노태우 대통령까지 실록이라는 명칭을 쓰다가 지난 정부 때부터 국정자료집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지금쯤이 그러한 자료집이 집필될 때이다.

관광산업에 대한 사회적 위상이나 인식은 현정부 들어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좋아졌다. 대통령도 공개석상마다 21세기 관광의 중요성을 역설하는가 하면, 실질적인 정책지원도 어느 정부 때보다 많았다.

몇 가지 떠오르는 것만 해도 대통령 비서실에 문화관광비서관을 새롭게 임명한 것이나, 국정지표에 문화관광의 진흥이 들어간 일, 대통령이 참석하는 관광진흥확대회의 정례화 등 굵직한 사안만도 한둘이 아니다. 또한 관광부문 정부예산은 열 배나 늘었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마음이 한쪽 구석에 드는 것은 왜일까?

관광의 정책기능은 전통적으로 경제와 국제친선효과를 들 수 있다. 거기에 요즘 들어 국민 삶의 질 향상, 국토의 전략적 특화와 균형개발, 전쟁억제, 국민교육, 무역분쟁조정,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하게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면에서 아쉬운 것은 현정부의 관광정책에 대한 인식시점이다. 98년 IMF경제위기 속에 42억불(5조 4,000억 원)의 관광수지흑자는 관광업계에서 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를 통해 관광정책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관광의 정책기능이 경제적 관점으로 한정될 수 있는 위험을 동시에 내포할 수 있었다. 실제 관광수지가 적자로 반전되면서 주요 연설문에서 관광에 대한 언급빈도가 적어지는 것을 보면 당초의 기우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관광의 정치성은 커졌다고 보여지는데, 우선 관광부문 핵심책임자중 다수가 비관광인으로 채워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크고 역량 있는 CEO를 모셔왔다고 볼 수도 있으니,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기는 하다.

또 하나는 관광인들이 우선 순위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특정사업에 상당한 예산이 지원돼온 점과 해외홍보, 정보화 등의 관광진흥정책과 지역 안배차원의 지원외에 국제수준의 자원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되짚어 봐야할 사안이다.

통상적으로 정부내 정책의 위상과 비중을 조직과 예산으로 가늠하기도 하는데, 조직이 예산을 창출한다고 보면 이들의 선후관계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정부에서 조직만큼은 발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초기에 관광청이니 뭐니하면서 관광행정확대론이 힘을 얻더니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되고 결국 1개국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 더구나 1,000여명 직원의 한국관광공사는 600명대 수준으로 내려앉고, 한국관광연구원은 곧 다른 기관과 통합되어 1개 연구실로 격하된다고 한다.

현정부의 최대치적중 하나로 평가될 주 5일 근무제의 도입에 따라 관광행정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다면 오히려 관광행정조직을 확대해야할 시점이 아니었을까?

한국관광연구원 연구위원 stkim@k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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