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의 오무라만에는 작은 네덜란드가 있다. 운하와 다리로 이어진 거리, 헤이그에 있다는 여왕의 궁과 정원을 그대로 본뜬 궁전, 언덕에 줄지어 선 거대한 풍차는 우리가 아는 네덜란드의 모습 그대로다. 이 작은 네덜란드는 서울 롯데월드의 14배나 되는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HUIS TEN BOSCH)다.

일본과 네덜란드의 절묘한 만남

이곳의 박물관, 미술관, 체험관, 각종 기념품 가게에서는 네덜란드의 치즈, 나막신, 음악, 풍습을 팔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놀이공원마다 번쩍거리는 놀이시설은 정면에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네덜란드라는 ‘문화상품’을 파는 테마파크인 한편 가족들이 조용히 휴가를 보내는 휴양지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에도시대 나가사키를 통해 일본에 서양문물을 전한 나라다. 그런 인연으로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 정부가 네덜란드를 팔도록 허락한 곳이다.

아시아인에게는 풍차, 나막신, 범선, 벽돌길, 건물 모두가 유럽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일본을 찾는 외국인에게는 일본의 전통과자, 일본 인형처럼 만들어진 네덜란드 전통복장의 소녀인형,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샵 등이 일본을 느끼게 한다.
적극적인 채용과 모방을 최고의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일본 철학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유람선 타고 중세의 궁전까지

처음 하우스텐보스의 지도를 보면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도시 한가운데에 들어서게 된다.
우선 도시 구조를 익히기 위해 유람선이나 클래식 버스를 타는 게 좋다. 하우스텐보스를 이루는 기본인 운하를 따라 한바퀴 도는 유람선은 하우스텐보스 입구나 월드 레스토랑가 선착장에서 탈 수 있다.

배를 타고 있노라면 하우스텐보스에서 가장 높은 돔투른 탑을 지나 풍차가 이어진 언덕이 보인다. 플란다스의 개가 생각나면서 그런데 주인공 아로아와 네로가 나타나면서 손을 흔들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배가 한바퀴 돌아 풍차의 반대쪽에 가게 되면 네덜란드 전통의상을 입은 일본 소녀들이 진짜 아로아처럼 손을 흔들어 준다.

네덜란드를 얼마나 잘 재현했는지는 제일 안쪽에 있는 하우스텐보스 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17세기의 방에는 그 시대 의상, 장신구, 수제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에는 네덜란드의 풍차를 담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궁 안에서 밖으로 난 창을 통해 정원을 내려다 보면 17세기 바로크 정원의 조형미가 드러난다.

궁전을 지나 돔투른 탑까지 나무가 울창한 산책길을 따라 걷다 잠시 옆길로 새면 바다를 따라 걷는 길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선 바다에 뜬 거대한 범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 다음 마주치는 거리에서는 박물관과 체험관이 나타난다. 도자기 박물관, 해양박물관, 애니메이션센터, 오르골판타지아, 호라이즌 어드벤처 등은 프리패스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도자기 박물관에서 자신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이 도자기 박물관은 독일의 어느 궁전에 있다는 ‘도자기의 방’을 그대로 본떴다고 한다. 손가락만한 소품부터 어른이 들어가고도 남을 만한 대형 도자기까지 다양한 동양의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보고 싶은 박물관이 떨어져 있다면 영화에 나올법한 작은 클래식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것도 재밌다. 프리패스 이용자에겐 무료다. 많은 가이드들이 하우스텐보스의 매력 중 하나로 밤 불꽃놀이를 꼽는다. 하지만 하우스텐보스에는 숙박시설이 있는데도 9시면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다. 불꽃놀이를 제외하면 조용한 휴식공간이다.

기막힌 순수자연 속 첨단도시

하우스텐보스는 미래도시라고 한다. 오무라만은 본래 공업용지로 개발하다 실패한 불모지였다. 여기에 콘크리트, 아스팔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연재료인 돌, 벽돌, 흙만을 이용해 도시를 만들었다. 그리고 길이 6km, 수심 5m에 이르는 운하를 파 네덜란드풍의 거리를 살아나게 했다.

운하의 물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4일에 한 번씩 운하의 물이 교체된다. 하우스텐보스 내 각종 시설에서 사용된 물은 엄격한 정화를 거쳐 재이용되거나 인공적으로 조성된 40만 그루의 나무와 30여만 그루의 꽃에 뿌려진다. 스릴과 모험의 세계라고 칭하는 뉴스텃드 지역에 있는 테라리움에는 하우스텐보스의 거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볼 수 있다.

대기와 수질을 오염시키지 않고 자연 속에 첨단 도시를 운영하는 하우스텐보스는 휴양관광지로뿐만 아니라 환경관광지로서도 이름이 높다. 이처럼 아름다운 관광지를 개발하기 위해 들어간 돈은 초기건설비용만 2,280억엔(약 1조8,240억원). 5년 뒤에는 흑자를 볼 것이라 여겼지만 여전히 적자라고 한다.

하지만 네덜란드보다 더 네덜란드를 잘 파는 관광지, 일본의 신기술을 최대한 발휘한 미래도시를 건설한 것만으로도 하우스텐보스는 성공작이다. 환경과 첨단기술이 주도하게 될 21세기에 10년 전에 만들어진 하우스텐보스는 미래형 관광지의 선구자인 셈이다.

하우스텐보스 글·사진=송옥진 객원기자 oakjin@hanmail.net
취재협조=여행박사 02-730-6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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