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8월 15일, 보름달이 가장 아름다운 이 때에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추석을 지내는 우리와 같이 중국에서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 하여 오곡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달에게 감사의 제사를 지내는 명절이 있다.

기원전부터 이루어졌다는 이 중추절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는 아름답고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 옛날에, 지구의 주위에는 열 개의 해가 있어 지구를 밝고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어느날 열 개의 태양이 지구를 태워버릴 만큼 뜨거워져 모두들 괴로워할 때, 용감한 궁수인 호우이가 아홉 개의 태양을 활로 쏴 떨어뜨렸다.

그는 영웅이 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인 창예와 결혼하고 신에게 불로장생약을 선물받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는 점점 폭군이 되어갔다. 남편에게서 백성들을 구하고자 했던 창예는 불로장생의 약을 삼키고는 슬픔에 젖은 남편을 뒤로 하고 달로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중추절 행사 내내 곳곳에서는 창예를 닮은 여인상을 볼 수 있다.

모든 인종이 함께하는 볼거리 천국

중국인들이 전체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싱가포르는 한마디로 동양의 모든 문화를 섞어놓은 곳이다. 그래서 일 년 내내 다양한 문화의 축제들이 가득하고 그 중에서도 가을을 맞이하여 이루어지는 중추절(the Mid-Autumn Festival)은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축제이다.

차이나타운과 알버트몰, 오차드 로드와 싱가포르강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14일부터 중추절인 21일까지 싱가포르의 곳곳에서 갖가지 다채로운 행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중추절은 물론 중국에 기초하고 있지만 가족과 학교, 커뮤니티 센터와 종친회 등 각종 클럽은 물론 다양한 인종이 즐기는 싱가포르의 축제이다.

14일에 사우스 브리지 로드에서 열린 개막식 행사에서는 중국의 전통춤인 사자춤과 용춤, 어린이들의 등 퍼레이드, 인도와 말레이시아의 전통 춤, 랜턴으로 만들어진 배, 죽마를 타고 걸어가는 사람들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이 행사에는 싱가포르의 대통령인 나단(S.R.Nathan)이 참석했고 그 외의 각계 각층의 많은 인사들과 일반인들이 어우러진 행사였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기구가 어지럽게 돌아가고 어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오래된 흑백 중국영화가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른 한켠에서는 각자의 솜씨를 뽐내는 서예 경연대회가 이루어지고 행사 기간 내내 이루어진 중국 기예단의 아크로바틱 연기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알버트몰에 가면 월병과 등, 포멜로와 그밖의 중추절과 관련된 모든 물건들이 한눈에 보인다. 어른들을 위한 가라오케 경연대회는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사람들의 퍼포먼스로 가득하고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은 서로가 싱가포르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듯 하다. 싱가포르강 주변 플레톤호텔(Fullerton Hotel)과 카베나다리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구경하고 보트키에서는 북과 어우러진 용춤에 흠뻑 빠진다.

축제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들

중추절을 맞아 차이나타운으로 몰려나오는 싱가포르사람들을 구경하고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푸드 스트리트(Food Street), 우리식으로 먹자골목에 앉아있으면 된다. 각가지 다양한 중국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으며 싱가포르 사람들의 생활을 가장 잘 알아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외식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 중의 하나이다. 해서 곳곳에서 외식을 하는 가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날이 어두워지면 반대로 밝아지는 붉은 전등과 갖가지 조명들 속에서 중국음식을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추절의 묘미이다. 차이나타운 골목마다 열린 장터에서는 시골 5일장에 나온 아낙네처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중추절 물건들과 음식들을 볼 수 있다.

중추절이 되면 행복의 원이라는 월병(月餠, the Mooncakes)을 먹는다. 빵처럼 옅은 갈색을 띄고 동그란 달을 닮은 이 월병 속에는 팥, 대추, 야자열매, 연근 등으로 만든 속이 들어가는데 요즘에는 다양한 취향에 맞추어 두리안이나 과일, 아이스크림이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포멜로(Pomelo)라고 하여 특히 추석에 즐겨 먹는 과일이 있는데, 중추절 전에 사람들은 월병과 포멜로를 서로의 친구와 이웃에게 선물하며 친분을 표한다. 차이나타운 곳곳에서는 이 포멜로를 파는 가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등이 켜지면 세상은 온통 붉은 빛

중추절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등(燈, Lantern)이다. 12간지 동물들을 종이로 만들어 초로 밝히는 전통적인 등 이외에도 요즘에는 여러 가지 만화의 주인공이나 영웅들의 캐릭터를 이용하여 만들어지며 이러한 것들은 배터리로 불이 켜진다. 아이들이 신나게 들고 다니는 등은 차이나타운을 비롯하여 곳곳을 밝게 물들인다.

차이나가든에서는 중추절을 맞이하여 큰 행사가 열렸다. 랜턴 펀타지(Lanturn Fun-tasy)가 바로 그것. 8월 30일부터 9월 22일까지 열린 이 행사에서는 중추절에 빼놓을 수 없는 등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The Magic World of Disney Lanturn’이라는 부제 아래 이루어진 이 행사에서는 어두운 밤을 빛으로 바꾸어놓은 다양한 디즈니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입구에서 우리를 반기는 미키와 미니, 도날드 덕을 지나치면 라이온킹, 인어공주와 헤라클레스, 101마리 달마시안은 물론, 피터팬과 후크선장,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등 어릴 적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웠던 각종 캐릭터들의 등을 만날 수 있었다.

몇 시간을 걸려 고향에 가는 우리네와 같은 끈끈한 정은 없더라도, 싱가포르사람들은 다양한 인종을 아우르는 축제의 장으로 중추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작은 나라안에서 요모조모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이곳에서 싱가포르만의 특별한 중국식 중추절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월병을 나누어 먹고 거리 곳곳에 켜진 붉은 등 아래에서 미소짓는 그들의 얼굴이 밝기 그지없었다.

싱가포르 글·사진=장다정 akatowel@hotmail.com
취재협조=싱가포르관광청 02-399-5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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