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관광업계에서 가장 컸던 어려움은 지난 88 서울올림픽 이후 벌어진 사태일 게다. 여러 우려 속에서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후, 범죄와의 전쟁 선포에 이어 관광산업이 하루아침에 전략산업에서 소비성, 사치성 산업으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사회전반에서 관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과 각종 세제상의 혜택 철회, 금융권의 여신제한 등 규제대상으로 설움을 톡톡히 겪었다. 이후 90년에 ‘94 한국방문의 해’ 선포를 통해 관광산업의 재도약을 모색했지만 이때에 불과 1년여 만에 입은 충격은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한 예로 월드컵을 앞두고 작년 말에 벌어졌던 지방 중소호텔의 실질적 월드컵 보이콧 결의가 그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88올림픽때 숙박시설의 공급부족을 해결할 요량으로 정부는 관광호텔에 슬롯머신(투전기업, 속칭 빠칭고)과 증기탕(특수목욕장업)을 허용해 줌으로써 신규호텔 신축이 늘어나 올림픽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그러다가 94년에 사행성 확산 예방과 퇴폐업소 규제차원에서 이를 전격 금지함으로써 지방의 중소 관광호텔은 지금까지도 경영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상태에 있다.

14년이 지난 지금 새삼 이 문제를 상기해 보는 것은 최근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가 마치 서울올림픽 이후의 망령을 보는 듯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정부는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의 성공적 개최이후 포스트월드컵 대책 등의 조치를 발빠르게 발표했다.

그러나 이면에서 ‘관광숙박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 시효연장에 대한 유관부처의 반대, 출국부담금 논란, 호텔의 부가가치 영세율 적용폐지,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철회, 벤처대상에서 관광부문 배제, 관련 산하기관 위축통합 등의 상황 변화는 단순한 불쾌함을 넘어 좌절감을 느낄 정도이다.

문제는 국제 관광업계의 경쟁 수준과 속도이다. 우리가 이러는 사이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가의 관광인프라는 성장속도를 배가함으로써 향후의 우리 관광산업의 미래를 극도로 불투명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어느 관광담당 고위 공무원의 말처럼 “범죄와의 전쟁을 다시 선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자조섞인 표현은 최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는 관광업계에 있다고 보여진다. 1만여개가 넘는 관광사업체와 이의 수배에 달하는 유관사업체가 있으면서 이제까지 무엇을 했는지는 물론, 작금의 관광업계의 현안 사태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조차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솔직히 오랫동안 이렇게 많은 회원사를 갖고 있는 사업자 단체들이 왜 최소한의 정치력도 발휘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고민해 왔다. 지금까지의 생각으론 관광환경의 극심한 변화와 심각한 경쟁상황 등의 풍토에서 첫째, 대부분 외부에서 영입된 관광CEO들의 개인 역량보다 납득하기 어려웠던 임명과정과 이로 인한 회원들의 냉소주의 만연, 둘째, 영세업체가 다수라는 점에 기인한 재정력 부족, 셋째, 사업자 단체간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함으로써 효율적인 협력체계 구축의 지연 등이 원인으로 보여진다.

보통 내부갈등은 희소성에 기인하고, 해결은 당연히 파이를 키우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했다. 파이를 키우는 것은 이를 줄이려는 외부의 힘에 총력으로 결연히 맞서는 것과 함께 관광정책의 근간인 문화관광부 관광국을 확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여 진다.

이제 100일도 안남은 대선은 이러한 단결의 정치력이 최고조로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이다. 관광계 전반의 각성과 단결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관광연구원 연구위원 stkim@k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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