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건설된 지방공항들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 국내 공항들 중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공항은 김포공항과 김해공항뿐이고 나머지 공항들은 매년 적자를 쌓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장기 비전’을 앞세워 공항들을 신설하고 있어 과잉투자 시비 논란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방공항들이 고객들의 외면 속에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대책 없이 또 다른 공항들을 신설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방 5개 국제공항 가운데 김해공항을 제외하곤 모두 이용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8월까지 전국 15개 지방공항의 누적적자는 2,8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4월 문을 연 양양국제공항(건설비 3,500억원)은 40%에도 못미치는 탑승률을 기록하며 올해 55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으며 1997년 4월에 개항한 청주공항(건설비 3,200억원) 역시 지금까지 누적 적자만 200여억원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김포와 김해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공항들은 매년 20억~3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으며 제주 공항은 40억원, 청주국제공항은 올해 더 심해 50억원의 적자가 예상 된다”고 말했다.

또 2004년에 무안국제공항이, 2005년에는 울진공항이 개항을 앞두고 있으며 경북 김제공항 또한 착공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양양국제공항은 개항 이후 4월부터 지난 8월까지 수송인원이 12만 8,000여명(연간 처리능력 193만명)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수송실적은 양양공항 개항으로 전면 중지된 강릉, 속초 공항의 기존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또 양양공항의 유일한 국제노선이었던 양양-상하이 노선이 극심한 수요 부족에 시달리다 7월초에 중단돼 ‘국내공항’으로 전락했다. 이렇다 보니 양양공항은 한 달 간 벌어들이는 2,500여만원의 수입으로 전기 요금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항 6년째를 맞고 있는 청주공항 역시 한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재 하루 이용객이 천여명 정도에 머물고 있으며 올 1월부터 8월까지의 수송인원은 43만 4,000여명으로 연간 300만명의 여객처리능력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청주 공항은 개항 첫 한 달 간 4개 노선의 국제선 평균 탑승률이 7%에 불과했으며 한 때 국제선도 없고 제주노선만 남아 공항 폐쇄 위기에까지 몰리기도 했다.

대통령 공약사업이기도 한 무안국제공항과 경북 울진공항은 이미 개항을 앞두고 있다. 이들 공항 역시 미래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 특히 무안국제공항은 군용비행장인 광주공항을 대체하기 위해 지어졌지만 광주공항 폐쇄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무안공항은 건설하는데 투입된 비용만 3,164억원이 투입됐고 승객 처리능력이 청주공항의 1.6배(연 517만명) 규모지만 외국 항공사는 물론 국내 항공사들도 지방 국제공항에 신규 노선을 취항할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울진공항 또한 2시간 거리에 포항 공항이 위치해 있어 승객유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착공예정인 전북 김제공항에 대해서도 인근에 군산공항에 이용객이 적어 취항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라 건설 타당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공항 건설이 계속되는 이유는 정치적인 배경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역민들의 표를 의식한 후보들이 공약으로 공항 건설을 내고 정확한 시장 분석보다는 정치논리로 사업이 결정, 추진되기 때문이다.

국가적인 대규모 사업이 정치적인 고려와 판단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비단 이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었지만 공항건설은 선거 공약으로 내밀기에 좋은 관심거리가 되기에 선거 때마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이런 공약들은 시장 분석이나 경제적 논리와는 상관없이 구체화 되고 있다.

청주국제공항의 설립 배경이 이를 잘 말해준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북한의 장거리포 사정거리 밖에 있다는 이 지역 국회의원의 말에 이끌려 공항 건설을 처음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국제공항건설이 무리라는 논란이 있어 흐지부지됐지만 대선 때마다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어 결국 공항이 들어서게 됐다.

또 다른 문제는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대한 국감에서는 고속화도로가 잇따라 건설되고 2005년 경부고속전철까지 개통되면 항공 수요는 예상보다 크게 감소할 것이며 김해공항 20%, 대구공항 65%, 울산공항 13% 가량 승객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지방공항들이 정기편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지역의 관광 활성화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성장도 함께 고려해 상용 고객의 안정적 확보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지방공항의 활성화에 대한 방안도 다각도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대형기 위주로 돼 있는 국내 항공정책을 중소형기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토가 좁아 항공기로 1시간 거리 이내에 있는 국내 사정을 감안해 50~60인승의 비행기를 수시로 띄우면 육상 교통과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이에 대해 항공 전문가들은 “이는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지방 공항 여건에도 맞는다”면서 “중소형기로 대체할 경우 대형 여객기에 맞춰 지방 공항을 무리하게 확장하거나 신설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 같은 지방 공항들의 침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활로 찾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포공항의 경우 옛 국제선 2청사와 국내선 청사 등에 상업시설을 유치, 공항 고유의 기능 외에 생활문화 기능을 겸하도록 하고, 김해와 제주공항은 지방거점 국제공항으로, 청주공항은 국제선 화물기지로, 양양공항은 관광산업과 연계한 국제공항으로 각각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1월 공포된 ‘한국공항공사법’에 따라 공항과 주변지역 개발사업 등 각종 수입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면서 “현재 국고로 납입되고 있는 여객 공항이용료도 2004년부터 공항공사의 수입으로 귀속돼 국내 공항운영 등을 위한 재원 조달이 원활해질 전망이다”이라고 밝혔다.

김혜진 기자 jspac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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