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안동(安東)이라는 지명을 들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아마 비슷할 것이다. 고풍스러운 한옥, 일상복마냥 자연스러워 보이는 한복, 풋풋해 보이는 댕기머리소년, 보는 이마저 미소짓게 하는 하회탈 등 그곳에 가면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드는 그런 판타지가 있다.

중앙고속도로가 생긴 이후 안동은 서울에서 3시간이면 가뿐히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됐다.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새벽 일찍 출발하면 두 세 군데의 사적을 느긋하게 돌아볼 수 있다. 하루 여행이라면 안동 북부에 퇴계종택과 도산서원 쪽이나, 중앙에 봉정사와 학봉종택 그리고 신세동7층전탑 또는 서남쪽에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의 코스와 같이 널리 알려지고 검증된 곳을 다녀가는 것도 괜찮다.

다만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편이라 차를 갖고 가지 않는 이들에게는 다소 불편함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참 만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사람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정류장 풍경이나, 굳이 유명세를 타지 않았어도 여행하는 동안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유적들에 사적인 애착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아마 여행에서의 추억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한옥은 건축물이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룰 때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굳이 건축학이나 한옥에 대한 지식이 없다 해도 주위의 자연과 어우러진 한옥의 모습은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다. 그렇기에 특정 유적지가 아닌 안동을 만나 보고픈 여행객이라면 바쁘게 다니기 보다는 찬찬히 안동의 풍경과 만나볼 것을 권하고 싶다.

안동의 남동부인 길안면에 위치한 묵계서원과 만휴정은 상대적으로 안동시내의 다른 유적지와는 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를 타고 가다보면 창 밖으로 끊임없이 펼쳐지는 동글동글하고 다정한 산세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적함과 여유를 만끽하기에는 그만이다. 특히 계곡을 끼고 있는 만휴정에 앉아 있노라면 자연을 정원 삼는다는 한옥만이 갖는 풍류와 멋을 이해할 수 있다.

안동은 풍부한 역사유적과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있음에도 대단위 숙박시설의 미비로 단체 관광객이나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이 묵어가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인이나 몇몇 친구들끼리 여행을 하는 것이라면 안동만의 특색있는 숙소를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임하댐 건설로 무실이 물에 잠기자 이 지역의 옛 가옥들을 옮겨 놓아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만든 지례예술촌은 장기 투숙하는 예술인들의 거처로 더욱 유명하다. 지례예술촌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마찬가지로 임하댐 근처에 위치한 수애당은 가정집에 방문한 것 같은 따스함과 한옥집 고유의 정갈한 분위기를 지녔다.

수애당은 가족단위 또는 소단위로 움직이는 이들이 편하게 묵어 갈만한 곳이다. 혹시 한옥집의 ‘변소’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도 이곳은 샤워시설 등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주인 아줌마가 마련해주는 식사 또한 ‘밖의 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한번 다녀간 이들이 계속 찾게 됨은 물론이고 멀리 떨어져 지내는 지인들처럼 지속적으로 안부를 주고 받기도 한다. 가기 전에 수애당의 이야기가 있는 홈페이지(www.suaedang.com)에 들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실 조선시대와 같은 풍경을 상상하며 안동을 찾은 사람이라면 이내 하회마을에 즐비한 민박집과 식당 간판을 보고 얼마쯤 씁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한옥집들이 굳게 닫혀져 있고, 설령 개방되어 있을지라도 온통 낙서투성인 벽을 보고 있노라면 서운함마저 느끼게 된다. 그러나 여행지로 유명해진 이후에 본래 지니고 있던 멋을 잃어버리게 된 곳이 어디 안동뿐이겠는가?

안동시 관광안내원이자 이곳 토박이인 권문철씨는 “하회마을은 민속자료로 정해져있지만 대부분 사택이라, 입장료를 냈다고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거나 심지어 소란스럽게 구는 등의 행위는 예의가 아닙니다.”라며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우리가 안동 하면 떠올리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유교에 바탕을 둔 예절일 것이다. 안동이 다시 찾고 싶은 곳, 즐겁게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남기기 위한 나머지 반의 책임은 안동을 찾는 이들의 몫일 것이다.

안동 글·사진=이지혜 객원기자 jasthee@hotmail.com

안동탈춤 국제페스티벌 2002

오는 9월 27일부터 10월 6일까지 ‘안동탈춤국제페스티벌2002’가 열린다. 올해 들어 6회 째를 맞는 이 행사는 97년에 지방축제 차원의 작은 규모에서 시작했으나 이제는 해마다 60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만큼 성장했다.

주공연장으로 쓰이고 있는 낙동강변 축제장도 초기에는 그저 공터였으나, 이제는 탈춤공연장과 체육관 등의 기반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주공연장과 부공연장인 하회마을 간에 셔틀버스를 운영하여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안동탈춤국제페스티벌은 탈과 탈춤이라는 한정된 주제로 몇 해만에 바닥을 드러내는 행사가 아니다. 안동시는 해마다 시의성에 맞는 새로운 주제를 선정하고 있으며, 해외팀의 초청에 있어서도 새롭고 독특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게 안배하고 있다.

4년째 이 행사를 담당해 온 안동시 문화관광과 심활 계장은 “ 한번 왔던 이들이 계속해서 찾고 싶은 그런 축제로 만들고 싶다. 특히 올해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통해 축제의 생생한 모습을 전할 예정이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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