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밸리로의 여행은 오감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경험이다. 잘 가꿔진 포도농장과 멀리 이어진 낮은 구릉들은 눈을 즐겁게 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더할 수 없이 신선한 공기가 코로 스며든다. 식사 시간마다 다양한 와인과 멋진 음식들이 미각을 만족시키고 적당한 기온은 이 모든 느낌을 한층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헌터밸리는 일년 중 어느 때 방문해도 좋다. 봄과 가을이야 날씨가 좋아 방문하기에 더할 나위 없지만, 겨울에는 벽난로 옆에 앉아 부드러운 와인 한 잔으로 쌀쌀함을 녹이는 낭만이 있어서 좋고 여름에는 수영장에 앉아 차가운 화이트와인을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다.

헌터밸리를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는 생활리듬을 평소보다 많이 늦추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헌터밸리에서 맛볼 수 있는 우수한 와인들과 음식을 최대한 즐기면서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인 헌터밸리에서는 현재 총 4,000헥타르 이상의 면적에서 포도가 재배되고 있으며 매년 2억 호주달러 이상의 포도주가 생산되고 있다. 시드니에서 차로 두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있다.

이 곳에는 총 80여개 이상의 와인 양조장이 들어서 있는데, 이들 중 많은 곳이 자체적으로 숙박시설과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으므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당일코스 보다는 하루 이상 머무르면서 돌아보는 것이 좋다. 각 양조장 별로 투어를 진행하거나 간단한 와인교육을 시키기도 하므로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짧은 시간이나마 와인에 대한 상식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입구가 넓어 엄청난 규모의 리조트처럼 보이는 이 곳은 안으로 들어서면 단출한 단층건물들이 이어진 양조장이다. 일류 호텔에 뒤지지 않는 깔끔한 시설이지만 숙소를 운영하는 것이 주된 수입원이 아니다 보니 객실의 개수는 그리 많지 않다.

와인 양조장은 대부분 대대로 이어오는 가업인 경우가 많은데 이 곳도 예외는 아니다. 단순한 돈벌이 대상이 아닌 소명의식을 갖고 운영한다는 사장 필립 헬레씨는 와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방문객들을 위해 두 시간 짜리 와인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양조장을 돌아보는 투어를 마친 뒤에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카페 ‘산 마르티노 (San Martino)’에서 식사를 해보자. 멋진 통나무 집 분위기에 음식도 수준급이거니와 와인 양조장답게 각 음식별로 가장 적합한 와인을 골라주기도 한다.

헌터밸리는 생각보다 넓은 지역이므로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보기가 어렵다. 포콜빈 마차를 이용하면 헌터밸리 지역을 다양한 방법으로 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덜컹거리면서 달리는 마차를 타면 경운기 뒤에 앉아 시골길을 달리는 듯한 묘한 향수가 밀려든다. 아침 11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진행되는 전일투어는 네 곳의 양조장을 둘러보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 오전과 오후 중 택할 수 있는 반일 프로그램도 있으며, 네 명 이상일 경우 마차를 통째로 빌려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도 있다. 서두르지 않고 주변의 풍경을 감상한다는 생각으로 타보면 여행의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하루나 이틀쯤은 품위 있고 낭만적인 곳에서 보내고 싶다면 페퍼스 게스트하우스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동남아에서는 배낭객들이 이용하는 값싼 숙소를 게스트하우스라고 하지만, 이 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이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특별한 ‘손님’이 된 듯한 느낌을 원하는 사람들이 찾을 만한 고급스런 곳이다.

특히 멋지게 가꿔놓은 정원과 고풍스런 호주풍의 객실에서 이 곳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며 수영장, 사우나, 스파, 테니스 코트 등도 잘 관리되고 있다. 이곳의 식당인 ‘체즈 폭 (Chez Pok)’은 헌터밸리에서 가장 잘 알려진 레스토랑들 중 하나로 아시아, 프랑스,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와인을 즐기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치즈이니 만큼, 헌터밸리에 대규모 치즈공장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헌터밸리 치즈 컴퍼니는 각국에서 온 패키지 여행자들은 물론 인근 숙소에 머무는 사람들도 빼놓지 않고 들러보는 헌터밸리의 명소중 하나이다.

직원의 친절한 설명을 통해 유리 너머에서 직접 치즈가 숙성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구매하기 전에는 조금씩 시식해 볼 수도 있으므로 여러 가지를 맛본 후 맘에 드는 것으로 구매하는 것이 요령이다.
바로 옆에는 큰 규모의 와인셀라가 있어 와인도 함께 구매할 수 있다.

와인은 다른 어느 술보다도 음식과의 궁합을 중요시하는 만큼 이 지역에는 헌터밸리의 수준 높은 와인에 필적할 만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들이 많다. 페퍼스 게스트하우스의 체즈 녹 (Chez Nok), 페퍼 트리의 로버츠 (Roberts), 그리고 카수아리나(Casuarina)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길지 않은 여행일정에 이 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와인에 맞는 음식들을 찾아볼 형편이 안 된다면 맥 윌리암스 마운트 플레즌트에 위치한 엘리자베스 카페를 찾아보자.

엘리자베스 카페에서는 에뮤 소시지, 캥거루 고기, 연어, 닭고기, 야채 등 열 가지가 넘는 음식이 든 식사와 헌터밸리의 대표적인 와인 세 잔을 앞에 놓고 음식과 와인을 맞춰보는 정신없는 게임이 벌어진다.

발 밑으로 펼쳐지는 낮은 구릉의 경치 또한 뛰어나서 식사를 즐기는 재미가 배가되는 곳이다. 맥 윌리암스 마운트 플레즌트 또한 이름난 양조장이므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 곳의 와인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호주 헌터밸리=김승범 객원기자 kismet8004@orgio.net
취재협조=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관광청www.tourism.nsw.gov.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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