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멕시코 시티는 멀고도 높다. 멕시코 시티는 해발고도 2,248m의 멕시코 계곡에 위치해 있다. 한라산이 1,950m, 백두산이 2,750m니까 두 영산의 중간 높이쯤을 상상하면 좀더 실감이 날까?
멕시코 시티로의 입성은 공항에서 마주치는 이국적인 풍경보다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입국 수속을 받다보면 평지보다 30%나 부족하다는 산소의 빈자리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도 산소부족으로 소화에 지장을 주므로 저녁식사는 과식을 피하라고 충고할 정도. 현지인들은 막 공항에 도착해 호흡곤란을 느끼는 사람에게 카페인이 답답함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콜라를 추천하기도 한다.

산소까지 부족할 만큼 높은 곳에 자리한 멕시코 시티는 인구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멕시코 시티의 인구는 2,000만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정년을 훌쩍 넘긴 수많은 폴스바겐을 포함해 500만대의 자동차가 고지대를 누비다 보니 대기 오염도 서울에 못지 않다.

그렇다고 중·남미를 여행하면서 멕시코와 멕시코 시티를 지나치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멕시코 시티는 부족한 산소와 넘치는 인구, 낡은 폴스바겐 택시가 울려대는 정신없는 경적 소리를 덮어줄 수 있는 충분한 매력을 지닌 도시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아즈텍 제국이남긴 고대 유적지를 거닐 수 있고 카리브해의 빛나는 바다로 날아갈 수도 있다. 언제나 한결같은 초가을 날씨도 멕시코 시티의 여행을 기분 좋게 만든다.

멕시코 여행은 소칼로부터

멕시코의 모든 도시는 광장을 의미하는 소칼로(Zocalo)를 중심으로 형성되며 모든 소칼로는 관저와 성당이 둘러싸는 동일한 형태를 취한다. 멕시코 시티도 마찬가지. 헌법광장이라는 정식 명칭이 있지만 소칼로로 불리는 중앙광장은 멕시코 시티의 중심이자 시내관광의 출발점이다.

광장에 서면 흡사 중세 유럽에 온 듯 화려한 건물들이 병풍처럼 사방에 퍼져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건물이 국립궁전이다. 소칼로의 동편을 가득 메우고 있는 국립궁전에는 멕시코 독립의 아버지 이달고 신부가 1810년 타종했던 독립의 종이 걸려 있고 지금도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는 축제의 장으로 이용된다.

근엄한 겉모습 만큼 국립궁전의 내부도 관광객에게 인기다. 궁전 2층에는 디에코 리베라라는 화가가 그린 벽화가 회랑을 따라 그려져 있는 데 아즈테카 시대부터 멕시코 혁명까지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국립궁전 옆의 대성당(메트로폴리타나 캐시드럴)도 놓칠 수 없다. 멕시코의 모든 성당을 대표하는 대성당은 유럽인들이 중남미에 지은 건물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장장 250년에 걸쳐 건축된 까닭에 르네상스, 바로크, 고딕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성당 안은 보수 공사가 한창이라 온전한 모습을 감상할 수 없지만 벽과 천장이 온통 황금색으로 장식돼 있는 중앙 오른편 제단은 그 옛날의 화려했던 영화를 전하고 있다.

소칼로의 독립기념일 축제 한마당

소칼로에서 분출하는 열정적인 에너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독립기념일 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멕시코의 독립기념일인 9월16일에는 도시 곳곳의 교통이 통제되고 거리엔 삼색의 멕시코 국기를 손에 든 인파와 노점상들이 넘쳐난다. 흡사 지난 6월의 우리네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이미 분위기가 무르익은 축제는 15일에서 16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대통령이 국립궁전에 나타나 독립의 종을 타종하면서 절정을 향해 치 닿는다.

타종과 함께 대통령이 ‘비바 멕시코’(멕시코 만세)를 외치면 온 도시는 데낄라보다 화끈한 축제의 열기에 사로잡힌다.
거리의 시민들은 누구에게라 할 것 없이 색색의 스프레이를 뿌리며 환호하고 노래부르며 밤새 자동차 경적과 불꽃 터지는 소리는 시내 곳곳을 메운다.

멕시코의 가장 성대한 공식 행사답게 나라 전체가 떠들석하게 흥겨움에 젖지만 너무 분위기에 취해 휩쓸리다보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축제에 동참할 때는 카메라나 귀중품은 호텔에 두고 스프레이 세례를 당해도 상관없는 가벼운 복장이 필수다.

검은머리, 갈색피부의 마리아를 만난다

소칼로에 이어 시내 관광에 빠지지 않는 명소가 과달루페 사원이다. 로마 교황청이 세계 3대 기적의 사원으로 명명한 과달루페 사원은 1531년 지금의 성당 자리인 테페약 언덕에 출현한 검은머리에 갈색피부를 가진 마리아를 모시기 위해 지은 사원이다.

사원 내부에는 구교회당과 신교회당을 비롯해 많은 예배당이 있으나 구교회당은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많이 기울어져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중·남미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과달루페는 일요일이면 신앙심 깊은 인디오들로 만원을 이루며 중·남미 곳곳에서 찾아오는 신자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는다. 사원 내에는 무릎으로 기어가며 소원을 비는 모습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최근 멕시코를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7월 31일 과달루페 대성당 시성식에서 성모 마리아 출현의 기적을 세차례 체험한 원주민 후안 디에고를 성인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가톨릭 역사상 인디오가 성인이 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디에고가 기적을 경험한 구교회당 뒤편의 언덕에는 참배객이 끊이길 않는다.

■멕시코의 치안은 그리 안심할 정도가 못되므로 혼자 밤길을 다니는 것을 삼가고 해적 택시도 주의해야 한다. 먼저 접근하거나 번호판이 없는 택시는 일단 주의하고 탑승 후에는 면허증과 실제 얼굴을 확인하고 문을 잠그는 편이 안전하다.

■멕시코는 특이하게 여행사 수표의 환율이 현금 보다 나쁘다. 환전은 현찰로 하는 편이 유리하고 공항에서의 환율이 가장 좋다.

■이달고 신부는 오늘날까지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정확한 상관관계는 알 수 없지만 단숨에 술잔을 비울 때 멕시코인들은 ‘이달고’를 외친다.

■소칼로 자체가 광장이라는 의미이므로 ‘소칼로 광장’이라는 표현은 ‘역전 앞’처럼 잘못된 표현이다.

■특급 호텔의 일부 종업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므로 간단한 회화를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멕시코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아시아나항공 02-669-5380
멕시카나 항공 02-775-0463/전미주투어스 02-736-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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