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볼거리가 너무 빈약하다’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한마디로 도무지 경쟁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관광을 공부하는 사람들 가운데도 외국의 잘된 사례에 대한 정보와 식견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자원과 상품에 대해서는 자조섞인 얘기를 하는 이가 적지 않다. 우리도 그들처럼 왜 못하는지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일수록 우리 땅의 자연과 문화, 사람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에 가깝다. 정작 우리 것에 대해 올바른 이해나 지식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관광개발과 상품화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순간에도 외국의 예를 거울삼아 우리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선진사례를 찾아 연수에 나서고 있다. 벤치마킹은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날 국적불명의 우스꽝스런 관광지개발은 내 것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없이 외국의 겉모습만 쫓아온 결과이다.

국가마다 지역마다 한 명의 관광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지금, 경쟁의 포인트는 관광상품의 다양성과 차별성에 달려있다. 개성있는 관광매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면 그것은 우리 주변의 자연과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나온다. 우리 발 밑을 먼저 살펴야 한다. 어디엔가 있는 것을 벤치마킹 한다면 복제품이 될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서 태국의 코끼리쇼를 한다.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다시 찾고 싶은 감동은 없다. 발 밑을 살피기 전에 먼 곳만을 바라보는 병리가 깃들여 있다면 질 것이 분명한 싸움을 시작하는 셈이다. 관광상품의 다양성과 매력을 갖추는 일은 작고 소박하지만 세상에서 하나뿐인 것을 만들려는 생각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생활주변의 소재로 매력있는 농촌체험상품을 개발한 마을이 있다. 지난 주말 강원도 화천군의 오지마을에서는 이색 체험행사가 열렸다. 젊은 연인과 신혼부부 40쌍이 농촌체험을 위해 찾아온 것이다.

젊은 도시민이 오지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주민들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젊은 연인들은 코뚜레를 만들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추수가 끝난 논에서 닭과 오리를 잡으며 이 마을 특산물인 오리쌀을 자연스럽게 소개받게 되었다.

아들, 딸 낳고 알콩달콩 살기를 기원하며 숯과 고추를 엮는 ‘금줄꼬기’와 ‘콩서리’가 이어졌다.

거창하고 화려한 이벤트는 아니었지만 모두가 찾아오길 잘했다고,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마을주변에 널려진 평범한 소재에 아이디어를 덧붙여 도시 젊은이들의 감성을 사로잡았다.

그럴듯한 체험행사장이나 세련된 진행자도 없었다. 흔히 돈이 없어 못한다고 얘기한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안목이 없고, 유치하지만 뭔가 해보려는 열정이 없다고 솔직하게 인정하자.

참신한 관광기념품이 선보이면 일주일이 못되어 전국으로 복제품이 퍼지는 것은 자기 아이디어를 찾아내기보다 남의 노력에 쉽게 편승하려는 풍조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앞선 경험을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벤치마킹만 해서는 앞서 갈 수 없다.

스스로 벤치마킹 할 만한 사례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변의 평범한 자원을 발굴하고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올바른 이해와 안목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제 어두운 등잔 밑을 밝힐 차례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serieco@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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