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으로 엮은 삼각 모자를 쓰고 삿대를 이리저리 돌리던 ‘배따라기’ 아주머니가 흥얼흥얼 노래를 불러준다. 햇볕이 내리쬐는 낮임에도 불구하고 삿대로 물을 지치는 시원한 소리에 여행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달콤한 오수를 즐긴다. 잔잔한 수면을 미끄러져가는 쪽배의 나른한 흔들림이 한결같다.

태호 안의 섬 주장진

주장진은 상하이와 쑤저우 사이에 위치한 작은 수상 도시다. 산뜻한 신흥 부호들의 주거지를 연상케 하는 상하이의 잘 빠진 외곽 지역을 한 1시간 30분쯤 지났을까. 한반도의 4분의1 정도 규모라는 엄청난 크기의 태호가 멀리 보였다. 중국이라는 국토를 가진 사람이라면 태호, 태산 등 ‘클 태(太)’를 쓸 수 있는 자격이 있어 보인다.

주장진은 주제공이라는 이의 사택이다. 주장(周庄)이란 주씨 가문의 장원을 의미한다고. 비단의 산지답게 쑤저우 지역은 한 때 가장 경제적으로 부유한 마을이었다고 한다. 주장진 전체가 이 한 사람의 소유라고 한다.

강소성의 두 도시, 쑤저우와 항저우는 비단의 주요 산지인 덕에 가장 부유한 마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고 한다. 예로부터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비단 생산이라는 탄탄한 산업구조를 가진 덕이다. 여기에 태호와 주장진이 공급하는 민물고기는 이들에게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쑤저우는 풍요로움이 주는 생활의 넉넉함이 배어 나온다.

지금에서야 생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주장진을 관통하는 운하와 운하에 즐비한 명·청대의 고풍스런 건축물이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운하를 가득 메운 물인 탓일까. 어린 시절 보았던 목욕제을 풀어놓은 듯한 녹색빛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러워 보이는 섬진강의 푸른 강물과도, 푸르다는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남태평양의 물빛깔과도 사뭇 느낌이 다르다.

주장진은 중국 최대의 담수호인 태호 안에 떠있는 일종의 섬으로 태호의 물을 막아 인공적으로 만든 운하이다. 이러한 매력을 갖춘 주장진은 상하이 사람들의 주말 휴식처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운하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운하폭은 쪽배 4대가 동시에 다닐 수 있는 일종의 2차선 정도의 규모다. 하지만 삿대에 부딪히는 소리로 보건대 이 운하의 수심을 쉽게 짐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녁이면 상점의 불빛이 운하의 물에 떨어지는 광경이 운치를 더한다는 귀띔이 조금 아쉽다.
그러나 운하에 즐비한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는 변모해가는 우리네 유명 관광명소를 보는 듯 아쉽고 씁쓸하다.

호화 유람선을 흉내낸 초대형 호텔이 정동진의 대표적인 모습이 되어 버리고 고즈넉한 정동진의 모습은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예로 봤을 때 주장진의 모습에서 ‘딱 여기까지만’이라는 바람이 절로 나온다.

매일 화장하는 도시 상하이

19세기 초엽만 해도 중국의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상하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정성스럽게 화장을 바꾸는 여인의 얼굴처럼 화려하고 빈틈이 없어 보인다.

중국을 찾은 여행자들이 옛사람들의 생활상으로 알 수 있는 적절한 곳은 단연 항자(골목)다.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도 항자는 주요 관광코스로 손꼽히지만 상하이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가이드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 도시의 얼굴을 바꿔놓는 상하이의 경우 대표적인 항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국가여유국의 이보영 과장은 “지난 1997년에 방문했을 때와도 크게 달라졌다”며 나날이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상하이에 사뭇 놀라워한다.

사실 짧은 일정 동안 다양한 얼굴의 상하이를 몸소 체험하기란 어렵다. 솔직히 일개 외국인에게는 상하이가 과시하고자 했던 것을 보고, 체험하고, 단적인 이미지만을 섭취할 뿐이다.

상하이를 대표하는 지역은 푸둥지구, 외탄지구와 황포강 사이에 위치한 푸둥 신지구의 핵심은 육가취. 은빛을 내는 방송 송신탑이 한낮에도 지나가는 이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육가취는 중국 유일의 금융무역 개발구라고 한다.

저녁의 어스름을 깨고 외탄지구에 갔다. 신도시 건설을 위해 황포강 인근에 매립된 이 지역은 경제금융 등 화려한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다.

외탄지구는 앞으로는 황포강이, 뒤쪽으로는 상하이의 1930~1940년대의 화려한 서양식 건물 등이 인상적이다. 외탄공원에서는 저녁의 어스름과 함께 일제히 흰 대리석의 고풍스런 건물에도,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건물에도 어김없이 불이 켜진다. 때문에 외탄 지구의 밤은 ‘수정궁’이라는 별칭이 잘 어울리는 듯하다.

중국 최고의 금융가인 외탄가의 또하나의 별칭은 ‘원동의 월가’. 유수의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상하이의 밤을 밝히고 있다.
인근 유명 번화가인 남경로는 오후 11시면 불이 꺼진다. 인민 광장과 외탄지구 사이에 위치해 있는 이 곳은 우리네 명동격이라고 한다. 1km가 넘는 보행거리의 화려한 상가와 전통식 상가가 눈요기 거리다.

상하이·주장진=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취재 협조=중국국가여유국 02-773-0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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