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문화의식의 상승으로 전국 곳곳에 다양한 주제의 전문박물관이 생기는 것은 국민 일반의 문화향수의 신장과 지방 관광자원의 창출, 확대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에 있는 공주민속극박물관은 우리 전통인형극의 인형, 탈놀이의 탈, 그런 연희들의 반주 악기, 우리 토착신앙에서 쓰는 무구, 악기 등을 수집, 전시해 놓은 전문박물관이다. 박물관은 돌모루라는 작은 언덕 위에 자리하는데, 맞춘 듯한 크기의 언덕과 그 생김새도 조화롭거니와 지난 7~8년 간 손을 본 언덕이 어엿한 풍경을 갖춰 한국적 조경의 한 본보기를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상설 전시 외에 그때그때 우리 민속문화유산을 발굴하여 기획 전시를 한다. 특히 매년 10월 초면 세계에서 1인극제(Mono-Drama Festival)로는 이곳 한 곳뿐이라는 아시아1인극제가 열린다. 올해로 어느덧 제7회를 맞았다. 10월 초 갔더니 본래 있던 ‘잔디마당’ 외에 ‘돌모루당’이라는 마당극장이 하나 더 늘었는데 그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무대는 앞쪽이 터진 작은 기와집이라 친근감이 든다. 지붕을 받친 앞 나무기둥 둘에 용틀임을 새겼는데 웅혼한 기상이 역력하다. 그 두 기둥 앞에 화강암으로 조각한 말 두 마리를 배치한 것이 멋을 더했다.

그 무대에서 ‘장사익’이 조그만 종을 흔들며 ‘하늘 가는 길’을 애절하면서도 걸죽하게 불렀다. 빗방울이 듣는 듯 하던 하늘에서 이내 비가 내렸다. 우산이 없는 관객들은 무대와 조명석으로 옹기종기 끼어들었다. 굵은 빗줄기가 오색의 조명발을 받으니 환상적이다.

이어 그는 ‘찔레꽃’과 ‘동백 아가씨’를 구성지게 불러제꼈다. 비 내리는 마당극장에서의 ‘장사익 콘서트’. 가수 자신도 관객도 삼삼한 분위기에 젖었다. 어둔 밤 이어진 일본의 전통인형극 배우 오까모도의 ‘화신(化神)’ 공연에서는 배우가 든 횃불이 무대 양쪽에 활활 지핀 장작불과 어우러져 돌모루당은 더욱 환상적인 무대가 되었다.

이번 아시아1인극제에는 일본에서 온 관객들이 수십 명 있었다. 더욱이 외국에서 자국의 국제교류기금이나 개인 비용을 들여 온 2편의 자유참가작이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 각종 이벤트에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빼고 일부러 외국에서 오는 관람객과 자기네 예산으로 오는 출연자가 거의 없는 것을 생각하면 이 숫자들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래, 우리나라의 축제는 기존의 축제 외에 각종 이벤트성 축제가 늘어나 어느덧 2000개가 되었다고 한다. 축제와 문화예술제가 많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유사하고 중복되는 축제가 너무 많다. 예로 전국에 비슷한 연극제, 영화제, 미술제가 얼마나 많아졌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또 축제의 이름은 달라도 이벤트 회사들이 대행하는 축제의 내용이나 행사 진행 방식은 판에 박은 듯이 같다. 실패하는 이벤트성 축제는 예산의 낭비다. 요즘 향토축제에 가보면 주제와 목적은 실종된 채 먹자판, 술판, 그야말로 개판이 돼버린 곳이 많다.

지방화시대에 지역의 개성 있는 축제는 새로운 관광자원의 개발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공주는 백제의 옛 도읍이기에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이다.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민속극박물관과 축제가 어우러진 공주아시아1인극제는 지역 관광지와 연계된 이벤트관광 성공의 좋은 예이다.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magni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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