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호기심 천국’

현실도피자 같은 소리지만 영화의 가장 큰 유용성은 고달픈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생각한다. ‘네러티브’니 ‘미장센’이니 ‘작가주의’니 하는 말잔치들을 제껴두고 영화의 기본적인 즐거움은 그 상황속으로 몰입하면서 얻게되는 카타르시스임을 거듭 인정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유니버셜 스튜디오 헐리우드(Universal Studios Hollywood)는 그런 의미에서 현실도피를 위한 완벽한 장소일수도 있고 반대로 최악의 장소일 수도 있다. 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신(Scene)과 대사가 다르듯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찾는 사람들도 저마다 느끼는 방법이 다르다.

500여개의 영화 세트장을 돌아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은 호기심과 모험심, 배심감과 허무함이 얽혀드는 복잡한 느낌이다. 감쪽같은 특수효과와 카메라의 정교한 눈속임, 영화제작의 허와 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적나라한 다큐멘터리다. 하지만 가슴 절절히 웃고 울었던 명장면들이 인공설(雪)과 플라스틱 나무, 손바닥만한 오두막의 조합이었다는 사실은 배신감 그 이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이고 테마파크는 테마파크일 뿐이다. 고로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영화’를 테마로 한 놀이터일 뿐이다. 그래서 이 곳에서는 몸을 혹사하며 혼을 절반쯤 빼 놓는 스릴은 없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헐리우드를 방문한다는 것은 SF와 호러, 스릴러와 멜로가 혼합된 또 하나의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그만이다. 영화들이 다 그렇듯 지루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영화의 환상과 그 치부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면에서 ‘슈렉(Shrek)’과 같이 장르의 관습을 꼬집는 기괴하고 유쾌한 영화일수도 있다. 이 곳에서 필요한 것은 반응에 민감하고 호기심이 많은 어린아이의 감수성뿐이다.

만지고 느끼며 실감 100%

유니버셜 스튜디오 헐리우드의 어트렉션은 크게 놀이기구형, 극장형, 쇼형식으로 나뉜다. 물론 모두 유명 헐리우드 영화의 세트장이나 스토리를 테마로 하고 있지만 평면위의 영상이 아니라 입체화면과 특수효과를 총동원해 실제로 만지고 냄새맡고 온몸으로 경험하는 가상의 세계로 안내된다.

워터월드(Water World)는 스턴트쇼와 특수효과를 화려하게 결합한 바다위의 전쟁을 보여준다. 제트스키와 소형 비행기의 묵중함을 바로 앞에서 느낄 수 있고 터무니 없이 많은 물을 관객석쪽으로 끼얻는 연기자들의 익살이 유쾌하다.

터미네이터(Terminator 2:3D)는 입체영화의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온 3차원(3D) 쇼다. 무대위의 실제 연기자들과 화면속의 연기자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영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공간을 연출한다.

쥬라시 파크(Jurassic Park - The Ride)는 급작스런 낙하로 짜릿함을 주는 어트랙션이다. 물길을 따라 보트를 타고 가는 동안 좌우의 공룡들이 갖가지 표정으로 관객을 위협해 온다. 낙하와 함께 물을 흠뻑 뒤집어 쓰기 때문에 우비를 장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짜릿한 스릴감에 여러번 발길이 가는 곳이다.

이 밖에도 고대 이집트 동굴속을 탐험하는 미이라(The Curse of the Tummy’s Tomb, The Mummy Return),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백투더퓨쳐(Back to the Future - The Ride), 흥겨운 록음악과 댄스가 어우러지는 스파이더맨(Spider-man Rocks!), 대형 화재의 현장을 경험하는 백트라프트(Backdraft),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누비는 E.T.(E.T. Adventure) 등의 어트랙션이 하나하나 흥미진진한 볼거리와 체험을 제공한다. 테마파크 입구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유니버셜 시티워크(Universal Citywark)가 조성되어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이 추가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글·사진=천소현
취재협조=UMI(Universal Marketing International)02-755-5025
노스웨스트항공 02-732-1700

상담포인트

★유니버셜 스튜디오 헐리우드의 가이드 맵에는 ‘이 곳에서 하루를 시작하라(Start Your Day Here!)’고 적혀 있다. 제목을 들으면 알만한 헐리우드 영화들이 촬영된 장소를 트램을 타고 돌아보는 45분간의 ‘스튜디오 투어(Studio Tour)’를 추천하는 말이다.

창고형 세트장과 야외 세트장을 돌면서 헐리우드 영화의 역사와 숨은 특수효과들을 경험해볼 수 있다. 영화 미이라, 쥬라기 공원, 그린치, 사이코 등의 영화를 촬영했던 세트장들은 얇은 합판과 엉성한 소품으로 채워져 있지만 소리와 음향, 정확하게 계산된 특수효과(홍수와 진도 3.8의 강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만큼은 무시못할 짜릿함이 있다.

★지난 6월부터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사상 최초로 한국어 안내방송과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디즈니랜드, 씨월드 등 미국내 주요 어트랙션 중에서도 최초다. 반응도 좋은 편이어서 오는 12월 1일부터 기존의 화, 금(오후 2시30분, 4시)외에 토요일에도 한국어 트램을 추가 운영할 예정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한국 홀세일 대리점을 맡고 있는 UMI(Universal Marketing International)의 토니박 대표는 “한국어 서비스를 통해 한국 관광객들이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더 즐겁게 즐길수 있고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경우 지정된 날짜외에도 예약시 한국어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VIP투어(120달러)도 한국어 서비스 개시와 함께 가능해졌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헐리우드의 역사

1915년 영화산업의 개척자인 칼 래믈(Carl Laemmle)은 양계장으로 쓰였던 헐리우드의 농장부지를 개조해 영화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이 때 처음으로 입장료 25센트를 받고 방문객을 맞이하기 시작한 것이 스튜디오 투어의 시초다. 유성영화시대가 오자 1963년까지 투어가 중단됐다가 이후 유니버셜 스튜디오측이 여행사들의 버스 운영을 허가하면서 1964년 7월 8일부터 일반인을 위한 투어가 재개됐다.

지금은 전세계 9,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유니버셜 스튜디오 헐리우드를 방문했으며 입장료도 43달러로 올라갔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연중 운영하며 여름에는 오후 10시까지 개장한다. 여름 이외에는 주중에 오후 6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7시까지 개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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