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수화가 그려낸 진기한 화폭일까. 장지아제(張家界)의 주요 산과 기이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뻗은 석봉, 또 석봉을 감싼 수풀 등과 굽이쳐 흐르는 시내는 어느 책에서 보았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한다. 분명 우리의 산하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낯설지는 않다.
안평대군의 꿈에서 ‘무릉도원’을 그려낸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본 기억 때문일까.

조선시대 산수화가 중국 화가의 화필을 닮아있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내가 봤던 그 풍경들은 우리의 것이 아닌 비로소 장지아제의 비경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소 약간 씁쓸한 감정이 배어나온다.

최근 들어 여행객의 선호도에 있어서 구이린에 버금가는 장지아제는 장지아제 자연보호구, 천자산 자연보호구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3대 경물로 꼽히며 이 구역에는 3,000여개의 석봉이 우뚝 솟아 장관을 이룬다. 장지아제의 5개 명 코스는 유람선을 타고 보봉호, 황룡동굴, 황석채, 금편서, 래프팅을 할 수 있는 계곡인 구천동 등이 꼽힌다.

그 가운데서도 천자산 일대는 장지아제 세계문화유산과 삭계욕과 더불어 3대 관광지로 알려진 곳이다. 삐죽히 솟은 노송과 평원을 굽이굽이 흐르는 시냇물, 기암괴석 등 관물대로서 적합하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이 석봉들이 있던 곳은 한 때 바다였다고 한다.

차분한 안개가 내린 천자산 일대를 케이블카로 올라간다. 케이블카 내에서 하늘을 찌를듯한 석봉과 천하의 절경을 숨죽이며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불과 10여분 남짓. 아래로 아찔한 광경이 펼쳐진다. 아찔한 곡예를 하듯 하늘을 향하는 케이블카는 천자산 관물대에 여행객을 내려놨다.

숨죽이는 아름다움 천자산

안개가 내린 천자산은 신선들의 보금자리 같은 범상치 않음이 느껴진다. 2,000여개의 석봉과 폭포, 샘, 아열대성 원시 삼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진귀한 새와 동물도 많이 있다고 한다. 뽐내듯 삐죽삐죽 솟아있는 기이한 봉우리들 아래로 8층 목탑의 정자가 보인다. 괜찮은 관물대로서 적당하다. 인근에 있는 하룡공원의 동상 앞에는 사진 찍는 인파로 넘쳐난다.

장지아제라는 이름의 유래는 장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계곡이라는 뜻을 가진 이른바 집성촌이다. 역시 유명 관광지인 원가계도 같은 이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원가계는 천자산 혹은 금편계곡에서 직접 올라갈 수 있고 천하제일교, 미혼대, 후화원, 천현백련, 공중전원 등이 주요 관광 코스다.

황석채는 장지아제에서 제일 큰 관물대로서 해발고도가 1,300m에 이른다. 황석채 전경을 구경할 수 있는 이곳은 황석채 케이블카를 이용 산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다. 물론 트레킹을 위한 길도 나있다.

기이하고 신기한 황룡동굴

이름 없는 촌부의 손에 발견됐다고 하는 황룡동굴. 언뜻 보기엔 흔히 볼 수 있는 돌산에 불과하지만 작은 입구를 지나쳐 들어가면 약 20헥타르에 달하는 황룡동굴의 진가가 드러난다.

밖은 기온이 선선한 가을 날씨이지만 황룡동굴 안은 그보다 섭씨 10도 가량 낮다. 황룡동굴의 하이라이트 코스는 단연 보트를 타고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기암을 보는 것. 보트로 10분 가량 미끄러지듯 유영한다.

수직높이가 120m에 달하는 황룡동굴은 기독교 박해시대에 기독교 신자들이 숨어들었던 지하도시를 연상케 한다. 곳곳의 등불이 행인의 행로를 인도해주지만 괜히 미아가 될 것 같은 조바심에 야광봉을 들은 인솔자의 꽁무니를 쫓아다닌다.
황룡동굴 내에서 가장 긴 석등은 19m 가량. 17m 종유석도 상당히 있어 자웅을 가르기 어렵다.

황룡동굴은 모두 4층이며 이 굴 안에는 창고 1개, 폭포 3개, 호수 4개, 홀 13개 등 헤아릴 수 없는 석순, 석주, 석화, 석포가 있다. ‘용왕보좌’라고 불리는 종유석은 물론 발길 닿는 곳의 기이한 모양의 석주에는 손오공과 그의 부하들, 용왕의 얘기 혹은 용왕의 딸과 원숭이의 사랑 등이 담겨져 있다.

장지아제 글·사진=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취재협조=중국국가여유국 02-773-0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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