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세계인의 눈과 귀를 대한민국으로 모두 쓸어모았던 지난 6월의 감동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세계인들은 대한민국의 태극전사들이 만들어낸 월드컵 4강의 신화, 그 기적을 보고 놀랐으며 대한민국 전역에서 펼쳐지는 붉은 물결과 축제의 열기에 놀랐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기획, 연출, 감독, 연기자가 되어 만들어낸 환희와 열광과 감동이라는 대한민국 축제문화가 전파를 타고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전달됐다.

관광인의 한 사람으로 그 축제를 바라보는 느낌은 더욱 각별했다. 그 동안 일본과 함께 일하면서 느꼈던 회한들마저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한국과 월드컵을 공동개최한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전국 어느 지방을 가도 관광이벤트의 개념을 지역축제에 접목시킨 문화축제가 풍부한 곳이 바로 일본이다.

관광자원화 정책이 제대로 정착되어 있고 관광업계는 한국처럼 관광객유치를 위해 덤핑과 과열경쟁을 찾아볼 수 없다. 여성 최초의 일본 주재원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일본인들과 함께 일하면서 부러웠던 것은 그들이 자존심을 세워가며 돈도 벌고, 그러면서 박수도 받으며 나라 체면과 국가 이미지까지 세운다는 것이다.

지난 34년간 일본인관광객 유치를 해오면서 일본의 온천과 지역 마쯔리(축제)를 내세워 일본의 색을 알리고 그 맛과 소리로 국가 이미지의 조화를 너무나도 잘 이루어내는 민(民) 과 관(官)의 하모니를 보아 왔고, 상대적으로 한국의 여행업계는 ‘뜨내기 장터’와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실제로 한국여행업계에서는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민과 관이, 업체끼리 서로 지원하고 협력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관광상품개발, 회의와 연계한 각종 문화행사, 스포츠교류, 콘서트 등 각종 이벤트를 기획유치하기 위한 노력들이 한국 사회에 팽배한 관광산업에 대한 평가절하로 좌절과 패배로 끝나는 경험을 무수히 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관광인 스스로도 민간외교관이라는 자긍심과 자부심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난 6월에 대한민국의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던 월드컵은 그 감동을 다시 되새겨도 줄어들지 않는다. 23명의 태극전사들과 4,7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몇 십 년간 일본의 관광업계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심과 질투심을 단 한방에 씻어내 주었다.

개인적으로 그 즈음에 14년간 정성을 쏟았던 인바운드 여행사 투어씨스템-코리아를 정리하면서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속에 맺혀 있던 응어리가 떨어져 나가는 후련한 심정과 희열감까지 있었다. 월드컵이 보여준 우리 관광의 잠재력은 기획자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다.

“열정의 나라 대한민국! 축제의 나라 대한민국! 기적을 만들어낸 신화의 나라 대한민국!”을 세계인들이 다시 보고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이제는 기획력의 시대다. 우후죽순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지역문화축제를 국제경쟁력을 갖춘 관광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역축제가 국가와 지역의 이익창출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먼저 국제감각을 갖춘 외국인과 전문인력들이 기획단계부터 참가할 수 있도록 빚장을 열어줘야 한다. 기획자의 한 사람으로 그 빚장을 열고 한국관광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무겁다.

전영선 TSK4YOU 대표 tskorea@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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