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 대한 여행업계의 평가가 분분하다. 최적의 마케팅 대상이라는 평가에서부터 업계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혼탁을 부채질한다는 평가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온라인 커뮤니티의 불법적인 여행업 취급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4일 오후 8시 현재 포털 사이트 다음(www.daum.net)에는 ‘여행’을 키워드로 한 카페가 총 8,078개에 이른다. 프리챌(www.freechal.com) 또한 총 7451개의 여행 커뮤니티가 검색된다. 회원수가 1∼2명인 사실상의 폐점 동호회들도 부지기수이지만 10만명 안팎의 회원을 거느리고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초대형 커뮤니티들도 셀 수 없이 많다. 포털 사이트 내의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독립 사이트로 운영되고 있는 곳들도 상당수인 점을 감안하면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주로 여행에 관심이 높은 네티즌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보니 여행사들이 이들 커뮤니티에 쏟는 관심도 남다르다. 직접적인 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잠재 수요층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기 때문. 커뮤니티들 또한 회원들에게 각종 여행정보와 할인정보 제공은 물론 공동구매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각종 여행관련 상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사의 참여를 꺼리지 않는다.

다음 카페 중 6만20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 유럽 배낭여행 관련 카페인 ‘No.1 여행매니아’의 경우 배낭여행사들의 각축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배낭여행사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배낭업체들이 배너광고를 통해 자사 홈페이지를 연결시켜 놓은 것을 비롯해 ‘할인+공동구매+이벤트’ 메뉴에는 많은 업체들의 할인항공권 정보 등이 올라와 있다. 조회수도 금새 수 백 건에 이른다. “구체적인 마케팅 효과는 산출해낼 수 없지만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마케팅 대상”이라는 게 배낭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여행사들의 마케팅 활동이 나름대로 영업활동에 긍정적인 효과를 안겨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각종 부작용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커뮤니티의 상업화와 여행사들의 동호회에 대한 마케팅 강화 경향이 맞물리면서 온라인 상에서는 물론 오프라인 상에까지 각종 악영향을 낳고 있는 것이다.

가장 활발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배낭업계에서는 “커뮤니티를 이용하려다 오히려 이용당하고 있다”는 원성이 나돌고 있을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커뮤니티에 대한 제살 깍아먹기 식의 무분별한 할인요금 제공으로 온·오프 전체 여행시장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몫인 항공권이나 유레일 패스 등의 판매 수수료를 줄이는 대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결국 이는 업체간의 할인 경쟁으로 이어지고 그 폐해가 연쇄적으로 오프라인 쪽으로도 옮겨 붙는다는 점에 문제의 근원이 있다.

한 배낭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지나친 할인요금 제공으로 유레일 패스의 12∼30% 할인은 일반화된 지 오래고, 항공사들의 프로모션 요금조차 정상가격으로는 판매가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업체간의 경쟁 결과 많은 수요가 온라인 커뮤니티 쪽으로 흡수된 것은 물론 오프라인 상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 형성된 요금을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소비자들까지 대량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들도 빠르게 상업화의 길로 옮겨가고 있다. 공동구매나 이벤트 등을 통해 여행사들의 가격경쟁을 부추겨 좀 더 싼 요금을 얻어내는 커뮤니티들의 이른바 ‘여행사 들쑤시기’ 문제는 이미 고전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특정 여행사와 제휴관계를 맺고 커뮤니티 운영비나 각종 이벤트의 후원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인 양상이 됐다.

이미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특정 업체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곳들도 적극적으로 제휴관계 수립에 나서고 있다. 5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프리챌의 한 커뮤니티는 최근 공개적으로 제휴업체 모집에 나서 주요 배낭여행사들과 구체적인 제휴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

이 커뮤니티로부터 제휴 제안을 받았다는 B여행사 관계자는 “할인요금 및 각종 후원을 요구했는데 커뮤니티 본래의 상호 정보교환과 친목도모보다는 상업적인 냄새가 너무 지나치게 났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여행사간의 ‘동침’이 일반화되면서 제휴를 맺지 않은 업체의 상품이나 가격 등에 대한 부당한 비교로 정당한 가격을 받고 있는 업체가 과당이익을 챙기는 업체로 몰락하기도 하는 등의 새로운 문제점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큰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들 커뮤니티들의 불법적인 여행업 취급 문제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특정 여행사와 체결한 제휴관계를 계기로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여행상품 등을 소개 및 홍보하기 시작, 단순히 여행사로부터 저렴한 요금으로 상품을 받아 소개하는 소극적 수준을 벗어나 회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모객행위를 펼치고 있다. 일부 여행사는 아예 자신이 직접 커뮤니티를 개설해 이를 영업에 연결시키고 있기까지 하다.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는 단순 매개체의 역할만 할 뿐 실질적인 여행관련 업무는 여행사가 담당하기 때문에 위법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관광부 금기형 사무관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회원만을 대상으로 하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든 상관없이 여행과 관련한 업무를 알선하고 그에 따라 수익이 발생했다면 분명한 여행업”이라며 “사이트 운영비나 이벤트 후원 등도 수익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래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커뮤니티들의 가치는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많다. 대표적인 여행 커뮤니티 중 하나인 H 커뮤니티 시삽은 “비회원의 공동구매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신원이 불분명할 경우 회원 가입을 막는 등의 노력과 시간적, 비용적 희생을 감수하면서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몇몇 커뮤니티 때문에 함께 도매금으로 넘어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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