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편의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다. 작은 소음 하나 없는 기내 안에도 이미 어둠이 깔린지 몇 시간이 지났건만 도통 잠이 오지 않는 건 왜일까. 열 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이 낯선 탓도 있지만 아마 ‘호주’라는 지명이 주는 설레임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캥거루와 코알라의 나라, 대자연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붙은 호주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에 깜빡 잠이 들 무렵, 이미 비행기는 멜버른 공항에 착륙하고 있었다. 공항을 나서자 마자 서늘한 바람이 잠에서 덜 깬 멍한 의식을 꿰뚫고 지나간다. 누가 10월의 호주를 따뜻하다고 했던가. 멜버른의 날씨와 챙겨야 할 옷들에 대해 미리 조언을 듣기는 했지만 ‘에이, 그래도 호주인데’라는 섣부른 생각에 어젯밤 짐을 챙길때 몇 벌 빼버린 스웨터들이 순식간에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사실 멜버른의 날씨는 정말 변덕스럽다. 하루에 4계절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가 오다가도 5분만에 다시 해가 비치는 곳이 멜버른이다. 그러다가도 이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두터운 옷을 챙겨야 할 만큼 하루의 날씨를 종잡기란 정말 어렵다. 때문에 멜버른에서 머무는 내내 항상 위에 걸쳐 입을 옷을 한 벌씩 챙겨서 다녀야 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호주하면 가장 생각나는 여행지는 누가 뭐래도 ‘시드니’ 일 것이다. 호주의 수도를 시드니로 잘 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시드니는 우리에게 친숙한 곳인 반면, 멜버른은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이른바 숨겨진 도시이다. 하지만 빅토리아 주의 주도이기도 한 멜버른은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자부심 넘치는 곳이다. 미국에는 ‘뉴욕커’가 있고 프랑스에는 ‘파리지엔’이 있다면 호주에는 이른바 ‘멜버니언’이 있다.

19세기 금광 붐을 일으키며 형성된 멜버른은 ‘호주속의 유럽’이라는 별칭 답게 도시 곳곳에서 유럽식 문화를 접할 수 있다.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한 교회와 사원 등의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가 하면 도시의 남쪽을 가로지르는 야라강(Yarra River)을 따라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산책길과 공원들이 여유롭게 펼쳐져 있다.

이른 저녁 무렵엔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이나 산책을 나온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영화속 한 장면처럼 커다란 개를 끌고 나와 길가 공원 벤치에서 사색을 즐기는 모습도 이 곳에선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의 모습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멜버른에는 고층 건물들이 그리 많지 않다.

도심내 높은 녹지율도 멜버른의 자랑이다. 도시 곳곳에서 푸르른 잔디와 아름드리 나무가 심어진 공원들을 접할 수 있다. 때때로 도시의 공원들은 간소한 결혼식을 올리는 젊은 부부들에게 안성맞춤의 예식장이 되기도 한다. 특이하게도 잔디가 심어진 곳마다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푯말이 붙여진 우리의 공원들과는 다르게 이 곳에서는 마음껏 잔디밭에 들어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푸르른 융단처럼 깔린 잔디는 보드랍고 푹신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멜버른 시내의 특징 중 하나는 트램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이제는 구경하기 힘들어진 트램이 이 곳에서는 유용한 교통수단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다. 여행객들을 위한 시티 서클 트램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멜버른 시내를 관광하기에 이 것 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빨간색으로 구별되는 이 트램은 캡틴 쿡의 오두막, 차이나 타운, 옛 멜버른 감옥, 퀸 빅토리아 시장등 멜버른 시내의 주요 관광지들을 운행한다.

글·사진=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취재협조=캐세이패시픽 항공 02-3112-740
호주 빅토리아 관광청 visitvictoria.com

캐세이 패시픽 항공 멜버른 패키지 상품 출시

캐세이패시픽 항공은 가을 스케쥴 조정과 더불어 홍콩-멜버른 지역을 주 3회 증편하면서 본격적인 멜버른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이번 캐세이패시픽 항공의 멜버른 패키지는 하나투어, 오케이 투어, 한화 투어몰 등 20여개 여행사가 연합해 판매하고 있다. 시드니 2박, 멜버른 2박의 6일 상품으로 인천-홍콩-멜버른이 당일로 연결된다. 또한 환승시간도 1시간 30분 내외로 단축돼 더욱 편리해졌다.

캐세이패시픽 항공의 지원으로 본격적인 겨울 성수기가 시작되는 내달 중순까지 99만원에 판매된다. 캐세이패시픽 항공 장서환 대리는 “멜버른은 시드니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며 “소버린 힐, 필립 아이슬랜드 등 독특한 관광지들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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