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회원이 각각 950만명과 830만명 등 2000만명에 육박하면서 회원들의 누적 마일리지가 운영상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잠재적 부채’인 마일리지를 빨리 소진시키고 싶어하는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다이어트가 시작됐다.

84년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를 시작으로 국내에 상륙한 항공사의 ‘고객우대프로그램’은 89년 아시아나항공의 아시아나클럽이 합세하면서 ‘최고의 항공보상 서비스’로 자리잡아 왔다. 10여년간 적체된 양항공사의 마일리지는 현재 대한항공이 800억마일, 아시아나항공이 500억마일로 약 1300억마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스카이팀의 세계일주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일반석으로 80만명 이상이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물량이다.

20년도 되지 않은 국적사의 마일리지가 이렇게 과중한 올가미로 두 항공사를 옥죄는 이유는 다름아닌 마일리지 수혜 중 ‘평생’ 보장되는 유효기간 때문이다. 외항사들의 경우 미주나 구주항공사는 대부분 3년, 일본지역 항공사는 2년으로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정해져있다.

에어프랑스의 경우 3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마일리지는 자동 소멸되며, 캐세이패시픽은 99년 2월 마일리지만을 담당하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캐세이패시픽항공의 마일리지 유효기간 역시 만 3년이다.

반면 양 국적사의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평생’이므로 고객 상당수가 자잘한 쓰임새 보다는 차곡차곡 모았다가 한번에 크게 사용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또한 서비스의 일환으로 각종 카드사와 제휴해 카드 사용금액의 일정부분을 마일리지로 적립할 수 있어 마일리지 적체현상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양국적항공사는 마일리지 사용을 권고하는 여러 대안책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보너스 항공권 사용시 공제마일을 신규취항 노선에 대해 10% 할인해 제공한다. 예약이 몰리는 노선에 굳이 보너스항공권을 지급하기 보다는 예약이 적은 신규취항지로 승객을 유도하는 셈.

계열 호텔을 이용해도 좋다. 제주 및 서귀포에 위치한 KAL호텔과 LA 윌셔그랜드호텔, 하와이의 와이키키리조트에서도 마일리지를 이용한 숙박이 가능하다. 또한 동남아나 중국, 하와이, 호주 등의 관광노선에 대해 호텔과 랜드를 대리점에서 구입, 마일리지를 이용해 승객이 아예 ‘패키지여행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항공은 향후 적극적인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이용호텔을 괌, 사이판, 홍콩, 도쿄, 런던 등 주요 상용·관광 목적지로 다양화 해 박당 1~2만의 마일소진을 고려중이다. 또한 프리미엄급이어야 이용 가능한 공항의 KAL라운지도 시범적으로 인천공항부터 일정마일 공제 대신 개방키로 했다.

더불어 목적지별 추과 수하물에 대한 수수료도 마일리지 공제로 대신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기존에 소진책이었던 보너스항공권과 좌석업그레이드 외에 초과 수화물 비용에 대한 마일리지 계산 및 마일리지를 이용한 여행상품 출시를 검토중이다.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는 있으나 국적항공사 관계자들은 “지금의 해결책은 잠시 적체를 멈추게 할 뿐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보너스항공권을 지급할 때나 좌석 업그레이드시 공제되는 마일이 타항공사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설명이다.

예를들어 여행자가 평수기 때 미주노선을 보너스항공권으로 여행하고자 할 경우 국적사가 공제하는 마일리지는 5만5000마일인데 비해 타항공사는 6만마일 이상을 공제한다. 일반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의 좌석 승급대도 국적사와 외항사의 공제액은 1만마일 이상 벌어진다.

대한항공측은 “외항사들은 마일리지 프로그램의 기준을 한층 강화해 정적수의 회원만을 유지하거나 기존 제도를 개정해 마일리지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내 항공사도 근본적인 마일리지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국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외항사들도 마일리지가 부담스럽다. 유예기간이 있다 해도 쌓이는 마일리지가 ‘잠재적 부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2002년 5월 기준) 전세계 항공사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에는 약 1억명이 가입돼 있으며, 누적 마일리지는 8조5,000억 마일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사를 통해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항공사들은 폭증하는 마일리지 재고를 견디지 못해 마일리지 사용 조건을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를 증명하듯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8월 업그레이드시 공제하는 마일리지의 인상 계획을 발표했으며, 컨티넨탈항공도 저가 클라스에 대한 업그레이드 제한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항공사도 최근 ‘공제 마일리지 인상방안’을 검토중이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인상방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기는 하나 갑작스럽게 시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시행되더라도 고객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마일리지를 그 안에 소진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시행을 전망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의견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아직 밝힐 수 있는 어떠한 결정도 내려진 바 없지만 시장의 흐름에 맞춰 나갈 것”이라며 인상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오해하기 쉬운 마일리지 상식

▲ 마일리지는 최고의 대접 받으며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마일리지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은 소비자와 항공사간의 입장차이다. 고객은 자신이 특정 항공사를 충실하게 이용한 ‘우량고객’임을 들어 보너스항공권이나 좌석업그레이드 등의 혜택을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로 인식하는 데 비해 항공사는 덤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해한다. 최성수기에 보너스항공권을 이용한 좌석예약이 어려운 것도 이같은 이유다. 비수기때 예약하는 것이 예약도 쉽고 공제폭도 적다.

▲ 많이 쌓은 마일리지가 평생 우수회원을 만든다?

마일리지가 많이 쌓였다고 우수회원 자격이 유지되지는 않는다. 자격유지를 위해서는 꾸준히 일정마일을 적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모닝캄 회원이 되면 회원자격이 유지되는 2년간 추가로 3만마일 이상을 적립해야 한다.

▲ 동일한 마일리지로 제휴 항공사를 이용한다?

앞서 언급했듯 각 항공사마다 마일리지 공제 제도가 다르다. 마일리지 실적을 하나의 카드에 모으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용은 항공사마다의 규정에 따른다.

▲ 무조건 많이 모으는 게 좋다?

차곡차곡 쌓인 마일리지를 이용해 무료여행 일체를 준비하면 금상첨화지만 항공사의 마일리지 제도가 자꾸 변화하는 시점이다. 적은 마일리지는 ‘합산제도’ 등을 이용해 하나로 모아 사용해버리거나 호텔상품 등을 이용해 소진해 버리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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