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첫 손님이었습니다.” 발리의 주요 관광지인 원숭이 숲 앞에 늘어서 있는 기념품 가게 주인은 흥정 끝에 관광객에게 4달러자리 바틱 티셔츠를 팔고선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 10월12일 발리 쿠타에 위치한 사리클럽 폭탄 테러 사고로 관광지로서 발리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거리 전체가 한산한 풍경이다. 투숙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특급호텔은 물론이고 각국의 관광객으로 가득찼던 주말 쿠타 시내의 쇼핑가도 고객을 유인하는 할인 플랜카드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타이완 발 운항 스케쥴이 속속 재개되고 있고 발리행 입국객이 상승세를 나타내는 등 발리가 빠르게 평온을 되찾고 있다.

발리관광청 및 관광업계는 테러에 대한 해법을 발리의 평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에서 찾고 있다. 발리 관광업계는 사리 클럽 폭발 사고 이후 ‘Bali loves peace’를 캐치 프레이즈로 경찰병력을 늘리면서 발리의 안전성을 강화시켰다. 또한 하얏트호텔, 누사 누아 비치 호텔, 멜리아 발리 빌라앤스파, 힐튼인터내셔날호텔 등 특급호텔이 밀집해 있는 누사 두아 지역에 국제적 기준의 보안 시스템(security system)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발리 공항의 경우 테러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가이드들과 내방객들이 보안 상의 이유로 공항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공항은 물론 백화점, 나이트 클럽 등 공공장소에는 어김 없이 청원 경찰이 나와 있다. 주요 호텔들의 입구에는 경찰들의 철저한 보안 및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

테러 사건 이전 80%를 육박하던 호텔 투숙률이 테러 직후 5% 미만으로 줄어들었지만 11월 이후에는 10%대를 회복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발리의 경제적 타격도 상당하다. 발리 주민의 80%가 관광업 및 유관업종에 종사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상당한 피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요 호텔에서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 대량 감원 대신 무급 휴가제 및 연차 소진 등으로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고용 불안을 사전에 방지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얼마 전 언론보도에서 인도네시아 중앙 정부가 발리 관광 지원 기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 졌지만 발리관광청 관계자는 현재 실질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귀띔했다.

현지 관계자들이 말하는 체감 경기는 최근 몇 년간 최악이라고 요약된다. 이번 발리 테러 사건이 국제 정세 불안과 맞물리면서 지난해 9·11 테러의 파급력 보다 심각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IMF 전후 인도네시아 정쟁 소요 사태, 수하르토 정권 이양과 메가와티 집권 때 이상의 관광경기 불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발리는 이전 인도네시아 소요 사건에도 불구, 관광객은 크게 줄지 않는 그야말로 ‘무풍지대’였다”며 “당시에도 물론 정쟁으로 인해 여행심리가 다소 위축되긴 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발리를 타깃으로 벌어진 사건이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긴박한 국제 정세와의 개연성으로 인해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발리 관광 경기 회복 시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주요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는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리관광청(Bali tourism authority) 이지드 피타나(Igde Pitana) 이사는 연말부터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상당수 호텔 관계자들은 내년 상반기 이후 본격적인 회복세가 타나날 것으로 봤다.

르 메르디앙호텔 라미야 영업과장은 “지난해 9·11 테러 직후 전세계적인 여행심리 위축으로 발리의 호텔 역시 30% 이상 투숙률이 감소했다가 근 6개월 후에나 정상 수준을 회복한 사례를 비추어볼 때 이번 사고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6개월 이상의 시일이 필요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이라크 공격 등 국제 정세와 결부될 경우에는 내년 하반기까지 발리 관광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발리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폭발 사고 직후 5%를 밑돌던 발리 주요 호텔 평균 객실 투숙율이 이달 들어서서 10%대로 올라서는 등 내년 상반기까지는 관광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빠르게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중심으로 올해 연말부터 회복될 것으로 보는가 하면 최소 6개월의 회복기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발리 주요 호텔들은 비수기 타개를 위한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참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 졌다. 주요 호텔들은 가격 할인 대신 고객들을 위한 주요 혜택을 늘리고 있다.

이런 방침은 발리 시내 5성급 호텔협회의 총매니저(GM) 모임인 카사 그란데(Casa Grande)에서 결정된 사항. 이에 따라 겨울 성수기 들어서는 예년 수준의 객실가로 판매할 것임을 시사했다.

대신 각 특급호텔들은 무료 스파, 무료 디너, 객실 업그레이드 등을 통한 고객 잡기에 나섰다. 르 메르디앙 호텔은 3박 이상 고객에게 무료 스파를 제공하고 호텔니코발리는 객실 업그레이드를 실시하며 힐튼발리는 무료 저녁 정찬 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일부 4성급 호텔에서는 10~30% 객실가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상품개발·판매담당자들 또한 상품가 인하를 계획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요인은 현재 판매되는 발리 여행상품가 자체가 마이너스라 더 이상의 가격인하는 불가하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가격인하 요인이 고객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회의적인 의견도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발리관광청은 지난 15일 쿠타 시내에서 실시한 희생자 추모식을 계기로 발리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싱가포르, 대만, 일본, 한국 등의 여행사 및 언론·미디어 초청 팸 트립을 시행하는 등 발리관광을 위한 재시동을 걸고 있다. 발리관광청은 호텔 가격 할인 등의 즉각적인 프로모션 보다는 세계 각국에 발리의 안전성을 강조, 안전한 목적지로서 발리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소프트 프로모션’에 주력하고 있다.

발리=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