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로 ‘도’ 한번 닦아볼까요

관동팔경(關東八景)의 하나로 유명한 낙산사(落山寺)는 신라 문무왕 11년(671년) 의상대사가 세웠으며 이 후 몇 차례의 중건을 거듭하였던 큰 사찰이다. 그러나 6.25 전쟁으로 소실되었으며 지금의 건물들은 1953년에 다시 창건한 것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만나기 위해 낙산사 근처의 굴 속에서 기도를 드렸는데, 7일 만에 공중에서 수정염주 한 벌과 동해의 용으로부터 여의보주 한 벌을 받았다.

다시 기도를 드린 지 7일 후 관음보살의 진용을 만났는데, 그가 ‘산 위로 올라가면 대나무 두 그루가 있을 것이니 불전을 지어라.’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 자리가 바로 낙산사의 원통보전(圓通寶殿)의 자리이다.

흔히들 템플 스테이(Temple Stay)라고 알고 있는 산사체험은 말 그대로 스님들의 사찰생활을 관광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월드컵 이후 이것을 운영하는 사찰이 많이 줄었고 내국인은 체험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낙산사에서는 내국인도 외국인과 똑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사찰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승가와 속세를 가르는 일주문(一柱門)을 지나고 강원도 유형문화제 33호인 홍예문(虹霓門)을 통하면 본격적인 낙산사 산사체험이 시작된다.

나를 새롭게 하는 다도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잠깐 동안의 오리엔테이션을 거치고 난 후 다도실로 안내된다. 차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눈과 귀를 밝게 해주며 잠을 쫓아주고 피로를 풀어주는 등의 여러 가지 좋은 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스님들은 식사 후나 수행 도중 많은 차를 마신다. 너무 많이 마시면 저녁에 잠을 이룰 수 없다는 스님의 우스갯소리도 잠깐, 낯선 다기들을 가지고 차를 우려내는 손길이 진지하다.

다관과 숙우, 퇴수기를 이용하여 차를 우려내는 방법은 1회용 티백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까다로운 방법이지만 마침내 잔에 담긴 한 잔의 차를 음미하며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이제까지의 피로감이 가시는 듯 하다.

차를 마시고 난 후 맑은 정신으로 낙산사의 이곳 저곳을 거닐어 본다. 반갑다고 짖어대는 진돗개를 뒤로하고 낙산사의 이곳 저곳을 살펴본다. 원통보전과 낙산사 7층 석탑을 지나 원통보전을 감싸고 있는 담장가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인자로운 얼굴로 동해안을 바라보는 해수관음상을 만나게 된다. 해수관음법당과 보타전으로 내려오면 낙산사의 기본적인 것들은 다 보는 셈이다.

말이 필요 없는 곳

모든 것이 말 대신 신호로 이루어지는 이 곳에서는 공양시간을 알리는 것도 목탁으로 한 번 치면 그만이다. 요즘에는 매일 발우공양을 하지 않지만 그 마음만은 발우공양을 할 때와 다름이 없다. 도시에서 먹던 기름지고 푸짐한 식사에 비하면 조금은 초라할지도 모르지만 육류와 기름이 없는 가벼운 식사는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가볍게 한다.

저녁 공양이 끝나면 범종루의 법고가 울리기 시작한다. 법고를 한바탕 치고 나면 목어와 운판을 친 후 범종을 치기 시작하는데 소리가 전방 4킬로미터까지 들리고 그 진동이 3분이상을 간다고 한다. 소의 암·수 가죽으로 만든 법고는 네발 달린 짐승을, 목어는 물에 사는 모든 것들을, 운판은 날아다니는 모든 것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치고 범종은 살아있거나 혹은 죽은 자 곧 인간을 위해 친다고 한다.

하루를 마감하며 치는 저녁의 33번의 종은 죽은 이들을 위함이자 악운을 모두 떨쳐버리는 의미이고, 하루를 맞이하며 치는 아침의 28의 종은 산자를 깨우고 좋은 복을 부르는 의미라고 한다. 저녁에는 실제로 범종을 쳐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데 악운을 버리고 복을 기원할 수 있을 것이다.

세속의 모든 번뇌와 잡념을 버리는 곳

범종이 모두 울리면 저녁예불이 시작된다. 원통보전에 들어가 자리를 깔고 앉아 스님의 목탁소리와 불경소리에 맞추어 108배를 한다. 절을 드리기가 어색하다면 앉아 기도를 드릴 수도 있고 단지 앉아 부처님을 바라보며 하루 일과를 반성하고 감사드리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저녁예불을 마치고 나면 스님의 지도 아래 참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우리 신체의 구조와 의식은 밖으로 향해 있는데, 참선은 그 밖으로 향한 모든 것들을 돌이켜 내면을 비춰보는 작업, 즉 내안의 나를 비추는 거울을 닦는 작업이자 과정이라고 말씀하시는 스님의 말씀을 새겨듣고 참선을 시작한다. 반가부좌를 틀고 눈은 코 끝 1미터를 바라본다. 바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렇게 앉아 모든 잡념을 떨쳐버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정신을 집중하고 복식호흡을 하고 있다보면 몸의 모든 곳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글·사진=장다정 객원기자 akatowel@hotmail.com
취재협조=코리아i투어(주) www.koreaitour 033-645-3033

해돋이 새로운 오늘의 시작

절의 취침시간은 아홉시다. 새벽 한시, 두시에 잠이 드는 것이 예사인 우리들로서는 참으로 이른 시간이 아닐 수 없지만 매일 아침 새벽 세시에 일어나 아침 예불을 드리는 스님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다. 매일 새벽 세시가 되면 고요한 절 안에서 목탁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도량석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로, 새벽예불 전 도량을 깨끗이 하기 위해 치르는 의식이다. 이 목탁소리는 경내 구석구석을 돌며 울려퍼지는데 이 소리에 잠을 깨기란 쉽지 않지만 은은히 들려오는 목탁소리에 이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번뇌를 깨뜨린다는 아침 범종소리가 들려온다.

스물여덟번의 범종 소리에 이어 새벽 예불이 시작된다. 예불을 모두 마치고 나면 의상대에 올라 떠오르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 강원도 유형 문화제 48호인 이 의상대는 신라의 고승인 의상대사가 낙산사 창건 시에 좌선하던 곳에 세운 정자라고 한다. 그러나 언제인가 소실되고 1925년 지금의 의상대가 다시 세워졌다. 이곳에서 맞이하는 해맞이는 다른 그 어느 곳보다도 장관이다.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모든 것이 잘되기를 빌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절은 종교적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문화와 역사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다른 종교라고 하여 가기를 주저하기보다는 우리나라 문화의 한 단면을 체험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평소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사찰과 불교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러한 체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그렇지 않더라도 하루쯤은 바쁘고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삼아 여유를 가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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