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IMD(국제경영개발원)와 WEF(세계경제포럼)에서는 전 세계의 국가경쟁력을 발표한다. 두 기관의 평가방법에 신뢰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각국의 정책결정자와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지난 11월초에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80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2002년 국가경쟁력 평가 및 분석 자료에서 한국이 작년보다 두 단계 상승한 21위에 랭크됐다고 발표했다. 순위 상승의 주요 요인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 발달과 높은 교육열 때문이라고 분석한 반면, 정부의 관료주의, 행정규제, 노사관계, 창업허가에서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관광부문의 국가경쟁력은 어떠한가? 아직은 관광부문을 공식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이나 항목은 없지만, 필자가 2000년부터 연구한 ‘관광산업의 경쟁력 평가 지표 및 모형 개발’에서 나타난 일부 분석과 선 경험적인 상황으로 볼 때, 한국 관광부문은 국가경쟁력 순위인 21위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향후 관광부문의 국가경쟁력 평가순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근거는 지난 5년간 현 정부가 시행한 관광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나 방안들이 퇴행하고 정부의 정책적 의지도 미약해지는 징조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이나 아시안 게임과 같이 관광을 활성화해야 하는 당위성을 갖는 범국가적인 행사도 끝났고,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관광이 국가의 전략산업에서 소비성 및 사치성 산업으로 내몰릴 가능성과 함께 관광부문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들이 감지되고 있다.

‘관광숙박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 시효연장에 대한 관련부처의 반대, 호텔의 부가가치 영세율 적용폐지, 벤처대상에서 관광부문 배제, 산하 연구기관의 위축통합 등이 그 예이다.

21세기의 전략산업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관광부문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항목에는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관광정책, 관광인프라에 대한 투자, 관광수용체계의 선진화, 고부가가치의 관광산업의 육성, 가격경쟁력과 매력도를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관성이 있는 정책추진과 함께 관광시스템 디자이너로서의 정부의 역할 증대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적인 요소일 것이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가 국가경쟁력 부문에서 승승장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경쟁력의 시스템적인 성격을 미리 간파하여 정부가 그 역할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부문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우리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관광부문을 좀 더 체계적인 국가 시스템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관광조직을 재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현행 관광조직을 확대하여 효율적인 정책 수립 및 집행기관으로 관광부문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관광청’ 설립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 같다.

관광행정의 전문화와 조정기능이 강화되었을 때 정책의 신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여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인재들이 모여 관광부문이 국가경쟁력 창출의 원천이 될 것이다. 상황변화의 전환기에 처해있는 관광분야의 당사자들은 직면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천적 지혜를 모아 관광부문의 국가경쟁력 제고 방안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때이다.
대구계명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cwkim@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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