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와 17세기의 행복한 동거

찬란히 부서지는 카리브 해의 현란함을 닮아서일까? 쿠바는 한 가지 색깔로 표현하기 힘든 나라다. 쿠바는 살아 움직이는 구형자동차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하바나 시내로 들어서며 마주치는 거리의 풍경은 한눈에 가난한 나라임을 말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표정에서까지 가난을 읽기는 쉽지 않다.

체 게바라의 나라 쿠바는 아직 사회주의의 빗장을 걸고 있다. 하바나에는 놀랍게도 한국말을 하는 쿠바인 가이드가 있다. 쿠바에서 한국말을 하는 가이드는 동생과 자신이 유일하다는 이 쿠바인의 억양은 영락없는 귀순용사다. 아침 인사로 “밤새 일 없었습니까?”를 건네는 이 쿠바인은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평양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쿠바는 아직 북한과 가까운 나라다. 때문에 더욱 이국적이고 그만큼 설레임도 크다.

쿠바의 매력을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거리로 나서야 한다. 1000만 인구 중 250만명이 산다는 수도 하바나 시는 신·구 시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신·구 시가지는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에 등장하는 눈부신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진 말리콘 거리로 이어진다. 카리브해를 바라보는 거리에는 훤칠한 키의 근육질 미남과 팔등신 미녀로 가득하다. 손 대고 싶을 만큼 예쁜 초콜릿 빛깔의 피부를 가진 아이들이 뛰어 노는 쿠바는 사람 그 자체로 진한 매력이 넘쳐난다.

장장 7km에 달하는 말리콘 거리의 진수는 매년 6월에서 7월 사이 열리는 카니발에서 맛볼 수 있다. 노을지는 해안도로에서 벌어지는 선남 선녀들의 정열적인 살사 파티는 상상만으로도 관광객의 넋을 빼놓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하바나 시내에서 으뜸가는 볼거리는 단연 구 하바나 시가지다. 1995년 관광이 개방된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구 시가지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거리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거리 전체가 회색 빛 대리석 건물로 이뤄져 있는 이 거리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이 결코 과분하지 않다.

구 하바나는 건물 몇 채만이 보존돼 모셔지는 죽은 공간이 아니라 현재의 하바나 사람들이 머물며 생활하는 삶의 터전이다. 덕분에 구 하바나에서는 시간도 굴절돼 버린다. 17∼18세기의 건축양식과 21세기의 쿠바가 공존하는 거리에는 때로 50년대를 풍미한 낭만적인 자동차들이 스치듯 지나가고 거리 한편에는 쿠바를 사랑한 문호 헤밍웨이가 묵었던 호텔이 손님을 맞고 있다.

좀더 딱딱한 표정의 쿠바를 보고 싶으면 1959년 건설된 혁명광장을 찾아야 한다. 해마다 카스트로 대통령이 대 국민 연설을 하는 이곳에는 사회주의 쿠바의 모습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쿠바의 대표적 이미지 중 하나인 철골로 만든 체 게바라의 초상화가 걸린 국방부 건물도 있다.

쿠바 하바나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아시아나항공 02-2127-8251
멕시카나 항공 02-775-0463/전미주투어스 02-736-2126

상담포인트

■아시나아항공과 멕시카나항공은 최근 멕시코와 쿠바를 돌아보는 항공 일주 상품을 선보였다. 많이 보는 것보다 제대로 보는 것에 무게를 두는 관광객에게 추천할 만한 상품. 멕시코 시티에 도착해 1박을 한 후 떼오띠우아칸에서 해와 달의 피라밋을 만나고 소깔로 광장과 대통령궁 등 멕시코 시내 관광을 한다. 카리브의 진주 쿠바에서는 바라데로의 자연국립공원과 중세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구 하바나 시가지를 방문한 후 멕시코 최대의 휴양지인 칸쿤에서 그 동안의 여독을 해소한다. 가격은 349만원으로 차량 이동을 최소화하고 주요 관광지를 항공으로 이동하며 특급 호텔을 이용해 품격을 높였다.

■시가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다소 성가시더라도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다. 입이 닿는 쪽의 시가 끄트머리를 잘라내고 냄새가 섞이지 않게 라이터가 아닌 성냥으로 시가를 전체적으로 그슬려 준다. 불을 붙이지 않은 상태에서 시가의 끝을 물고 10분 정도 시가 향에 적응한 후 시가에 불을 붙이고 겉 담배로 향을 음미한다.

■구 하바나 시가지를 관광하다보면 시가를 팔겠다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살 마음이 없다면 처음부터 관심을 보이지 말아야 하며 만약 살 때는 진품 여부를 잘 확인해 봐야 한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조금씩 가져 나온 것이라고 하지만 상당수가 가짜다. 진품이라면 정가의 30% 정도에도 구입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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