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수배경력으로 창업 눈길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김양국 사장은 직접 차를 몰고 마중을 나온다. 모 유명 산부인과 빌딩 뒤에 숨은 듯 아담한 주택의 1층에 그의 사무실 (주)이-스카이코리아투어스가 있다. 사무실의 책상과 의자 그리고 침대의 배치가 흡사 검찰청 취조실을 연상시키지만 업무 성격상 술을 겸한 야근이 많은 직원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라 한다.

89년 여행사 입문이후 13년 동안 수배만 했다고 하니 ‘수배’계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수배출신으로는 드물게 자기사업을 꾸려나간다는 것도 심심찮게 회자되는 일이지만 사실 그를 둘러싼 더 큰 이슈는 그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라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유하고 있는 ‘파워풀’한 인적네트워크다.

주위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호방한 성품은 사고 이후 바뀐 성격이라고 한다. 한쪽 다리를 의족에 의지하고 있지만 항상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는 선후배 사이의 훌륭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허물없고 거침없이 쏟아지는 그의 인생내력은 다 ‘사람’이다. 예전 직장에서 만나 지금 회사를 창업하기까지 7~8년 동안 그를 떠나지 않고 가족처럼 함께 살아온 직원들 자랑이 가장 먼저다. 5명 모두 수배와 판매를 겸하는 멀티 플레이어라 자리를 비워도 걱정이 없다지만 객실 수배만큼은 김 사장의 전화한통이 가장 확실한 처방전이다.

김 사장은 내내 “사장이나 직원이나 별로 월급 차이가 없다, 몸 불편하다고 물량이나 객실을 더 주지는 않는다”며 너스레를 늘어 놓는다. 내년에 일본쪽 네트워크를 강화해 물량을 더 늘려볼 생각이지만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 사람답게 과욕은 버린지 오래다.

가끔 도를 지나치는 것이 있다면 술 정도이지 싶다. 만만치 않은 두주불사(斗酒不辭)인 김 사장은 다시 기자를 신문사까지 바래다 주고 아까부터 성화에 가까운 전화공세를 펼치는 선후배들에게로 발길을 돌린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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