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을 시작으로 사무라이, 국화, 후지산, 벚꽃, 신사, 기모노 등 일본의 상징물은 무수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천황과 후지산은 일본을 대표하는 2대 상징물로 세인의 뇌리 속에 뚜렷하게 인식돼 있다. 천황은 그저 상징적인 권력체로서 극히 제한적인 권한만을 소유하고 있지만 일본인들의 가슴속에는 일본의 정신적 기둥으로 굳건히 솟아있다.

지난 2001년 11월말 출산을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 황태자비 마사코의 모습을 각 방송사들이 격앙된 어조로 생중계하는 모습에서나 출산 이후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모습 등이 일본인들에게 천황이 어떤 존재인지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천황의 존재 못지 않게 오래 전부터 일본인들에게 숭앙과 외경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자연적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후지산이다.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이런 저런 대상에 신격을 부여하고 지극 정성으로 섬기는 일본인들의 성향을 감안하면 일본인들에게 후지산의 신성이 어느 정도 큰 것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로 신이 되어버린 산

천황과 관련해서는 비록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신궁이나 황궁 방문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체험할 수 있지만 후지산은 높은 고도와 변덕스런 날씨, 속인의 접근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그 꼿꼿한 자존심 탓에 어느 정도의 운이 따라줘야만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몇 번째 방문만에 후지산을 보았다느니 하는 다소 우쭐대는 모습이나 아예 후지산 사진 촬영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부지기수인 것도 모두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때문에 후지산은 어떤 의미에서는 천황보다 더 접근하기 힘든 상징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일본 야마나시현과 시즈오카현에 걸쳐 있는 후지산은 해발고도 3776m로 일본 최고 높이의 산이라는 점과 함께 원뿔 모양의 독특한 형상으로 잘 알려진 활화산이다. 약 1000만년 전부터 융기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의 후지산은 781년의 분화를 시작으로 800년, 864년, 1707년의 굵직한 분화과정을 겪으며 탄생했다.

후지산은 원뿔 모양의 주 봉우리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호수와 폭포, 광활한 숲이 형성돼 있고 그 안에는 희귀 식물 및 동물 등이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깊숙한 곳에 자신들만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신앙의 대상이기 때문에 후지산은 이른바 ‘신앙 등산객’들이 줄을 잇는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데다가 가끔 여름에도 눈이 내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후지산 정상까지의 등반은 7월과 8월 두 달 동안만 가능하다. 고도가 매우 높고 가파른 편이지만 전체 등정길은 비교적 쉬워서 어린이나 노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현재 가장 일반적인 등산 코스는 가와구치 호수 코스와 고텐바구치, 후진미야구치 코스의 3개 등산로이다. 모두 출발지점에서 버스로 산 중턱까지 오른 뒤에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하게 되며 정상까지는 대략 5∼8시간이 소요된다.

신심 안겨주는 후지산의 매력

정상까지의 등산로가 폐쇄되는 기간에는 버스로 해발 약 2300m 지점인 5고메 지점까지 올라 후지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한자로 ‘합목(合目)’으로 표기하는 ‘고메’는 등산로 지점을 일컫는 말로 1고메는 횃불 하나로 도달할 수 있는 거리를 뜻한다고 한다. 후지산 등산로는 총 10고메로 이뤄져 있다.

각 출발지점에서 버스로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5고메 지점에는 카페와 기념품 가게, 식당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어 눈 앞 바로 위로 솟아 있는 검붉은 화산재가 훤히 드러난 최정상 봉우리를 감상하면서 느긋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또 산 아래로 펼쳐지는 크고 작은 마을들과 호수, 그 위를 스치는 새하얀 구름 뭉치들도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또 굳이 정상이 아니더라도 후지산 곳곳에 형성돼 있는 호수 주변 등지에서 캠핑이나 낚시, 뱃놀이 등을 즐길 수 있고 겨울에는 스키와 스케이트 등도 즐길 수 있어 일년 내내 즐거움의 폭은 넓다. 사실 후지산의 경관은 그 안에서 감상하는 것보다 오히려 호수가에서 즐기는 원경이 실로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신비한 기운을 풍기기까지 하는 호수에 비친 후지산의 모습은 곧잘 사진이나 예술 작품의 단골 소재가 되어 왔다.

후지산 주위에 형성된 호수 중 특히 아름다운 야마나카 호수, 가와구치 호수 등 5개의 호수를 가리켜 ‘후지 5호수’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가와구치 호수는 뛰어난 경관과 지리적 조건 덕택에 5개의 호수 가운데 관광지로서 가장 잘 발달돼 있다.

도미노코호텔같은 호반 호텔들은 규모는 비록 작지만 호수와 후지산과 하늘과 구름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경치에 매료된 투숙객들은 절대 규모의 작음에 연연하지 않는다. 호텔의 노천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석양이 내려앉은 호수와 후지산과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일본인들이 느끼고 있을 법한 신령스런 기운이 그대로 마음속에 스며들고야 만다.

일본 후지산/도쿄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일본항공 02-3788-5734

히트상품 등극

‘일본항공 도쿄 디럭스 투어 4일’ 연합상품은 올해 탄생한 일본 히트 여행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6월말부터 일주일에 한 차례씩 10개 여행사의 연합상품으로 시작된 이래 매회 20명 안팎씩 출발하고 있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의 비결은 도시관광과 자연관광의 적절한 배합과 호텔과 식사 등 현지 행사 내역의 고품격 지향에 있다. 월드컵 결승 대회 개최지인 요코하마를 시작으로 하코네, 후지산, 도쿄시내 등을 두루두루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있으며 호텔 또한 초특급을 사용해 디럭스 투어라는 명칭에 부응하고 있다.

항구도시 요코하마의 낭만적인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오는 요코하마의 대표적인 호텔 팬퍼시픽호텔을 비롯해 후지산의 신비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도미노코호텔, 도쿄의 갖가지 명소로 연결되는 도쿄돔호텔을 이용한다. 일정도 다채로운 여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요코하마에서는 항구도시의 낭만을 물씬 느낄 수 있으며 도쿄 시내 투어를 통해서는 도청전망대와 아사쿠사, 아키하바라, 메이지 신궁, 긴좌 등 수많은 관광명소를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하코네와 후지산에서의 일정은 일본 자연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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