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부터 17일까지 중국 최대의 상업도시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중국 최대 관광박람회 중국국제관광교류전 CITM(China International Travel Mart)이 열렸다. 총 1600여개의 부스가 3개의 관으로 나눠 문전성시를 이룬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중국 내 내놓으라하는 여행사들이 모인 제2관이었다.

중국 상하이=김남경·이지혜 기자

제1관은 중국내 각 성과 도시가, 제3관은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참여한 기관이나 업체가 참가했는데 제2관 또한 1,3관과 비슷한 규모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곳에 참여한 여행사 부스들은 중국 대륙 규모와 걸맞게 큼직하고 화려한 인테리어로 무장하고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중국의 여행업의 변화는 이제 막 시작 중이었다. 지난 해 12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막 개방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음에도 중국의 여행업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최근 중국 국가 여유국이 집계한 중국내 여행사 수는 1만532개.

그중 528개 여행사가 중국인의 해외여행 업무를 취급할 수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해외여행 업무 취급이 가능한 여행사를 67개에서 528개로 대폭 확대해 중국 시장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입맛을 더욱 당기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 인구 13억명 중 단 10%만 해외여행 가능한 시장으로 잡아도 1억3,000만명. 세계적으로 가장 해외 여행을 많이 하는 나라로 꼽히는 일본이나 독일도 그 10%의 가능성에 비하면 그야 말로 ‘조족지혈’일 뿐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국가 계획 경제하에 거대한 몸체를 유치했던 기존의 여행사들은 WTO 가입 이후 변화의 바람을 타고 한창 체질 바꾸기에 돌입하고 있다. 올해 CITM이 열렸던 기간 전후로 중국 초대형 여행사인 중국여행사(CTS), 중국국제여행사(CITS) 등이 독일, 미국 등의 대형 여행사와 합작을 연이어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CITM에서 CITS 장뻬이잉(張北英) 부사장은 지난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합자를 통해 CITS-AE여행사를 설립한데 이어 올해 12월까지 CITS-AE항공사(國旅運通航空服務公司)와 CITS-AE화남항공사(國旅運通華南航空服務公司)를 설립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 하루 전날인 14일에는 CTS와 독일의 최대 여행사로 꼽히는 TUI(Tuitourtik Union International)이 합작동의서에 서명했다. 이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외자여행사가 경영하는 합자여행사가 될 예정이다.

중국의 WTO 가입이후 생긴 합자여행사는 현재 모두 11개가 있으며, 북경에는 네 회사-北京星辰方舟國際旅行社有限公司, 北京首旅雅高旅行社有限公司, CITS-AE여행사, 羅森康輝國際旅行社有限公司-가 있다. 중국여행사와 합작하고 있는 이들 외자여행사는 대부분 실질적인 경영능력과 오래된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여행사들이다.

CITM 개막 첫날 중국국가여유국의 국제추진 및 국제연락사(國際促進與國際聯絡司) 천후이롱(沈蕙蓉) 사장은 “중국은 장차 시장경제와 여행업이 비교적 발달된 도시에서 미국, 일본 , 독일 등 여행 선진국의 대형 여행사들이 직접 경영권을 갖는 합자여행사를 허용할 방침이며 더 나아가 조건만 부합되면 외자여행사들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것까지도 허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은 외국계 여행사가 직접 중국민들의 해외여행 업무를 하지 못한다는 법에 따라 CTS, CITS 등의 합자 초기 목적은 선진 여행사의 노하우를 습득하고 중국 인바운드에 있어서 이들 해외 여행사의 우의를 점하기 위한 것. 하지만 2005년 전에 외국계 여행사도 직접 해외여행 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될 전망이어서 현재의 합작은 중국 내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전초전일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CTS와 TUI의 합작회사를 책임질 마틴 사장은 먼저 TUI의 네트워크와 선진경영관리 방법을 이용해 중국내 여행과 중국 인바운드 시장 개척에 매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아웃바운드 등 모든 방면으로도 진출하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내 전문가들은 외국 선진 여행사들이 앞다퉈 중국에 진출하면서 네트워크의 우세를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공함과 동시에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중국여행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리들이 몰려왔다(狼來了)”라며 우려를 나타내는 한편 중국의 여행업 발전에 있어 새로운 계기가 되어줄 것으로 중국내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자본과 내부적인 시스템에만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국가여유국이 인가한 해외여행이 가능한 국가가 29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중국의 아웃바운드 여행업도 이제 슬슬 자본주의 경쟁 체제의 모양새를 갖추어 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으로 파견해 한국관광촉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화준 차장은 “이제 시작”이라며 “여행사들의 합작의 폭이 더욱 커지고 새로운 시도들이 속속 중국여행업 내에 등장하면서 다양한 시험이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 시범 기간을 거친 다음 2005년께에 본격적인 개방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중국 외국관광청의 설립 붐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 설립된 외국관광청 사무소는 베이징 20개, 상하이 20개 정도의 규모. 하지만 중국내 1개 외국관광청 설립을 허가하는 조치가 완화돼 2개 이상으로 늘어나면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한 주중국 외국관광청의 마케팅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이 이미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사무소를 설립했으며 2번째 사무소 설립 인가를 요청 중에 있다.

중국 정부가 10%의 해외여행 가능한 절대치와 상대적인 다수의 위화감 조성을 억제하기 위해 현재 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한번 터진 봇물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중국내 거주하며 관광업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종합 패키지 브랜드

이번 CITM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눈길을 가장 사로 잡은 것 중의 하나가 CITS가 최근 만들어낸 종합 패키지 브랜드인 ‘環球行 Total Travel’ 책자이다.

그동안 중국내 여행사들이 주먹구구식인 영업으로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1년의 계획을 세우는 등 좀더 세련된 모객 방법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노력이 눈에 띤다.

CITS ‘2003 토탈 트래블’의 잡지형 브로셔를 살펴보면 각 국가 및 지역별로 간략한 소개와 함께 2박3일, 3박4일 등의 일정과 2003년 한해동안 정해진 연중 출발일 등이 소개돼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CITM 기간 중 CITS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가져 주목받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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