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도, 코끝을 시리게 하는 겨울의 냉기도 없지만 11월에서 2월로 이어지는 4개월간 싱가포르는 1년 중 가장 큰 축제의 기간 ‘셀러브레이션 싱가포르(Celebration Singapore)’ 를 맞이한다.

말레이인들이 모여살고 있는 ‘게이랑 세라이’ 거리의 ‘하리라야 점등제’ 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최고의 번화가 ‘오차드 로드’ 를 화려하게 수놓는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2003년 카운트다운 등이 이 기간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굵직한 볼거리들이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향기

싱가포르는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국가로 인구의 70%가 중국계지만 말레이계, 인도계, 유럽계 사람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 작지만 다양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 박물관 순례에 동참해보는 것도 좋다.

센토사섬에 위치한 ‘이미지 오브 싱가포르’ 는 마치 방송국 세트장처럼 그네들의 다양한 역사를 각종 모형과 전시물로 재현해 놓았다. 눈높이를 어린이 수준에 맞춰 놓아, 박물관은 지루한 곳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어른들조차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 싱가포르의 대략적인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시내에 위치한 ‘아시아 문명 박물관’ 은 중국인과 현지 말레이 여성이 결합해 독특한 문화를 일궈낸 ‘페라나칸 문화’ 의 정수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곳. 그들만의 독특한 생활양식과 결혼문화, 화려한 금속공예품, 은은하면서도 세련된 도자기 등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둘러볼 만한 곳은 차이나 타운 내 ‘헤리티지 센터’. 그들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가이드의 안내로 싱가포르 정착 중국인들의 문화와 생활상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여유롭게 느껴봐, 인종빌리지

박물관이 이제까지의 싱가포르를 설명해 놓은 곳이라면 각종 인종별 빌리지는 현재의 싱가포르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우선 차이나 타운. 인구의 70%가 중국인인 만큼 싱가포르의 차이나 타운은 비주류가 아닌 주류의 문화라는 차이를 먼저 이해하는 게 좋겠다. 깨끗하게 꾸며진 상점들에는 오리엔탈풍 소품들이 가득해 쇼핑 장소로도 그만이다. 고급스런 가구 및 인테리어샵이 즐비해 있다.

‘리틀 인디아’ 에 가면 손으로 밥을 먹으며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는 인도계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최근 한국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헤나’ 문신을 시도해볼 수도 있고 10만~20만원은 족히 줘야 하는 질 좋은 파시미나 숄을 한국 돈 3만5000원에서 5만원이면 손에 넣을 수 있다.

유럽인들이 모여 사는 ‘홀랜드 빌리지’는 싱가포르인들의 실제 사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 저녁 시간에 아파트 단지의 슈퍼마켓에 들르면 유럽인들과 싱가포르인들이 어울려 저녁거리를 장만하는 모습을 보며 여행 중 향수를 달랠 수 있다.

거리로 나오면 스타벅스 커피점, 구두수선 코너, 각종 외국 잡지를 파는 가판대 등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에서 각기 다른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싱가포르’ 라는 나라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풍경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싱싱 달리며 싱가포르 느끼기

그들의 사는 모습에서 ‘싱가포르’ 라는 나라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면 이제는 관광객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그들이 마련한 잔치를 마음껏 즐길 때다. 월남전에서 사용됐다는 수륙 양용차를 개조해 만든 ‘덕투어(Duck Tour)’ 전용차.

선텍 시티에서 출발하는 덕투어에 참가하면 영어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 아래 싱가포르의 시내와 강을 넘나들며 75분간 유명한 명소들을 둘러보게 된다. 싱가포르의 상징 머라이언과 최근 문을 연 예술공간 ‘에스플러네이드’ 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던 덕투어 전용차가 강변에 다다라 강으로 빠져들 때의 스릴이 압권. 저녁이면 각종 무료 공연이 펼쳐지는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앞을 찾아가 본다.

새로 지어진 극장을 둘러보고 난 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싱가포르의 마천루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다 보면 어느덧 싱가포르인과 동화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글·사진=정스잔 객원기자
취재협조=싱가포르 관광청 02-399-5570

싱가포르 전통음식 맛보기

야쿤가야토스트

파이스트 스퀘어에 위치한 아침식사 전문점. 1944년에 문을 연 전통 깊은 곳으로 바삭하게 구운 빵에 달콤한 코코넛잼, 버터를 발라 진하게 내린 커피나 우유 맛이 풍부한 밀크티와 함께 내놓는다. 달걀 수란이 함께 나오는 것이 특징. 현지인들의 생생한 아침식사 풍경을 엿볼 수 있다.

블루진저

탄중 페이저 로드의 ‘페라나칸’ 음식 전문 레스토랑. 중국인과 말레이시안 등 현지인이 결합한 페라나칸 문화를 잘 나타내주는 국제적 감각의 메뉴들로 인기를 끌고 있다. 퓨전 음식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공간. www.theblueginger.com

채터박스

오차드 거리에 위치한 만다린 싱가포르 호텔의 1층 커피하우스. 우리가 생각하는 커피숍보다는 레스토랑에 가깝다. ‘치킨라이스’가 대표적인 메뉴로 싱가포르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라이스를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향료를 넣어 담백하게 삶은 닭고기는 육질이 쫄깃하고 고소하다. 매운 칠리소스, 달콤한 간장소스, 콩소스를 취향에 맞게 찍어먹으면 된다. 닭고기를 삶은 육수로 만든 스프가 우리나라 삼계탕 못지 않게 맛있다. 향긋한 볶음밥이 함께 나온다. www.mandarin-singapo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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