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바운드 여행업은 월드컵이라는 호기를 맞이하고도 민과 관의 불협화음과 여행사간 덤핑 경쟁이 여전해 한국 관광의 제반 문제를 곱씹어야 했던 한해였다.

한국방문의 해가 한해 더 연장되면서 의욕적으로 시작한 2002년 인바운드 관광산업은 한일월드컵 공동개최와 부산아시안게임 등 커다란 국제 이벤트에 대한 기대와 함께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대회가 개최됐던 6월에는 오히려 전년보다 낮은 외래객 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악재로 평가받았던 월드컵을 분기점으로 하반기 동안 외래객 유치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증가를 계속해 정부는 올해 사상최대의 외래객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방문의 해 연장

정부는 지난해 한국방문의 해가 미국 테러와 한일 교과서 논란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한국방문의해를 한해 더 연장하면서 대형 국제 이벤트의 관광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예산배분은 전년만큼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축소된 활동에 그쳐야 했다.

바이롬은 공공의 적

티켓 예매가 시작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인바운드 여행사에서는 티켓 확보가 초유의 관심사로 대두됐지만 실명제 등을 둘러싼 월드컵조직위원회와의 마찰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중국 단체 유치를 위해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여행사 티켓 배분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여행사들은 아르바이트까지 동원해 개별적으로 티켓확보에 뛰어들어야 했다. 하지만 실명제의 실제 적용에 대해 조직위원회측이 대회직전까지 불분명한 태도를 보여 여행사들의 자체적인 영업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월드컵공식숙박사업단으로 전국 주요 특급호텔의 예약을 대행했던 바이롬이 대회를 불과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점유 객실의 70%를 해지한 사건은 호텔업계에 일대 혼란을 야기시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호텔은 여행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은 판촉을 벌였지만 이미 모객 시기를 놓쳐 호텔과 여행사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월드컵 특수 실종

이런 이유로 대회가 임박해도 호텔 예약율과 여행사 유치 현황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자 월드컵 특수가 ‘실종’됐다며 여론이 악화됐다.

정부는 월드컵 특수로 이 기간 동안 36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입국할 것이라는 연초의 전망을 부랴 부랴 23만명으로 하향조정하고 엄격한 FIFA의 티켓정책과 바이롬사의 횡포, 비용상승 등을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결국 월드컵이 개최된 6월 한달 동안의 외래객 숫자는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년동기대비 -12.4%라는 참패를 기록했다.

시장별로는 전체 외래객의 40% 이상을 자치하는 일본 방한객의 경우 월드컵 공동개최가 ‘테러보다 더한 재앙’으로 불릴만큼 악재로 작용해 20여년만에 최고 감소폭인 -44.6%를 기록했으며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개점휴업’의 시기를 임금삭감, 무급 휴가 등으로 견뎌내야 했다.

한때 과열양상를 보일 정도로 기대치가 높았던 중국 인바운드의 경우 6월 한달동안 전년대비 65.2%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당초 예상했던 10만명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6만1,256명에 그쳤다. 이탈자를 우려한 한국정부의 까다로운 비자발급 절차와 중국 정부의 규제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으며 중국 시장에 대한 과잉 투자가 한풀 꺽이는 계기가 됐다.

하반기 숨가뿐 따라잡기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외래객 유치는 7월부터 증가세로 반전되면서 역전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회복세는 시장 전반에 걸쳐 이루어졌지만 상대적으로 구미주의 개별여행객이 두드러진 성장을 보였다. 상반기 동안 10억대 이상의 적자를 냈던 일본 지역의 대형 여행사들은 가을 성수기동안 예년에 비해 월등한 증가를 기록했지만 외화획득에서는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극심한 덤핑경쟁의 폐해를 확인했다. 또한 가속화되고 있는 개별여행객의 증가로 여행사들의 수익구조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10월까지 외래관광객 누적총계는 총 444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5%가 증가했으며 정부는 올해 535만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외래객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땅에 떨어진 가이드 명예

월드컵으로 들떴던 5월 관광통역안내원들은 모 방송국 시사프로그램이 가이드의 역할을 왜곡보도했다며 집단 항의를 시작했고 이 사건은 수십년간의 숙원이었던 한국관광통역안내원협회 탄생의 도화선이 됐다. 일부 여행사 경영진측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들은 스스로의 권익보호를 위해 모임을 발족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 제주도 무비자 입국

중국 정부의 출입국 관리 규정에 막혀 유명무실하게 방치됐던 중국인들의 제주도 무사증 입국 허용이 양국간의 합의로 절차 간소화를 이루고 중국정부가 방한관광비자신청여행사를 67개에서 528개로 확대하는 등 한국과 중국 정부간의 관광교류가 진일보했다.

하지만 중국 인바운드에서도 덤핑상품이 보편화되는 등 일부에서는 일본 인바운드 시장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중국은 가장 주목받는 인바운드 시장이면서 동시에 가장 강력한 인바운드 경쟁 국가이기도 해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 인바운드 덤핑 논란

홍콩 인바운드 상품가가 연쇄적으로 하락하면서 인바운드 여행사간의 제소가 이어지는 등 시장정화를 위한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비수기를 겨냥한 특가 상품이 출시되면서 낮은 지상비를 제시한 여행사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만 덤핑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기준이 없어 논란을 남겼으며 비수기마다 덤핑과다경쟁이 재발될 우려도 남겼다.

우왕좌왕 영세율 정책

2001년부터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영세율은 외래객 유치 증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행사측은 “실익이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월드컵 특수를 노려 호텔들이 과도하게 객실가를 인상했기 때문에 여행사에서 영세율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를 끝으로 폐지될 예정이었던 영세율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연장’ 혹은 ‘영구적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행사와 호텔업계가 공통의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는 뒤늦게 6개월 연장을 추진 중이지만 불과 새해는 10여일 앞둔 시점에서 내려지는 고육지책이라는 면에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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