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근교관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코스 중 하나가 바로 옛 금광촌의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소버린 힐(Sovereign Hill)이다. 멜버른에서 북동쪽으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는 발라랏(Ballarat)은 지금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 지나지 않지만 1850년대만 해도 골드 러쉬의 주무대였던 곳. 이 곳에 자리해 있는 소버린 힐은 한 때 찬란한 꿈으로 가득했던 금광 시대의 자취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의 공간이다.

지역민 손으로 일궈낸 자부심

소버린 힐은 1854~1861년 사이에 세워졌던 실제 금광촌을 작은 소도구 하나 빼 놓지 않고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다. 사금을 채취하던 각종 도구들과 기계들은 마치 언제 멈추었던 적이 있었냐는 듯 바쁘게 돌아가고 화려한 레이스로 치장된 옷을 입은 여인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마차와 쉴새없이 연주해대는 거리의 악사들은 당시의 생활상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눈이 부실 만큼 새파란 하늘 아래 허름한 차림의 한 광부가 진지한 눈빛으로 금을 골라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어느 영화속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다.

놀라운 것은 소버린 힐이 순수 지역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곳이라는 사실이다. 금광시대가 몰락하고 마을이 쇠퇴해가자 이 곳 주민들은 지혜를 모으기 시작했고 그 노력의 결실로 지금의 소버린 힐이 탄생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소버린 힐은 역사속으로 사라진 여느 금광촌과는 달리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또 다른 희망을 만들어 내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누구의 도움도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일궈냈기에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직접 자원봉사에 나설 정도로 지역민들의 자부심과 애정은 각별할 하다.

사금채취 프로그램 인기

소버린 힐에는 여러 다양한 볼거리도 많지만 직접 사금을 채취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을 선사하고 있다.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초기 금광촌’에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흙이 가득 담긴 채를 하나씩 들고 연신 걸러내는 진풍경이 매일 연출된다. 이미 폐광된 곳이지만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로 모래속에 사금을 조금씩 넣어주기 때문에 끈기와 인내력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뜻밖의 횡재(?)를 얻을 수도 있다.

비록 모래알만한 사금 몇 점을 얻는 일이지만 마음 먹은 만큼 쉽지 않을 일이기에 값지게 느낄 수 있다. 당시로 되돌아가 상상으로나마 그 때 사람들이 꿈꾸던 희망에 젖어봄직도 하다.

반면 산 어귀에 뚫려 있는 금광은 시대의 어두운 면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지하 금광으로 이어진 갱도는 발을 들여 놓기가 무섭게 햇빛이 완전 차단돼 한치 앞도 구분하기 어려운 암흑의 세계로 돌변한다. 갱도 안에는 당시 광부들이 쉬던 곳과 각종 의사 전달 역할을 한 종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금광 시대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고달팠던 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밤이 되면 공연열기 가득

소버린 힐에서 보다 낭만적인 추억거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면 거리를 한바퀴 활주하는 마차타기를 권한다. 4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는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다니듯 옛 정취 가득한 소버린 힐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이왕이면 욕심을 내서 마부석에도 한번 타보자. 마차안에서와는 다른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호주의 금광 시대를 좀 더 자세히 살피고 싶다면 한 켠에 위치한 박물관을 방문해도 좋다. 이 곳엔 금광의 발견부터 금광촌의 형성과 번성시대, 몰락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또 각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 모습도 들여다 볼 수 있다. 각종 모형들과 사진, 영상 자료들이 비치돼 아이들의 교육자료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다.

소버린 힐에서의 즐거움은 밤에도 계속된다. 이 곳에 어둠이 깔리면 거리 곳곳을 무대로 ‘남십자성위에 흘린 피’라는 공연이 펼쳐진다. 재밌게도 이 공연에 등장하는 인물은 단 한사람. 금광을 배경으로 광부들의 무장 반란에 대한 이야기가 무선 헤드폰을 통해 전개되며 관광객들은 장소를 이동해가며 상상의 나래를 편다.

아쉽게도 공연은 관람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다시 이 곳에 오게 된다면 꼭 소버린 힐에서 밤을 지새워보고 싶다는 바람을 남긴다. 아마 그 때까지도 시간의 한 자락을 떼어다 놓은 듯 소버린 힐의 금광 시대는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호주 멜버른 글·사진=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취재협조=캐세이패시픽 항공 02-3112-740
호주 빅토리아 관광청 visitvictoria.com

발라랏 야생 동물원

소버린 힐로 가는 길목에 호주의 살아 숨쉬는 대표적인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캥거루와 코알라를 직접 볼 수 있는 발라랏 야생 동물원(Ballarat Wildlife Park)이다.

야생 동물원이란 타이틀답게 동물원 내 곳곳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캥거루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의외로 순해서 손에 먹이를 올려 놓으면 얌전한 폼으로 낼름 받아 먹는다. 반면 코알라는 쉽게 만져보거나 할 수 없다. 호주에서도 코알라가 눈에 띄게 줄어 특별 보호 조치되기 때문이다.

이외에 각종 뱀들과 악어들도 구경할 수 있다. 때때로 악어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시연도 펼쳐진다. 타스매니아 데빌, 움뱃, 왈라비 등 호주 특유의 동물들을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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